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할리우드의 뉴 히로인 6 [1] - 스칼렛 요한슨
2004-01-09
글 : 김현정 (객원기자)
할리우드를 매혹시킨 여섯명의 여배우

P. J. 호건의 <피터팬>에서 피터팬과 아이들은 후크 선장을 조롱하면서 외친다. “당신은 너무 늙었어!” 그건 아이들이 어른보다 잔인한 면을 가지고 있어서 나온 외침이었지만, 젊음은 그것만으로도 축복이라는 사실 역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소녀, 타고난 매력과 힘을 있는 그대로 발산하는, 바라만 보아도 언제 잃어버렸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무언가를 떠올리게 하는 소녀. 새해를 맞는 <씨네21>은 그런 소녀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지면을 마련했다. 정말 십대 소녀도 있고, 스무살이 몇년 전에 지났는데도 여전히 맑은 이십대 처녀도 있지만, 이 여섯명의 배우는 ‘소녀’라는 단어에 어울리는 기운을 가진 이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더이상 젊지 않을 때에도 우리와 함께 할 수 있을 배우들일 것이다. 조심스럽게, 하지만 확고한 편견으로, 이 ‘소녀시대’의 페이지를 시작한다.



고집 세고 영민한 롤리타, 스칼렛 요한슨

"스칼렛은 매우 관능적이면서도 소녀처럼 순진해보인다. 눈으로 감정을 발산할 줄 아는, 그런 종류의 배우다."

◀◀ REW <판타스틱 소녀백서>의 레베카, 괴짜 소녀의 가장 친한 친구인 괴짜 소녀, 귀여운 구석이라고는 없을 것 같았는데도, 예쁘고 단호하고 기운이 있었다.

▶ PLAY 스칼렛 요한슨은 3년 전 <러브 송 포 바비 롱>에 존 트래볼타와 함께 출연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무렵 에이전트는 신인배우가 세운 대담한 계획이 불가능할 거라고 믿었지만, 그가 틀렸다. <호스 위스퍼러>의 상처받은 어린 소녀 요한슨은 쑥쑥 자라났고, 열아홉살 나이보다 어리게도 성숙하게도 보이는 탄력있는 배우가 되어, 트래볼타와 카메라 앞에 섰다. 고집스럽게 살아남은 생존자. 자신을 잘 이해하고 있는 요한슨은 <진주 귀고리 소녀>의 그리트가 “진정한 생존자이며, 그런 점에서 나와 닮았다”고 확신했다. 그 ‘생존자의 회고록’은 꽤 부피가 나간다. 요한슨은 리 스트라스버그 연기학교에 다니면서 11년 동안 연기를 해왔다. 크리스마스영화 <나홀로 집에3>, 대담한 십대로 출연한 <매니 앤 로>, 코언 형제의 롤리타가 된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천진한 액션영화 <프릭스>. 이렇게 서로 어울리지 않으면서도 하나하나 보탬이 되는 영화들로 채워진 그녀의 경력은 영리하고 노련하다. 여우주연상을 포함한 골든글로브 5개 부문 후보에 오른 <로스트 인 트랜슬레이션>의 감독 소피아 코폴라는 96년에 이미 그녀를 발굴해두었다. 코폴라는 “스칼렛은 맥도널드 이야기를 하다가도 촬영에 들어가기만 하면 사려 깊고 지적인 여인이 된다. 정말 드문 경우다”라고 평가했다. 코폴라는 이 십대 소녀가 야무지게 한 말을 들었을까. 요한슨은 그 총명한 행보를 신기해하는 이들에게 “마음에 드는 시나리오가 없으면 찾으러 나서야 한다. 집안에 음식이 없다고 굶어죽을 순 없으니까. 이건 그냥 당연한 일인데”라고 반문했다.

▶▶ FF <진주 귀고리 소녀>의 그리트, 단 한번도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으면서도 위대한 화가 베르메르를 매혹시킨 소녀로 선택받았다. 감독 피터 웨버는 “스칼렛은 매우 관능적이면서도 소녀처럼 순진해 보인다. 눈으로 감정을 발산할 줄 아는, 그런 종류의 배우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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