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에서 탕웨이는 한국인 남자와 결혼한 중국인 여자 서래를 연기한다. 서래는 여러 번 고비를 넘기며 스스로 생존을 모색해온 여자다. 그럼에도 특유의 꼿꼿함과 우아함을 잃지 않는 탕웨이의 서래는, <헤어질 결심>이 이 배우의 새로운 대표작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을 안긴다.
- 기자회견에서 박찬욱 감독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내 삶의 일부를 완전하게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 그 느낌은 어제(첫 상영날) 문득 들었다. 감독님 옆자리에서 함께 영화를 보는데 완전해진 느낌, 마음이 꽉 찬 느낌이 들었다.
- 처음 캐스팅 제의를 받았을 때 든 생각은.
= 진짜? 그럴 리가!
- 뤼미에르 극장에서 영화를 보니 어땠나.
= 작은 모니터로 볼 때와는 음향에서 큰 차이가 있었고, 그곳에 모인 많은 사람들의 기운도 느껴졌다. 가장 중요했던 건 감독님과 박해일씨와 나란히 앉아 영화를 본 거였다. 우리가 함께 걸어온 길이 떠올랐다. 깜깜한 극장에서 세 사람만이 공통적으로 웃고 반응할 수 있는 순간들이 있었다. 어느 장면에서 감독님이 살짝 어깨를 들썩이며 웃으면 나도 웃고 있고 박해일씨도 웃고 있고. (웃음)
- 많은 양의 한국어 대사를 소화했다. 단순히 대사를 외우지 않고 단어의 의미나 문법까지 공부했다던데.
= 완전히 새로운 언어로 연기해야 했고, 한국어 대사의 의미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더 그녀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깊이 파고들었다. 사실 서래는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어를 배운 캐릭터인데 나는 서래처럼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상황은 아니어서 집중적으로 공부해야 했다.
- 거장 감독들과 작업을 많이 했는데, 박찬욱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 일단 콘티가 매우 좋았다. 만화책을 보는 느낌이었다. 콘티 안에 모든 게 정확히 담겨 있었다. 이를테면 연기할 때 손을 어디까지 들어야 하는지까지. 언어가 통하지 않아서 감독님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내가 잘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또 현장에선 어려움이 있어도 동요 없이 담담하시다. 그런 모습이 배우에겐 큰 안정감과 믿음을 준다. 그런 경우는 박찬욱 감독님이 두 번째였다. 첫 번째는 허안화 감독과 <황금시대>를 찍었을 때다.
-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무엇인가.
= (한국어로) “(당신과) 한마디라도 하려면 살인사건 정도는 일어나야 하죠.” 외울 때 엄청 힘들었던 대사다. “살인사건 정도는” 이 말이 너무 어려워서 지금까지도 잊지 않고 기억한다. 한국인들은 그 어려움이 어떤 종류의 것인지 잘 모를 테지만. (웃음)
- 연기할 때 특히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 머릿속에 온통 ‘한국어 대사 틀리지 말자’는 생각뿐이었다. 중국어 대본으로 내용을 이해했기 때문에 상대방이 한국어 대사를 쳐도 내 머릿속에는 우선 중국어로 입력된다. 중국어로 이해한 말을 다시 한국어로 반응해서 연기해야 했고. 그 과정의 반복이었기 때문에 머릿속은 한국어 대사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 인물들의 사랑의 방식에는 공감했나.
= 독특한 인생이 독특한 사랑을 만들었다. 독특한 인생을 살던 여자가 독특한 형사를 만났으니까.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았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