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미지의세계 시즌투에피원' 윤성호 감독: 재미에 장르를 입힌다
2022-04-27
글 : 송경원
글 : 오계옥

숏폼 콘텐츠의 매력을 누구보다 잘 살릴, 믿고 보는 연출자 윤성호 감독이 <전체관람가+: 숏버스터>에 합류했다. “지난 1월 말에 연락을 받고 다른 분 섭외에 실패해서 나에게까지 기회가 왔구나 싶었다. (웃음) 그러잖아도 단편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던 참이라 흔쾌히 참여했다.” 시작은 쉬웠지만 여정은 만만치 않았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도 작업한 경험이 적지 않은지라 주어진 시간이 짧은 건 문제될 게 없었다. 윤성호 감독이 욕심 많은,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게 도리어 함정이었다. “평행 세계라는 컨셉을 들었을 때 자신 있었다. 예전부터 준비해오던 아이템이 있었는데 평행 우주를 무대로 한 로맨틱 코미디다. 한번 꽂히면 끝까지 공부하는 성격이라 몇년 전에 세계관에 대한 방대한 자료조사를 했다. 그걸 이번 기회에 풀어낼 수 있겠구나 싶었다.” <미지의세계 시즌투에피원>은 평행 세계간의 소통이 가능해진 시대, 다른 차원에 사는 자신의 배우자와 사랑에 빠진 희극인의 난처한 상황을 그린다. 외도인가 아닌가를 두고 이혼 소송에 휘말린 희극인 견우(이시훈)의 상황은 관계와 소통에 대한 딜레마를 건드린다.

그런 이유로 제목도 ‘시즌투에피원’이다. “일종의 기믹인데, 이건 훨씬 탄탄하고 방대한 세계에 대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했다. 보고 나서 다른 이야기가 궁금해졌으면 좋겠다.” 덕분에 윤성호 감독의 계획처럼 이번 단편은 ‘미지의 세계’에서 일어난 단면을 보여주는 에피소드처럼 다가온다. 세계관을 짜나가는 긴 호흡의 서사에 어울릴 것 같지만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평행 세계의 원리와 설정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제공된다는 점이 놀랍다. 그렇다고 단편으로서의 드라마나 장르적 재미가 약한 것도 아니다. “이전 작업에선 촬영이 기본에 충실한 경우가 많았다면 이번에는 상황에 따라 적극적으로 장르색을 입혔다.” <미지의세계 시즌투에피원>은 희극인 견우의 사정에서 출발하지만 결국엔 배우자인 미지(정수지)로 세계가 확장되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윤성호 감독 역시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배워나갔다고 말한다. “<애비규환>의 최하나 감독이 각본을 맡았다. 김수민 촬영감독은 물론이고 정수지 배우는 감독이기도 하다. 조감독을 포함해 현장에 여성감독이 네명이나 있었다. 함께 만들어나가는 즐거움이 있는 현장이었다.” 그렇게 영화라는 세계는 점점 넓어져간다.

관전 포인트

전신전화(電信電話)펑크

“<미지의세계 시즌투에피원>은 자칭 전신전화 펑크물이다. 크리스토스 니코우 감독의 <애플>(2020)처럼 메타버스, 평행 우주 등 상상을 다루는 SF 중에서 굳이 미래 이미지에 집착하지 않는 작품들이 눈에 띈다. 물리적인 여건 때문이기도 했지만 가상의 1970년대를 배경으로 ‘전화기를 통해 평행 세계와 소통한다’라는 설정을 세웠다.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이색적인 감각이 더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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