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특집] 이율배반적 아름다움, 마이크 파이스트
2024-05-10
글 : 남지우 (객원기자)

초연한 듯 처진 눈과 마른 몸. 소년부터 청년까지 너르게 소화하는 30대 배우 마이크 파이스트의 외양은 단순하게 설명되기엔 닮은꼴이 잘 떠오르지 않을 만큼 독창적이다. 배우로 입신한 곳은 뉴욕이나 출신지는 애팔래치아산맥 너머의 대표적인 공업, 블루칼라 지대인 오하이오다. 러스트 벨트 백인 노동자계급의 삶을 그린 논픽션 원작 영화 <힐빌리의 노래>의 배경에서 성장한 그는 스스로 “노동계급 출신 연극배우”(<워싱턴포스트>)라 부를 만큼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 영화를 통해 성장한 여타 백인 스타들과는 성분을 달리한다는 점이 의외다. <챌린저스>(2024)같이 극 중 인물들의 섹슈얼리티를 자유롭게 추론하는 재미가 있는 영화에서 파이스트의 출처 불명한 중성미는 빛을 발한다. 슬럼프에 빠진 테니스 선수 ‘아트’를 연기한 그는 패트릭(조시 오코너)을 향해 조건 없는 애착을 보이거나 거침없이 키스하며 존재 자체로 서사에 퀴어니스를 더한다. 타시(젠데이아) 앞에서는 복종하는 얼굴을 하고 그녀가 내릴 어떤 결정조차 받아들이려는 듯한 순종적인 사랑의 힘을 보인다. 파이스트는 아트를 통해 남성의 성적·감정적 취약성이 곧 한 인간의 진실함임을 설득해낸다. 힘에 있어서 끊임없이 두 사람에게 밀리는 아트지만, 캐릭터는 곧 배우를 닮아 오래 망설이다가도 끝내 모험을 감행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2021)는 마이크 파이스트를 브로드웨이에서 할리우드의 중심으로 데리고 온 작품이다. 티켓 판매 아르바이트로 시작해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의 조연에 오르기까지, 무대를 지켜본 스티븐 스필버그의 캐스팅 콜은 마이크 파이스트의 커리어엔 계시와도 같았다. 고향에서부터 다져온 춤 실력과 미성이기에 더욱 매력적인 음색은 대가 감독의 첫 뮤지컬영화 데뷔를 위해 준비된 것처럼 절묘했다. 관객들은 파이스트가 연기한 갱단 두목 리프로 인해 서브 인물이 주인공의 존재감을 위협하거나 추월하기까지 하는 또 하나의 사례를 알게 되었다. 오는 여름 미국 개봉 예정인 <더 바이크라이더스>(2023)에서 그는 대니 라이언이라는 실제 사진작가를 기반으로 한 캐릭터를 연기한다. 마이크 파이스트의 필모그래피는 크고 작은 역할 사이에서, 선역과 악역 사이에서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역전에 역전을 거듭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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