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기획] 2022년 해외영화 BEST 6~10위, 그리고 올해의 해외영화 총평
2022-12-22
글 : 송경원

계속해서 극장가의 위기를 말하지만 역설적으로 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만나야 하는 영화들은 점점 빛이 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해외영화의 라인업은 꾸준히 든든했고 올해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마구치 류스케 신드롬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영화가 큰 사랑을 받았다는 걸 감안해도 같은 해 개봉한 한 감독의 다른 작품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한 건 이례적이다. 폴 버호벤 감독의 <베네데타>는 평자들의 고른 지지를 바탕으로 3위에 올랐다. 개봉 당시의 화제성은 다소 아쉬웠던 데 반해 금기를 깨는 감독의 고집과 용기가 점차 중요해지는 시기라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4위를 차지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하반기에 주목받은 화제성을 반영하듯 기발한 상상력과 과감한 표현력,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까지 고른 부분에서 칭찬이 이어졌다. 5위는 믿고 보는 감독 폴 토머스 앤더슨의 <리코리쉬 피자>에 돌아갔다.

올해 해외영화 리스트의 가장 큰 경향은 특정한 쏠림이 없다는 점이다. 6위부터 10위까지의 영화뿐 아니라 10위 이후의 영화들까지 근소한 차이로 다양한 영화가 언급되었다. <본즈 앤 올> <스펜서> <티탄> <돈 룩 업> <프랑스> <배드 럭 뱅잉>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등 많은 영화들에 대한 고른 지지의 목소리가 쏟아져나왔다. 그만큼 상향 평준화된 좋은 영화들이 극장에서 관객을 만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6위를 차지한 조던 필 감독의 <놉>은 “올해 가장 매혹적인 메타 영화이자 시대 비평”(남선우)이라 할 만하다. 영화의 쓸모와 근본을 되돌아보는 시기에 등장한 이 영리한 작품은 “기계장치의 역학과 소수자를 향한 차별의 역사, 그리고 서스펜스를 시각이라는 욕망과 결합한 복잡하고 흥미로운 연결의 사례”(김예솔비)다. 7위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 돌아갔다. “고전적이면서 시의적인, 스필버그다운 담백함”(박정원)이 돋보이는 이 영화는 “스스로의 가치를 환상적으로 증명하는 리메이크”(듀나)다. 8위는 코고나다 감독의 <애프터 양>이다. “영화가 지닌, 기억과 사진의 속성을 활용한 표현력의 극대치를 보여줬다”(김성찬).

9위는 올여름 시장의 진정한 승자인 <탑건: 매버릭>이다. “21세기판 ‘어트랙션’ 영화의 대표 주자”(김성찬)로서 “CG와 대역을 쓰지 않는 극한의 연기로 관객의 눈길을 휘어잡는 톰 크루즈의 고집스러운 맨몸 액션이 영화 전체에 도미노 효과를 발휘할 때 경외의 경지에 다다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작품”(허남웅)이다. 10위는 제임스 그레이 감독의 <아마겟돈 타임>의 몫이다. “‘과거는 어떻게 미래가 되는가’를 이야기하는”(이주현) <아마겟돈 타임>은 단순히 향수를 자극하는 것을 넘어 “오늘날까지 유효한 자기 고백”(김수영)을 통해 시대에 필요한 메시지를 전했다.

과소평가, 과대평가받은 영화에 대해선 두말할 것 없는 흥행작부터 평단의 지지를 받은 작은 영화에까지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영화의 자리가 점차 좁아지고 경계가 희미해지는 현재, 영화의 본질을 더듬고 과거를 성찰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하는 시도들은 오히려 늘어나는 중이다. 이것이 폭발 직전 최후의 빛인지, 새로운 미래를 향한 밝은 신호인지 꾸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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