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평행관측은 6살부터' 홍석재 감독: 세계를 확장하는 멋진 방법
2022-04-27
글 : 송경원
사진 : 오계옥

<소셜포비아>(2014) 이후 무려 8년 만이다. 홍석재 감독이 <전체관람가+: 숏버스터>의 제안이 들어왔을 때 흔쾌히 받아들인 건 현장에 대한 목마름 때문이었다. 동시에 스스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좋은 터닝포인트가 될 것 같다는 예감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겼다. 공교롭게 이번 작업을 제안받고 작업하는 시기와 출산하는 시기가 거의 겹쳤는데, 시나리오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평행관측은 6살부터>는 평행 세계간 교신이 보편화된 세계에서 교육열에 불타는 한 엄마의 사연을 그린다. 아이의 잠재력을 개발하기 위해 불법적인 수단으로 평행 세계의 자신들과 교신하던 엄마는 다른 세계의 자신들의 모습을 통해 지금 여기를 되돌아본다. “공민정 배우의 탄탄한 연기력과 풍성한 표현력 덕분에 무사히 완성됐다. 처음엔 장르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완성된 걸 보니 서정적이라는 얘기가 무척 감사했다. 정확한 칭찬인 것 같다.”

홍석재 감독은 자신의 체험과 상황이 창작물 속에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게 처음이라 말했다. “원래는 6살 아이가 다른 세계와 접촉하며 뜻밖의 진실들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구상했는데, 시나리오를 쓰면 쓸수록 감정이 부모쪽으로 옮겨와 결국에는 엄마의 시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완성됐다.” ‘출산 때문에 감정이 올라와서 그랬다’, ‘아이가 생겨서 일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고 농담 섞어 말했지만 감히 성장과 확장이란 표현을 붙여도 좋을 것 같다. 한결 유연해지고 넓어진 시선을 읽을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홍석재 감독은 앞으로도 작업의 영역과 플랫폼에 대한 관심을 넓혀나가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극장용 장편영화에만 매달렸다. 익숙하게 몸담은 언어이기도 하고 거기에서만 가능한 순수성, 본질이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 생각엔 변함이 없지만 다양한 플랫폼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는 작업의 즐거움도 오랜만에 느꼈다.” 육아와 병행하느라 유독 힘들었다는 이번 작업을 통해 홍석재 감독의 평행 세계는 확실히 넓어졌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힘들게 작업했고 결과적으로 각별한 의미가 있는 영화가 됐다. 환경이 많이 바뀐 것도 실감했다. 너무 많은 생각을 하기보다 일단 부딪치고 행동하면서,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보고 싶다. 만들고 만들고 만들다보면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관전 포인트

감정의 스펙터클

SF적인 상상력을 듬뿍 가미한 소재지만 핵심은 어디까지나 가족 드라마, 그리고 인물에 집중하는 이야기다. “아이를 키우며 이상과 현실, 생각한 것과 경험하는 것의 차이가 크다는 걸 느꼈다. 엄마로 태어나는 게 아니라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엄마가 되는 과정이 중요하다. 동시에 엄마가 된다는 게 반드시 개인으로서 자신을 포기하는 것도 아니다. 자극적인 전개는 없지만 끝까지 보면 인물의 깊은 속마음까지 공감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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