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상상 그 이상을 구현한다, 원작과의 차이점부터 의상, 노래까지 - 영화 <위키드>의 모든 것
2024-11-28
글 : 조현나

그레고리 매과이어의 소설 <위키드: 사악한 서쪽 마녀의 삶과 시간들>이 마침내 영화 <위키드>로 재탄생했다. 소설을 읽은 독자도, 원작 뮤지컬 팬도 영화를 더 다채롭게 즐길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정리했다.

마법의 세계, 영화만이 구현할 수 있는 것은?

영화 <위키드>의 제작자 마크 플랫은 뮤지컬 <위키드>를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뮤지컬 팬들이 선호하는 요소들을 누락하지 않으면서도, 스크린을 통해 <위키드>의 장점을 강화하고 본래의 세계관을 확장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첫째로 마크 플랫이 강조한 것은 “무대에서 불가능했던 원작의 수많은 요소들을 구현해내는 것”이었다. 가령 글린다(아리아나 그란데)가 비눗방울로 형상화된 기구를 타고 이동하거나 엘파바(신시아 이리보)가 빗자루를 타고 날개를 얻은 원숭이들과 함께 자유롭게 날아오르는 것, 더불어 오즈를 가로지르는 장면 등 영화에서만 연출 가능한 장면들이 실제로 더욱 강화되었다.

캐릭터 측면에서는 영화 <위키드>가 엘파바의 마법 능력을 더 전면에 내세운다. 뮤지컬에서는 엘파바가 휠체어를 사용하는 동생 네사로제(마리사 보드)를 돌보기 위해 쉬즈 대학교에 함께 입학한다. 하지만 영화에서 엘파바는 네사로제가 학교에 적응하는 기간 동안만 쉬즈 대학교에 머무르기로 한다. 그러나 교장 마담 모리블(양자경) 앞에서 우연히 마법의 재능을 드러내 보인 후, 마담 모리블은 그를 제자로 키우고 싶어 대학에 입학시킨다. 엘파바가 미래를 예지하는 모습이 추가된 것도 엘파바가 지닌 능력을 강화한 장면이라 볼 수 있다. 한편 캐릭터들의 관계성 측면에선 엘파바와 글린다의 우정에 보다 초점을 맞추는 방식으로 각색되었다. 원수와 다름없던 엘파바와 글린다는 가까워진 이후, 서로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삶을 바꿔나가는 여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결과적으로 글린다와 엘파바는 자신들이 세상에 도움이 될 일을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10년의 준비기간, 3시간의 오디션

감독으로 참여한 존 추와 배우 아리아나 그란데, 신시아 이르보는 <위키드>에 엄청난 애정을 갖고 있었다. 존 추는 어릴 때 <오즈의 마법사>를 바탕으로 ‘아메리칸드림’에 관한 세 단편영화를 만들었으며 <위키드> 뮤지컬을 여러 차례 관람할 정도로 엄청난 팬이었다. 존 추 감독은 캐스팅에 공을 들였다. 먼저 엘파바는 녹색 피부를 가졌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소수자 캐릭터이며 상처를 감내하는 모습을 보인다. 반면 글린다는 남들이 부러워할 모든 걸 가졌지만 정작 간절히 원하는 마법의 힘만큼은 소유하지 못한 인물이다. 엘파바와 글린다 모두 내외면의 간극을 잘 드러내면서도 뮤지컬 넘버를 훌륭히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는데 신시아 이리보와 아리아나 그란데가 두 인물에 적절한 배우였다. 신시아 이리보는 오디션만 3시간을 치렀으며 아리아나 그란데는 근 10년간 제작자 마크 플랫에게 ‘언제 <위키드>가 영화로 만들어지며, 오디션은 언제 치를지’에 관해 자주 질문해왔다. 그리고 <위키드> 넘버를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도록 더 클래식하고 오페라스럽게 노래할 수 있는 발성과 창법을 따로 훈련해왔다. 오디션 과정에선 존 추 감독에게 자신과 글린다가 어떤 공통점이 있으며 얼마나 영화 <위키드>에 진심인지 적은 편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원작 소설가 그레고리 매과이어의 최종 승인 이후 엘파바 역에 신시아 이리보, 글린다 역에 아리아나 그란데의 캐스팅이 완료되었다.

