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 시티> <프렌즈> 등 두터운 마니아층 형성한 외화시리즈들
<브이> <맥가이버> <케빈은 12살> 등 1990년대 초반까지 국내 드라마 못지않게 시청자에게 많은 인기를 끌었던 외화시리즈들을 기억하는지. 이후 지상파에서 외화시리즈 편성비중을 급격히 줄이면서 이에 대한 시청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준 것이 바로 케이블채널이었다. 지상파에서 방영될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은 작품이 쏟아졌고 시청자는 자신의 입맛에 맞는 프로그램을 마음껏 골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중 양대산맥을 꼽으라면 단연 <프렌즈>와 <섹스 & 시티>일 것이다.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면서 여러 부가적인 문화현상까지 낳은 두 작품은 국내에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면서 몇년째 그 인기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프렌즈>가 시즌 10, <섹스 & 시티>가 시즌 6으로 막을 내리게 된다. 한 시즌이 끝날 때마다 다음 시즌을 목빠지게 기다렸던 팬들의 아쉬움이 클 수밖에. 그만큼 어떻게 결말을 맞을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도 크다.
케이블 인기 외화시리즈 1호, <프렌즈>
<프렌즈>는 지난 3월1일부터 동아TV를 통해 시즌 10이 방영되고 있다. 시즌 10은 지난 시즌들이 24편 정도였던 것에 비해 다소 적은 18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미국 〈NBC>에서 현재 14편까지 방영된 상태다. 1994년 미국에서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10년 동안 줄곧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고 있듯 국내에서도 1996년 동아TV에서 방영을 시작한 뒤 주인공들의 쿨한 삶의 태도에 매료된 마니아가 양산되었다. 미국에서 방영된 다음날 바로 동영상이 올라오는 기동성이 장점인 한 포털 사이트의 <프렌즈> 동호회 회원수는 8만명이 넘을 정도.
여섯 친구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연애사가 줄거리의 중심축이었던 <프렌즈>는 시즌 9에서 레이첼과 조이의 키스장면이 마지막을 장식하면서 시청자의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딸 엠마를 낳아 함께 기르는 레이첼과 로스는 정말 이대로 끝나는 것인지, 10년 동안 좋은 친구였던 레이첼과 조이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게 되는 것인지. 시즌 10에서 레이첼과 조이는 연인관계로 발전하지만 이들의 앞날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세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정리될 것인지는 <프렌즈>가 막을 내리는 그 순간까지 관심을 집중시킬 듯하다. 아이를 가지는 데 실패하고 입양을 결정한 모니카, 챈들러 부부가 예쁜 아기를 얻을 수 있을지, 가장 엉뚱한 캐릭터인 피비가 마이크(폴 러드)와의 결혼을 앞두고 또 어떤 기발한 행동을 보여줄지도 시즌 10의 관심사 중 하나다. 20대 중반에 만나 30대 후반을 바라보는 지금까지 오랜 시간 우리와 함께했던 여섯 친구들을 보내는 마음은 아쉽기 그지없지만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유쾌한 이들의 모습은 마지막까지 흐뭇한 웃음을 안겨줄 것이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기획한 <테이큰> 방영 예정
‘성공한’ 네명의 여성 뉴요커가 풀어놓는 솔직한 성담론으로 화제가 되었던 <섹스 & 시티>도 오는 5월 캐치온을 통해 방영되는 시즌 6으로 마무리를 짓는다. 미국〈HBO>를 통해 지난 2월 이미 막을 내린 <섹스 & 시티>의 마지막 회를 본 시청자는 1천만명이 넘을 정도였다고. 성 칼럼니스트 캐리(사라 제시카 파커)를 중심으로 바람둥이 홍보이사 사만다(킴 캐트럴), 보수적인 성향의 큐레이터 샬롯(크리스틴 데이비스), 냉철한 성격의 변호사 미란다(신시아 닉슨)의 자유분방한 연애사가 중심이지만, 주인공들의 화려한 패션 스타일로 더욱 관심을 끌기도 했다. 때문에 시즌 6에서 캐릭터마다 또 어떤 개성적인 의상을 선보일지도 팬들의 관심거리다. 발레스타이자 영화배우인 미하일 바르시니코프와 〈X파일>의 멀더 요원으로 유명한 데이비드 듀코브니가 조연으로 출연하는 것도 시즌 6의 특징이다. 시즌 6에서 러시아 아티스트와 사랑에 빠지는 캐리와 유방암에 걸린 사만다, 결혼을 결심한 샬롯과 미란다의 삶과 사랑은 어떻게 전개되고 어떻게 정리될 것인가. 오는 5월이면 그 모든 궁금증을 풀 수 있다.
