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감독판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언어가 한국 여성의 이야기에 정교하게 이식된 작품”(듀나)으로, “20세기 말부터 현대로 이어지는 한국 사회사와도 영리하게 연결”(듀나)된다. “문제적 캐릭터 그리고 30년간의 긴 이야기에서 상황과 기회 그리고 심리가 어떻게 한 여성을 만들어내는지에 관한 강력한 탐구”(피어스 콘란)를 담은 이 작품은 “욕망으로 도약하고 추락하는 여성의 서사를 한편의 발레처럼 우아하고 처절하게 묘사”(김소미)하고 “여성이 동정이나 단죄의 대상이 되는 것을 거절한 채 매 순간을 장악”(유선주)함으로써 “계급, 정체성, 능력주의 등 현재 한국사회의 쟁점을 디테일하게 연출”(조혜영)했다. 쿠팡플레이와 이주영 감독의 법적 싸움으로까지 치달았던 <안나>는 기존에 공개된 6부작과 8부작 감독판이 모두 공개됐는데, 필자 전원이 ‘감독판’을 선택해 눈길을 끌었다.
“편집권 논란이 오히려 감독이 어떠한 일을 하는지를 알려준 사건”(조혜영)이 됐고, “굴곡이 큰 서사를 건조하고 담백한 톤을 전달하는 와중에 예민한 감정선도 놓치지 않고 묘사”(조현나)했다는 점에서 그의 작가적 고집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 결과 ‘fake it till you make it’(될 때까지 그런 척하면 그렇게 된다)의 정신을 해부한 동시대 미국 드라마보다 한발 더 나아간 성취를 거뒀다. “<안나> 감독판은 넷플릭스 <애나 만들기>, Apple TV+ <우린 폭망했다> 등의 출발선을 공유하되, 작품이 가리키는 허상을 도리어 탐미하는 시선과 인물의 몰락을 유희거리로 삼는 태도를 배제해 시청자가 품위를 지킬 수 있게 했다.”(남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