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얼굴과 이름은 단 한줄의 필모그래피, <바튼 아카데미>로 세상에 알려졌다. 알렉산더 페인 감독이 촬영지로 고른 학교에 도미닉 세사가 재학 중이었다는 우연은 영화가 공개된 이후 운명적 사건 같은 이야기로 돌아선다. 2002년에 태어난 이 배우가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옛날식 다이얼 전화 사용법을 몰라 한 차례 엔지를 낸 후, 다음 테이크에서 다이얼을 돌려 연기를 완성했다는 에피소드는 유명하다. 이 일화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에게 연기 경험이라곤 고등학교 연극부 활동이 전부였다는 사실이다. 제도 안에서 교육받은 적 없는 연기자의 연기 결과물이 카메라와 스크린을 넘어 관객에게 감동을 안겨주는 때에는 그것이 학습과 답습, 도식과 정형에서 벗어나 날것에 가까운 자연스러움에서 비롯되는 아주 짧은 순간도 포함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도미닉 세사는 단 한편의 영화로 관객을 손쉽게 설득한다.
한 고등학교에서 제작한 작은 연극 무대와 체계적 시스템을 갖춘 할리우드에서 제작한 영화 현장 사이에는 아득히 먼 거리와 차이가 있다. 적어도 도미닉 세사가 살아 있는 동안만큼은 영원히 기록으로 남을 영화와 그 촬영 장비를 코앞에 두고, 단 한번도 매체 연기를 선보인 경험이 없었던 한 신인배우가 남몰래 했을지도 모를 어떤 단호한 결심을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눈앞이 아찔해진다. 도미닉 세사의 ‘영화 연기 경력 없음’의 수식어를 무색하게 만드는 장면은 바로 그가 연기했던 앵거스가 가장 처연하면서도 우스꽝스러워 보일 때다. 제멋대로 굴다 어깨가 탈골된 상태로 역사 선생님 폴(폴 지어마티)에게 악을 쓰며 반항하는 장면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이 장면에서 도미닉 세사는 원래부터 헝클어진 머리칼과 고통으로 인해 한쪽으로 잔뜩 일그러진 얼굴, 다듬어지지 않은 마구잡이 발성으로 대사를 속사포처럼 내뱉는다. 마치 카메라가 눈앞에 없기라도 한 것처럼 눈물과 콧물 범벅의 얼굴을 당당하게 내보일 때, 그 결의 어린 무장해제를 향한 존경심마저 고개를 든다. 어떻게 보면 연기 경험이 전무한 배우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노련한 영화배우의 무장해제는 완벽하게 일치하는 것이 아닐까. 철부지 선생 폴과 소년 앵거스의 성장을 담은 <바튼 아카데미> 이후 필모그래피에서 거듭날 도미닉 세사의 영화적 성장은 기대를 품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