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특집] 잊을 수 없는 역동성, 레이철 제글러
2024-05-10
글 : 유선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 노래하고 춤추고,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에서 전투를 펼치는 레이철 제글러를 보는 내내, 저 가녀린 체구에서 어떻게 저런 에너지가 나오는지 먼저 궁금해진다. 싱거운 결론이지만 사실 젊은 배우가 가진 에너지와 성장 가능성의 크기는 몸집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이르러서야 궁금증이 비로소 멈추었다. 명성 있는 감독의 신예 배우 캐스팅 비화나 스타 발굴 신화는 늘 눈길을 사로잡지만 최종적으로 신화를 완성하는 것은 언제나 그 신예 배우의 역할이다. 제글러의 영화 데뷔작은 다름 아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였다. 명감독이 발탁한, 뮤지컬 장르를 소화해야 하는 배우로서의 실력에 의심의 여지는 없다.

빈민가의 한 발코니에서 새하얀 옷을 입고 화사하게 등장한 마리아 역할의 레이철 제글러는 자신의 진정한 등장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곳곳에서 몇번이고 되풀이한다. 남자아이 같은 장난기 어린 표정에서 토니에게 단숨에 사로잡힌 소녀의 열망이 담긴 눈동자로,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여성 특유의 저음에서 언제 그랬냐는 듯 거짓말처럼 맑고 깨끗한 고음의 목소리로, 발랄한 뮤지컬 스코어로 사랑에 빠진 마리아의 설렘을 드러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토니를 죽게 한 두 집단 사이의 적대를 증오하며 울부짖는 격정적 엔딩 장면으로 옮겨가며 제글러는 마리아의 새로운 얼굴을 충실하게 연기해낸다. 어떤 역동적 안무보다도 제글러의 보이지 않는 역동적인 변화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중추를 흔든다.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에서 그가 선보인 노래하는 집념의 전사는 앞선 작품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한 전혀 다른 얼굴의 전혀 다른 인격체의 전시 과정이다. 뚜렷하고 강인한 인상을 남기는 레이철 제글러의 얼굴은 배우라는 커리어에 있어 전혀 약점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앞으로 할리우드에서 <백설공주>를 맡게 될 제글러를 그려보는 데 이상하게도 이 변화무쌍의 얼굴이 일찍이 소모되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기우는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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