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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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에서의 죽음 (1971)
130분 드라마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던 음악가 구스타프는 리도 섬에 요양 차 머무르던 중 너무나 아름다운 한 소년에게 한눈에 반한다. 그날부터 노구의 신사가 소년에게 바치는 안타까운 순정의 세레나데가 시작되는데, 잿빛 같은 얼굴을 가졌던 이 남자는 소년의 엷은 미소 한번에 열아홉 소녀처럼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가까이 말 한번 건네지 못한 채 호텔의 로비를, 레스토랑을, 베니스의 골목을, 리도의 해변을, 오로지 소년의 자취만을 찾아 헤맨다.
그리하여 그에게 소년의 가족이 점심 식사 후에 떠날 것이라는 호텔 지배인의 이야기는 마치 사형선고와도 같다. 이 소년이 이제 몇 시간 후면 이 도시에 없다는 사실이, 세상 누구에게서도 받은 적 없던 그 미소를 다시는 못 볼 거란 사실이, 그에게는 다리를 잘라내는 칼보다, 심장을 관통하는 활보다 더욱 고통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결국 남자는 어떻게 해도 복원될 길 없는 젊음을 서글픈 화장으로 복원했다고 믿은 채 마음 속 연인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바닷가에 앉는다. 태양을 반사하는 물빛처럼 반짝이는 그 소년을 쳐다보며 그 남자의 망막에는 잠시나마 찬란했던 젊음의 순간이 잡혔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더운 날씨와 삶의 마지막 기운 때문에 노인의 얼굴은 이내 검은 먹으로, 붉은 연지국물로 얼룩지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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