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에서 박해일은 형사 해준을 연기한다. 최연소 경관이 될 만큼 실력이 뛰어나고 품위 있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깨끗하고 반듯하지만 해준은 서래(탕웨이)를 만나면서 큰 변화를 겪는다. 해준의 반듯함에 자연스러운 의외성을 불어넣은 박해일은 <헤어질 결심>의 공고한 중심축이다. 첫 번째 칸 입성에 꽤 상기된 듯한 모습을 보여준 박해일이 박찬욱 감독과의 첫 작업에 대한 소감을 들려주었다.
- <헤어질 결심>의 어떤 점에 끌려 출연했나.
= 첫 번째는 박찬욱이라는 창작자, 그의 영화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내가 감독님의 세계에 들어가면 어떻게 섞일 수 있을까, 감독님의 전작들처럼 훌륭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까? 호기심과 부담이 동시에 있었지만 부담보다는 호기심이 더 강력했다.
- 박찬욱 감독과 작업한다고 했을 때 내심 칸영화제에 대한 기대도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런데 내가 잘해야 칸에도 갈 수 있겠다 싶었다. 남에겐 말하지 않았지만 혼자만 꽁꽁 숨겨놓은 책임감이라고 해야 할까. 부담과 숙제가 컸다.
- <헤어질 결심>이 그리는 로맨스는 여타 로맨스와 다른데, 어떤 차별점이 있다고 생각했고 어떻게 표현하려 했나.
= 박찬욱 감독님은 익숙한 표현이나 방식은 피해가시는 분이다. 아니면 애초 같은 얘기를 한다 하더라도 낯설고 이상한 방식으로 이야기하려는 태도를 가진 창작자인 것 같다. <헤어질 결심>도 정서경 작가님과 감독님이 유기적으로 작업한 결과물인데,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로맨스의 총량이 얼마인지를 잘 모르겠더라. (웃음) 완성본을 봐야지만 알 수 있는 부분들이 있었다. 연기하기는 정말 어려웠다. 동시에 흥미로웠다. 나 역시 익숙함에서 탈피해야지, 라는 생각으로 연기했다. 이런 텍스트라면 좀 새롭게 연기해볼까 했고, 그런 시도를 감독님이 좋아하셨다. 낯설게도 해보고 익숙하게도 해보고. 여러 버전으로 연기했다. 연기할 때는 힘들었지만 분명 쾌감이 있었다.
- 품위 있는 형사를 연기하는데, 품위를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나.
= 그 사람의 말투라든지 성실성 혹은 의상에서도 드러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해준은 성실하게 일하는 회사원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열심히 사는 인물이라고 생각했고, 그런 캐릭터의 성격이 내외적으로 드러난 것 같다.
- 고전 할리우드영화의 남자주인공 같은 클래식함이 보이는데, 사전에 참고한 스타일이나 작품이 있다면.
= 외적으로는, 감독님과 아티스트들이 작품의 질감에 어울리는 것들을 잘 찾아주셨다. 의상 피팅도 많이 했다. 또 감독님이 마르틴 베크의 추리소설을 좋아한다고 해서 책을 사두긴 했는데, 시나리오 보느라 그 책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히려 어떤 기준점이 없어서 더 다채롭게 시도하며 재밌게 찍었던 것 같다.
- 탕웨이 배우와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 탕웨이의 연기를 옆에서 보면 내면에 단단한 기운이 있는 게 느껴진다. 기품 있다, 담백하다, 그런 느낌도 들었고. 탕웨이가 어떻게 집중하는지 궁금했는데, 굉장히 이성적으로 디테일하게 감독님과 대화를 나눈 다음 카메라가 돌아가면 완전히 이성을 버리고 실제 서래라는 캐릭터 그 자체가 된 듯 연기를 펼치더라. 그런 부분이 참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