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쿠센>〈GTO> 등 만화적 캐릭터의 ‘일본스러운’ 드라마 인기, 멜로성 트렌디 드라마는 약세
각 방송사의 편성 담당자들과 전문가들은 아직 국내 시청자의 일본 드라마에 대한 선호가 파악되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동안 7개 채널에서 방영된 작품은 <내 사랑 사쿠라코> <도쿄 러브스토리> <골든볼> <퍼스트 러브> <한여름의 메리 크리스마스> 등 일본에서 높은 인기를 누린 트렌디드라마나 멜로물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작품들이 국내 시청자에게도 무난하게 어필할 것이라 예상했으나 결과는 달랐다. 파격적인 캐릭터와 구성, 이색적인 소재 등 국내 드라마와는 전혀 다른 일본 드라마만의 특징이 확연히 드러나는 작품들이 시청자의 시선을 끈 것이다.
방영된 일본 드라마 중 유일하게 평균 시청률 2%를 넘고 최고 4%가 넘는 시청률까지 기록한 작품은 SBS Drama+의 <고쿠센>. 조폭 출신 여선생님과 문제아 학생들이 벌이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담은 이 작품이 높은 시청률을 보인 것이나 비슷한 소재를 다룬 MBC 무비즈의 〈GTO>가 인기를 끈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MBC 무비즈의 손인철 편성팀장은 “일본 드라마를 즐겨보는 시청층은 주로 10대 위주의 저연령층인 것으로 나타났고 이들은 만화적인 캐릭터와 기발한 소재 등 국내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특징을 지닌 작품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OCN의 박선진 편성팀장 또한 “<트릭>과 <사토라레> 등 미스터리스릴러나 판타지 장르의 반응도 좋았다”며 “멜로물뿐 아니라 여러 가지 장르의 다양한 드라마를 방영해 시청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미풍, A급 선수들의 태풍을 기대하라
기대를 모았던 멜로 트렌디 드라마들이 약세를 보인 데 비해 일본 드라마만의 특징이 확연히 드러난 작품들은 강세를 보였다. 위부터<골든볼> <내 사랑 사쿠라코>
일본 드라마에 대한 반응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은 일명 ‘A급 선수’들이 아직 등장하지 않은 데에도 이유가 있다. 일본의 유명 매니지먼트 회사인 쟈니스 소속 배우들(대표적으로 SMAP의 기무라 다쿠야, TOKIO의 나가세 도모야, 다키자와 히데아키 등이 있다)이 출연한 드라마의 경우, 그쪽에서 수출을 거부하고 있어 국내 채널들이 방영을 하고 싶어도 불가능한 형편이다. 일본의 경우 배우 소속사에서 거부하면 해당 방송사에서 마음대로 프로그램 수출을 할 수 없다. <롱 버케이션>이나 <뷰티풀 라이프> 등 최대 히트작들이 시청자의 안방을 공략하지 못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톱스타들이 소속되어 있는 매니지먼트 회사에서 한국에서의 드라마 방영을 반대하는 이유는 일본 대중문화를 받아들이기에 아직까지 한국시장이 충분히 성숙하지 못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인기 배우들은 대부분 가수와 겸업을 하고 있는데 이들이 출연한 드라마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음반까지 대박을 내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한국시장 진출에서도 단순히 드라마만 방영해서 승부를 내는 것이 아니라 음반과 연동해 마케팅 전략을 짜고 있는 것이다. 아직 한국에서 일본 드라마에 대한 반응이 약하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자신들의 드라마를 내보내는 것은 음반 판매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들의 판단이다. 국내에서 점차적으로 일본 문화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일본 드라마와 음반이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을 때 비로소 일본 드라마의 ‘정수’를 맛보게 될 듯하다. 실제로 이런 대작들이 방영을 시작하면 일본 드라마의 영향력은 생각 이상으로 커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드라마 수급이 원활해진다고 해도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다. 현재 규정상 시청등급이 12살 이상인 드라마만 방영이 가능하며 일본 드라마의 폭력성이나 선정성 등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제기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SBS Drama+의 박영희 편성차장은 “국내 정서에 맞지 않는 장면이나 대사의 경우 자체 심의로 걸러내는 경우가 많아 마니아들의 불만이 크다”며 “성에 대해 과감하게 다룬 드라마나 죄수와 간수의 사랑 이야기 등 이색적인 소재를 다룬 드라마의 방영은 까다로운 규제 때문에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방영예정 일본드라마, 코믹 멜로가 대세
어쨌든 3월 하반기에는 총다섯편의 새로운 일본 드라마들이 시청자를 찾아간다.
MBC 드라마넷의 <성형미인> <중매결혼> <파이팅 걸>은 일본에서 드라마 왕국이라 불리는 <후지TV>에서 방영되었던 작품. <성형미인>은 전신성형을 해서 아름다워진 주인공이 못생겼을 때의 성격과 생활습관을 버리지 못해 생기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으며 <중매결혼>은 중매로 만난 세쌍의 남녀가 결혼에 이르는 과정을 때론 코믹하게, 때론 애처롭게 그려간다. <중매결혼>에서는 영화 〈4월 이야기>의 히로인인 마쓰 다카코의 망가지는 연기가 핵심 포인트. <파이팅 걸>에선 <프렌즈>에 출연했던 후카다 교코, 일본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윤손하를 볼 수 있다. 삶의 목표없이 불안하게 살아가던 일본인 소녀가 한국인 유학생 친구를 만나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내용이다. 윤손하는 독립적이고 자의식이 강한 인물을 맡아 열연했다. MBC 무비즈의 <더블 스코어> 또한 <후지TV>에서 방영된 작품. 영화 <투캅스>와 비슷한 성격의 드라마로 무데뽀로 사건을 처리하는 대책없는 형사와 학벌 좋은 엘리트 신인형사가 콤비를 이루어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GTO>의 스타 소리마치 다카시가 사고뭉치 형사 역을 맡았다. SBS Drama+에서 <고쿠센> 후속으로 방영예정인 <이상적 결혼>은 1997년 〈TBS>에서 방영되었던 작품. 일본에서 방영된 지 7년이나 지난 작품이지만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하는 남녀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린 트렌디드라마의 수작인데다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로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다케노우치 유타카가 출연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SBS Drama+는 <이상적 결혼> 이후에 국내 드라마 <앞집 여자>처럼 30대 주부들의 로맨스를 다룬 <사랑을 몇년 쉬었습니까>를 방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