[스페셜2]
'해적: 도깨비 깃발' 한효주, 뭉클한 리더십
2022-01-28
글 : 조현나

거대한 해일이 밀어닥쳐도 절대 배의 키를 놓지 않는다. 끝까지 버티며 결국 해적단원을 지켜내는 리더 해랑의 모습은 더없이 미덥다. 오직 왜구선만을 소탕하며 명성을 떨쳐온 해랑의 해적선은 무치(강하늘)의 의적단을 구조한 뒤로 전혀 다른 국면을 마주한다. 하나의 배에 두명의 리더. 묘한 신경전을 벌이던 해랑과 무치는 바다 아래에 왕실의 보물이 잠들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모험을 떠난다. 다부지면서도 가벼운 해랑의 움직임을 만들기 위해 한효주는 촬영 전부터 꾸준히 고강도의 액션 트레이닝을 받았다. 해랑의 단단한 외형만큼이나 한효주가 집중한 건 해랑의 내면이었다. 동료의 유품을 간직하며 그의 죽음을 기리고, 좋아하는 이에게 애정을 표하는 모습들이 해랑의 스펙트럼을 넓힌다. 캐릭터의 내외면을 부단히 살피고 연구한 한효주와 대화를 나누며 “‘해랑’은 오로지 한효주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는 김정훈 감독의 말뜻을 짐작할 수 있었다.

- 오늘 스크린으로 <해적: 도깨비 깃발>을 만난 소감이 어떤가.

= 솔직히 재밌었다. (웃음) 현장에서 블루 스크린을 배경에 두고 상상하며 찍은 신들이 많다 보니 어떻게 완성될까 궁금하고 걱정도 됐는데, 바다나 파도 같은 것들이 정말 잘 구현됐다. 캐릭터들도 하나하나 잘 살아 있고. 바다 위에 배가 떠 있는 걸 보는 게 그렇게 뭉클하더라.

- 해적선 위로 해랑이 모습을 드러내는데 독특한 외양이 눈에 띄었다. 굵은 펌에 매치한 다양한 장신구들, 짙고 날 선 눈썹까지 예사롭지 않았다.

= 그 장신구마다 전부 사연이 있다. 해금(채수빈)이 장신구들을 가져갈 때 해랑이 “허리에 매는 건 놓고 가. 먼저 간 형제들의 유품들이야”라는 말을 하지 않나. 해랑은 동료들의 죽음을 기린다는 의미로, 죽은 해적단원들의 유품을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닌다. 머리에 다는 장신구는 그 시대에 했을 법한 실제 장신구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고 비슷하게 제작한 것들이다. 의상도 고민이 많았는데, 처음엔 화이트 컬러 셔츠 위주로 가려다 좀더 해랑의 성격을 잘 드러낼 만한 색을 찾아보면서 지금의 짙은 네이비 셔츠를 고르게 됐다.

- 그런 스타일링이 거침없고 당찬 해랑의 성격과 잘 어울렸다. 외형적으로도, 연기적으로도 새롭게 도전한 캐릭터라 고민이 많았겠다.

= 사실 화장도 너무 짙게 하려 하지 않은 게 외형을 강조하기보다 연기나 성격적인 부분에서 해랑의 강한 부분을 잘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정도를 조절하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다.

- 해랑을 어떤 인물이라고 해석했나.

= 해적단의 리더이다보니 카리스마를 보여줌과 동시에 좋아하는 사람 앞에선 전혀 다른 사람이 되기도 하고, 티를 내지 않고 단원들을 챙기는 인간적인 매력도 있다. 다양한 면모를 가진 캐릭터이기 때문에 단순하지 않게 레이어를 겹겹이 쌓아 다채롭게 보여주고 싶었다.

- 위기의 순간에도 단원들에게서 절대 등을 돌리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마지막 신에서 해적단원들에게 ‘나는 이 섬에서 한명도 죽는 사람이 없게 할 것이다. 한명도 빼놓지 않고 데려가겠다’라는 뉘앙스의 대사를 한다. 영화상에선 후반부지만 5회차 정도에 이 신을 찍었는데 심적부담이 컸다. 해랑의 리더십이 잘 드러난 대사라 공을 들였는데 오늘 보니 영화에 잘 담긴 것 같았다.

-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해피니스>의 새봄도 리더십 있고 발 빠르게 위기에 대처한다는 점에서 해랑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새봄과 해랑 같은 캐릭터를 선호하는 편인가.

= 개인적으로 선호한다기보다는 시나리오가 좋은 작품들을 택했는데 우연히 그런 캐릭터를 연이어 만났다고 보는 게 맞다. 30대 들어서 20대 때보다 더 카리스마 있고 당차고 주도적인 여성들을 연기하게 된 것 같은데 굉장히 만족한다. 실제로 몇년간 그런 역할들을 하다 보니 개인적으로도 강해진 느낌이 든다. 지금의 내 모습이 좋다.

- 좀비물인 <해피니스>뿐만 아니라 미국 드라마 <트레드스톤>에서도 다양한 액션을 선보였다. 그런데 검술 액션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 처음 검을 잡았을 때 너무 낯설었다. 큰일났다는 생각이 들어서 훈련을 일찍 시작할 수 있도록 감독님에게 부탁을 드렸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연습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검이 몸에 익을 때까지 열심히 연습했다. 기본 휘두르기부터 일주일에 세번은 연습한 것 같다. 힘 있게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서 정말 열심히 했다.

- 수중촬영 신은 어땠나. 자려고 누우면 코에서 물이 나올 정도였다던데.

= 물속에서 뒤집혀 끌려가는 신을 찍을 때 특히 물을 많이 먹었다. 물을 좋아하는 편인데도 물속에서 뭔가를 한다는 게 쉽지 않더라. 액션 신보다 훨씬 힘들었다. 겨울이라는 배경도 한몫했다. 마지막 신을 촬영했을 때 한파가 대단했는데 당시 남양주의 온도가 영하 25도였다. 이거 진짜인가 싶었다. (웃음) 젖은 머리에서 물 대신 얼음이 뚝뚝 떨어질 정도였으니까. 물속에서, 그리고 추위 속에서 다들 엄청 고생하면서 촬영했다. 영화에서는 주연들이 뚜렷하게 보이기 마련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같이 고생한 해적단원들, 스탭들이 정말 많다. 그래서 영화가 잘됐으면 좋겠다.

- 차기작은 초능력 액션 히어로물인 <무빙>이다.

= 지금껏 해보지 않은 역할이라 쉽지 않지만 열심히 촬영하고 있다. 해랑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