생기 넘치는 마을, 고풍스러운 학교

<위키드>의 공간은 한곳도 허투루 지어진 곳이 없다. 가령 동쪽 나라의 주민들이 살아가는 먼치킨랜드에는 900만 송이의 튤립을 심어 평화로운 분위기의 공간을 구성하고자 했다. 엘파바와 글린다가 입학하는 쉬즈 대학교는 고풍스러운 외관을 자랑한다. 반면 <Dancing Through Life>의 군무 시퀀스가 치러지는 도서관은 보다 현대적인 분위기로 연출됐다. 영화 <로열 웨딩>에서 영감을 받아 촬영된 이 장면에선 거대한 회전 책장 3개가 중첩된 공간이 등장한다. <닥터 스트레인지>에 참여했던 폴 코볼드 특수효과 감독이 제작한 세트로, 돌아가는 세개의 휠 사이를 배우들이 넘나들며 노래하는 스턴트 장면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환상의 도시 ‘에메랄드시티’

엘파바와 글린다가 마법사의 초대를 받아 에메랄드시티로 이동하고, 얼굴 형태의 거대한 기계가 위치한 왕좌실로 들어서는 장면은 극의 분기점이라 할 만하다. 두 사람이 쉬즈 대학교에서 에메랄드시티로 가기 위해 타는 기차는 원작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증기기관차가 아닌 정밀한 시계 태엽장치 형태를 지닌 기차를 디자인해냈다. 에메랄드시티는 이름과 마찬가지로 초록색을 주요 컬러로 하고 있으며 화려하고 웅장하게 연출된 것이 특징이다. 제작진은 1893년 시카고 세계 박람회에서 영감을 받아 아치형 구조를 다양하게 적용했으며, 섬세한 일러스트레이션을 바탕으로 실제 세트와 CG를 종합해 에메랄드시티를 완성했다. 또한 네사로제를 연기한 마리사 보드가 실제로 휠체어를 이용하는 배우임을 고려해 장애인 코디네이터를 따로 고용해 아티스트 트레일러, 휴대용 화장실, 녹음 스튜디오 등을 포함해 모든 세트를 휠체어로 접근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거대한 ‘얼굴’과 마주할 때

마법사(제프 골드블럼)의 왕좌실은 위압적 분위기는 유지하되 현대적인 공간으로 재설계됐다. 조종사가 조종하는 약 4.5m의 거대한 기계가 왕좌실의 주요 요소였다. 전문 퍼펫 조종사이자 SFX 기술자인 크리스 클라크팀은 우선 12배로 축소된 모형을 제작한 뒤 눈을 깜빡이고 얼굴을 움직이는 형식을 실제 크기로 확장된 버전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완성해냈다.

엘파바에겐 블랙을, 글린다에게는 핑크를

스티븐 스필버그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와 존 추 감독의 <인 더 하이츠> 작업에 참여한 폴 태즈웰 의상디자이너가 <위키드>의 의상을 담당했다. 폴 태즈웰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엘파바와 글린다의 성격과 차후 변화까지 반영된 의상들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엘파바는 어둠, 글린다는 빛을 주제로 잡아 두 인물의 의상 텍스처와 장교함에 대비를 주었다. 엘파바는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복잡하고 유기적인 텍스처와 패턴을 사용한 블랙 계열의 옷을 주로 착용한다. 엘파바의 모자는 글린다의 할머니가 만든 것으로 엘파바가 자아를 실현하고 강한 힘을 얻는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반면 글린다의 의상은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글린다가 착용한 핑크 톤의 드레스와 왕관에서 영감을 얻었다. 상황에 따라 의상은 달라지지만 핑크, 라벤더 톤의 의상을 즐겨 입으며 커스텀 자수가 더해졌다는 특징이 있다.

마담 모리블의 신비함을 드러내며

마담 모리블은 신비감은 유지하되 과도한 악역처럼 보이는 것은 삼가야 했다. 결과적으로 마담 모리블의 의상은 소용돌이치는 구름, 바람과 같은 역동적인 날씨를 모티브로 제작됐으며 마찬가지로 수를 놓거나 구슬 패턴을 더하는 식으로 표현되었다.

현장감을 살린 음악과 노래

배우들에게는 옆모습을 촬영해도 잡히지 않을 만큼 아주 작은 크기의 IDM 이어폰이 제공됐다. 사전에 녹음된 음악을 들으며 퍼포먼스를 자유자재로 이어나가기 위함이었다. 춤과 노래를 병행해야 하는 만큼 뮤지컬영화에선 라이브로 노래하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위키드>의 몇몇 장면에서는 실제로 배우들이 라이브로 노래를 불렀다. 또한 신시아 이리보, 아리아나 그란데가 감정에 맞춰 템포를 늦추거나 올릴지라도 제작진은 이를 존중하며 그에 맞춰 피아니스트 연주가 따라갈 수 있도록 했다. <위키드>의 중요한 넘버 중 하나인 <Defying Gravity>를 엘파바가 부르기 전, 존 추 감독과 신시아 이리보, 아리아나 그란데는 합의하에 엘파바와 글린다가 자신의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장면을 추가하기로 합의했다. 해당 장면을 촬영하기 하루 전에 결정된 것으로, 짧은 장면이지만 원작 팬들에겐 색다른 재미를 안길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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