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트라이앵글 오브 새드니스'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 "남자의 연구, 슈퍼리치의 해부'
2022-06-02
글 : 임수연

4년 전 <더 스퀘어>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루벤 외스틀룬드가 또 한번 논쟁적인 영화로 칸의 선택을 받았다. 올해 경쟁부문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로 꼽히는 <트라이앵글 오브 새드니스>는 패션 업계에서 시작해 호화 요트로, 다시 생존한 승객들이 무인도에 모이면서 벌어지는 촌극을 담은 외스틀룬드식의 사회 풍자 코미디다.

- <트라이앵글 오브 새드니스>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었나.

= 아내가 패션 포토그래퍼다. 8년 전에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그에게 패션 산업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달라고 했다. 남성 모델의 수입은 여성 모델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든지, 명품 브랜드의 모델은 위에서 소비자를 내려다보듯 기분 나쁜 얼굴로 사진을 찍고 SPA 브랜드 모델들은 친화적인 미소를 보여주는 식으로 전략을 다르게 가져간다는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패션 산업은 우리의 집단적 사고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인간은 그가 속한 집단과 같은 옷을 입기를 원하고 그것이 무리지어 사는 인간의 사고방식이다. 모델들의 세계에도 관심이 갔다. 그들의 아름다움은 계급사회를 고양시킬 수 있는 티켓과 같은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들 중 많은 이들이, 적어도 남성 모델들은 중산층이나 상류층에서 오지 않는다. 대체로 남성 모델들은 길거리에서 캐스팅되고 그들은 여성 모델들과 같은 사회적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아내는 내게 18살 전후의 어떤 남자 모델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원래 자동차 정비공이었는데 2년 후 향수 브랜드 캠페인을 하면서 유명해졌다. 문제는 그 브랜드와 가까워지면서 다른 일자리를 얻기 힘들어졌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그의 에이전시는 그에게 “만약 유명한 여자 친구와 만난다면 우리는 당신을 리브랜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현실의 모델들은 자신만의 포토그래퍼, 브랜드 그리고 마케팅 채널을 갖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는 이렇게 우리를 소외시킨다.

- 당신은 전작 <더 스퀘어>에서 예술계를 다뤘고, 이번에는 패션 세계를 다뤘다. <트라이앵글 오브 새드니스>에서 잘생긴 남성 모델이 오히려 여성에 비해 불공평한 대우를 받는 것처럼 묘사된다.

= 나라마다 문화가 다르지만, 내가 사는 스웨덴에서는 여자가 돈을 쟁취하는 경우가 많다. 독일의 경우 상류층으로 갈수록 남자들이 더 많은 돈을 소유한다. 나는 남성이고, 지금 시대에 남성이 가진 복잡한 면에 관심이 있다. 그래서 남성의 정체성이라는 주제에 집중하면서 <더 스퀘어>와 <트라이앵글 오브 새드니스>를 거의 3부작의 두 작품처럼 만들게 된 것이다. 다음 작품이 실제 이 3부작에 포함될지는 모르겠지만, 장거리 비행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 사회학적 실험을 하게 될 것같다. 그래서 요즘 에어 레이지(Air Rage, 비행 중 항공기 승객이나 승무원에게 나타나는 공격 성향)라는 용어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 이 영화에는 ‘슈퍼리치’들이 등장한다. 그 세계에 대해 조사를 해보니 어떠하던가.

= 우리는 스키를 타러 리조트에 가고 싶고, 예술계에 몸담고 싶고, 한적한 섬에서 호화롭게 살고 싶다. 어떻게 하면 관객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주제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트로이 목마를 만들 수 있을까? 요트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을 때 내가 모든 캐릭터의 행동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슈퍼리치를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로 묘사하고 싶지는 않았다. 가난한 사람은 진실되고 착하고 부자들은 피상적이고 이기적이라고 설명하는 모듈을 갖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2부에서 묘사되는 호화 요트에서 여러분은 무언가 과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상류층에 속하게 되면 영화에서처럼 황당한 말과 행동을 할 수 있다. “나는 자쿠지를 샴페인으로 채우고 생선을 먹고 싶어!”

- 상류층을 조사하면서 정말 많은 사례를 수집했을 텐데, 어떻게 그들을 시나리오 안에서 조합하고 공백을 채워나갔나.

= 현금으로서의 아름다움과 계급 상승 가능성으로서의 아름다움을 보기 시작했다. 요트를 타는 사람들의 행동을 더 높은 계급과 경제 구조에서 보고 싶었다. 마르크스주의에 입각해 이 주제를 다루지는 않았으나 계급 질서에서 우리가 놓인 위치는 우리의 행동을 변화시킨다. 나는 세계에 대한 외교적, 물질적 관점과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상류층의 사례를 수집했다. 영화를 찍을 때는 이들이 어떻게 결합될지 전혀 알지 못했지만, 영화를 편집하면서 점점 발전해갔다.

- 당신의 영화는 부자들을 조롱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그들에게 매력을 느끼기도 하나. 영화 제작자로서는 돈 많은 투자자가 있어야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이슈도 있어 복잡한 문제 같다.

= 적어도 두명의 억만장자가 이 영화에 투자했고 그들이 이 작품을 좋아한다는 점이 환상적이지 않나? (웃음)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편견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피칭할 때, 선장이 공산당 선언문을 읽는 신에서 거기 있는 사람들과 내가 모두 웃고 있었다. 영화를 상영할 때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모두 다른 배경을 갖고 있지만 함께 웃을 수 있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인간으로서 가깝고 비슷하다. 계급이 조금만 달라져도 한 인간이 달라질 수 있는 이유다.

- 무인도는 오랫동안 서양 문학과 영화에서 새로운 인류학적 실험을 할 수 있는 상징적인 공간이었다. 이곳을 어떻게 다루고 싶었나.

= 내가 사랑하는 이탈리아 감독 리나 베르트뮐러가 만든 <귀부인과 승무원>은 최고의 무인도 영화다. 그는 재미있고 거칠고 지적인 영화들을 만든 사람이다. 이 작품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뤼트허르 브레흐만이라는 경제학자가 쓴 환상적인 책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은 <파리대왕>이 무인도에 도착한 인간의 행동 양상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만들어냈다고 분석한다. 인간은 이기적이고 미개하게 구는 게 아니라 잘 협력하며 새로운 계층구조를 받아들일 수 있다.

- 당신의 모든 작품은 사회학적 실험이나 연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러한 관심은 어디에서 시작됐나.

= 나는 언제나 사회학을 사랑했다. 왜냐하면 사회학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에게 죄책감을 주지 않는다. 당신이 실패해도 그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본성과 상황 때문이다. 오늘날 뉴스 보도는 문제가 많다. 나쁜 사람과 좋은 사람을 구분하는 행태는 앵글로색슨족의 영웅 문화에 완전히 지배된 것이다. 심지어 우리는 이런 터무니없는 방식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있다. 사회학은 그러한 오해를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다.

- 당신의 영화는 정치적 올바름을 신뢰하는 사람들의 기대에 어긋난다. 다시 말해 논란의 여지가 많다.

= 오랫동안 고민한 내용만 영화에서 다뤄야 한다는 것을 나 역시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영화에 담지 못한 내용도 있다. 우리가 이 알고리즘에 익숙해진다면, 사유를 촉발하는 갈등과 도발은 관심을 끌기 위해 매우 효율적이다. 다만 나쁜 도발은 절대 효과적일 수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사진제공 칸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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