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우라까이 하루끼' 김초희 감독: 즐거운 평행 세계
2022-04-27
글 : 송경원
사진 : 오계옥

“현장의 공기가 그리웠다. 무엇이 되었건 찍고 싶었다.” 간절하면 이루어진다고들 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 문장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생략되어 있다. 무언가를 열망하는 것과 그걸 실천하는 과정 사이에는 수많은 에너지와 이야기가 잠들어 있다. <우라까이 하루끼>는 목포에 도착한 영화감독 만옥(임선우)의 여정을 따라가는 영화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름을 패러디했지만 사실 제목은 낚시일 뿐 무라카미 하루키의 그림자도 나오지 않는다. “재미있는 이야기로 이목을 모으고 싶었다. 창작의 고통에 시달리는 감독의 여정이니까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했다.” 시나리오가 잘 안 나와 고민하던 영화감독 만옥은 ‘우라까이’의 유혹에 시달리고 우연한 기회에 목포에 내려가 여명(고경표)과 뜻밖의 만남을 가진다. “주변의 익숙한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편이다. 한창 시나리오 쓰는 일 때문에 답답해하던 상황이었던지라 이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김초희 감독은 평행 세계라는 쉽지 않은 컨셉을 낯선 도시에서 벌어지는 ‘영화 같은 상황’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돌파했다. “영화의 뼈대를 이루는 건 홍콩영화 <첨밀밀>이다. 지금의 영화와 과거의 영화, 영화와 현실의 평행 세계를 그려도 괜찮겠다고 느꼈다.” 목포에서의 짧은 여행 동안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처럼 <우라까이 하루끼>가 만들어진 과정도 신기한 일들로 가득하다. 단편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뒤 10일 만에 시나리오를 썼고, 우연히 술자리에서 고경표 배우를 만나 의기투합해 캐스팅했다. 김초희 감독은 현장에 있는 것 자체가 즐거웠던 작업이지만 동시에 만만치 않은 현장이었다고 고백했다. “바쁜 와중에 스케줄을 내준 거라 100컷을 3회차 안에 완성해야 하는 빡빡한 일정이었다. 대신 프리프로덕션을 길고 꼼꼼하게 했다.” 김초희 감독은 만족스럽게 작업한, 밀도 있는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상업영화에서 다른 영화에 영향을 받는 건 어느 순간부터 당연해졌다. 수십번 반복해서 공식이 되어버린 방식들, 컷을 구성할 때의 레퍼런스가 반복된다. 안전한 방식일 수도 있다. 문제가 되는 것도, 나쁜 것도 아닌데 적어도 나는 그런 접근에 대한 저항감이 있다.” 그리하여 아예 ‘우라까이’를 표방하며 시작한 <우라까이 하루끼>는 김초희 감독만의 색깔이 묻어나는 유일한 영화로 거듭났다.

관전 포인트

스크린에 오롯이 피어나는 배우의 얼굴

스토리가 맥거핀이다. 목포에서 반복되는 <첨밀밀> 같은 상황은 그 자체로 일종의 패러디이자 농담이다. 익숙한 이야기를 어떻게 찍느냐에 대한 해묵은 고민은 결국 배우를 통해서 해소된다.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와 함께 장면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즐겁다. 둘 다 절박한 마음이 행복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임선우 배우는 외면과 내면의 언밸런스한 매력이 있다. 그 얼굴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복잡미묘한 순간들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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