<프렌즈> <섹스 & 시티> 두 작품 외에도 국내 드라마와는 차별화된 색다른 재미로 눈길을 끄는 외화시리즈의 폭은 넓다. 무비플러스에서 방영하는 〈X파일>은 모든 시즌이 종영된 뒤 재방영이 이어지고 있는 데도 여전히 인기가 높으며 일부 시즌만이 소개되었던 의학드라마〈ER>은 시청자의 요청으로 시네포에버에서 시즌 3, 스카이HD에서 시즌 6에서 9까지가 방영되고 있다.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 참모진들의 활약을 그린 정치드라마 <웨스트 윙>과 장의사 가족이 겪는 에피소드를 담은 블랙코미디 <식스 핏 언더>도 캐치온에서 방영을 시작한 이후 해가 거듭될수록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3월20일부터는 또 하나의 기대작이 선을 보인다. 홈CGV에서 방영할 10부작 SF <테이큰>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총제작·기획을 맡았다는 것만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가 〈E.T.> <미지와의 조우> 등에서 보여주었던 우주와 외계인에 대한 관심, 인간과 외계인의 만남, 상상을 현실화시키는 SF적 기술을 ‘집대성’한 것이 바로 <테이큰>이기 때문. 크로포드가, 키스가, 클락가의 세 가문을 중심으로 1947년부터 현재까지 50여년의 세월 동안 4대에 걸쳐 펼쳐지는 외계인의 인간유괴사건을 다룬 이 작품은 시청자를 원대한 상상의 세계로 안내할 듯.
성인채널
낮에는 언니들, 밤에는 오빠들이 즐기는 핑크채널
특정 타깃 공략이냐, 질이냐. 성인채널이 2004년 내놓은 전략은 이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위성방송의 성인전문 방송들은 지난해 주요 ‘인기 품목’이었던 국산 에로물과 성인 애니메이션을 주요 편성 전략으로 삼으면서 일본 AV의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미드나잇채널 편성팀의 어일경 PD는 “자체 시청률 조사 결과 국산 에로물이 서양물보다 4∼5배나 높게 나왔다”면서 “지난해 10월 시작한 애니메이션도 3배 정도 높은 시청률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 조사를 바탕으로 미드나잇채널은 3월부터 홍콩과 타이, 중국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아시아 콘텐츠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은 일단은 호의적(아시아 콘텐츠도 서양물에 비해 3배 정도 높은 시청률을 보였다). 어일경 PD는 “일본 문화가 좀더 개방됐을 때를 대비해 일본 성인물을 확보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면서 “올 하반기 정도에는 일본과 합작한 작품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미드나잇채널의 장점은 가상공간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이야기, 무협에로, 원시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 등 다양한 소재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 많다는 점이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올 여름을 겨냥한 국내 공포에로물. “짧은 에피소드로 이뤄진 도시괴담 형식으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무서운 이야기에 성적인 코드를 살린 작품이 될 것”이라는 설명.
플레이보이사의 프로그램을 독점공급하고 있는 스파이스TV도 지난해 국산 에로물의 상대적 인기 구가에 따라 국내물의 편성비율을 30%까지 높였다. 하지만 스파이스TV의 장민석 국장은 이에 그리 긍정적인 입장은 아니다. 그는 “16㎜ 국산 에로물을 많이 틀면 30∼40대 남성들을 많이 끌어들일 수 있다. 하지만 여성이나 나이든 분들은 ‘신음소리’ 등에서 많이 거북해 한다”고 말했다. 스파이스TV의 노영선 부사장도 “종합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고 있는 플레이보이사와 손잡고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 개발에 힘쓸 것”이라고 올해 사업계획을 밝혔다. 그는 성인채널 시청률 조사에서 눈에 띄는 점이 낮에는 스파이스TV가, 밤에는 미드나잇채널이 강세를 보인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낮 시간대에는 스파이스TV의 하우투 프로그램과 드라마 시리즈를 즐기는 여성이, 밤 시간대에는 미드나잇채널의 16㎜ 국산 에로물을 즐기는 남성이 많다는 것을 증명하는 결과라고 해석했다. 2004년 스파이스TV는 HD로 제작된 고화질의 프로그램 공급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