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하마구치 류스케 신드롬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올해 칸영화제와 베를린국제영화제를 석권한 하마구치 류스케의 영화가 나란히 베스트5에 안착했다. <우연과 상상>과 <드라이브 마이 카> 중 어떤 영화에 좀더 끌리는지에 따라 취향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된다고 해도 좋겠다. 미세하게나마 평자들의 지지가 쏠린 건 <우연과 상상>쪽이었다.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우연과 상상>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창작의 결정적 순간을 포착한 마법 같은 작품이다. <마법(보다 더 불확실한 것)> <문은 열어둔 채로> <다시 한번>으로 이어지는 3편의 단편을 묶은 옴니버스인 이 작품은 “예상치 못한 정념을 끌어올리는 마법 같은 화술”(김수영)을 선보인다. “헤어지거나 어긋나는 인물을 영화적 상상으로 강제해 중지시키려는 안간힘을 지지하고픈”(김성찬) <우연과 상상>은 범상한 일상에 불쑥 틈입하는 우연과 그것이 만들어내는 균열과 파국을 예리하고 세밀하게 포착한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도구로서의 영화”(듀나)라는 표현처럼 평자들 대부분이 하마구치 류스케가 우연이라는 마법을 영화의 그물로 길어올리는 다채로운 방식에 찬사를 보냈다.
“영화에서 우연은 상상을 추동하기도 하고, 상상이 우연이 되기도 한다. 우연이 영화의 유일한 내적인 규율이 될 때, 흐릿하게 무너져내리는 영화와 상상의 경계”(김예솔비)는 기분 좋은 울림을 남긴다. “아주 작은 움직임이 만드는 그 모든 기적을 기억하리라 다짐하며”(김소희) “결과적으로 점진적인 인상 속에서 감동을 발견하게 되는 영화”(이지현)인 셈이다. 하마구치 류스케라는 렌즈를 관통한 이야기, “골똘히 그러나 유연히, 자극과 반응 사이의 공간을 경작하는 카메라는 단숨에 캐릭터를 설득한다. 그야말로 상황을 조직하는 하마구치 류스케의 장기가 정점에 도달했음을 증명하는 작품”(남선우)이라 할 만하다. 소박해서 더 감동적인, 카메라와 이야기 사이의 마법이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