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4가지 욕망코드로 골라보는 제6회 서울여성영화제 [2]
2004-03-30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code2문화적 욕망

생산적인 활동가로 불러주오

<벌거벗은 페미니스트> The Naked Feminist

루이사 아칼리 / 호주 / 2003년 / 58분 / 베타 / 다큐멘터리 / 영페미니스트 포럼

<벌거벗은 페미니스트>가 선택한 장은 포르노 산업이다. 장편 극영화 <원 테이크>를 만들었으며, 독립 다큐멘터리 작가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루이사 아킬리는 한 잡지에서 포르노 스타 니나 하틀리에 관한 기사를 읽고 포르노 산업 내의 페미니즘 가능성을 발견하고는 곧 <벌거벗은 페미니스트>의 작업에 착수하게 된다. 이 다큐멘터리는 오랜 기간 남성들의 시각적 쾌락에 종속돼온 것으로 악명 높았던 포르노 산업 속에서 오히려 ‘전복적인’ 페미니즘 투사들을 발견한다. 포르노 스타 베로니카 하트, 캔디다 로얄, 글로리아 레오나드, 애니 스프링클, 베로니카 베라 등은 자신들의 긍정적인 자부심과 세계관, 활동 방식, 작업 형태들을 준거로 포르노그라피가 단순히 남성 전유물로 복속되는 것에 반대한다. 그녀들은 “영화를 만들고, 촬영을 할 때 원하는 것은 바로 창조적인 통제”라고 말하면서 어떤 “희생자”로 불리기보다는 생산적인 활동가로서 인정받기를 주장한다. 감독 루이사 아킬리는 현장 주체들의 목소리에 덧붙여, 지속적으로 포르노그라피의 악영향을 비판해온 여권운동가의 주장과 이에 맞서 포르노그라피에서 새로운 운동 가능성을 찾아내고 있는 페미니즘 영화 이론가의 주장을 병치시키면서 페미니즘의 길을 찾는다.

< 급진적 하모니> Radical Hamonies

디 모스배커 / 미국 / 2002년 / 88분 / 베타 / 다큐멘터리 / 영페미니스트 포럼

<급진적 하모니>는 레즈비언 여성 뮤지션들의 생명력 넘치는 연대의 역사를 성실하게 기술한다(그런 점에서 이 다큐멘터리는 2002년 샌프란시스코 국제 레즈비언 게이 영화제 최고 다큐멘터리 관객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지난해 퀴어아카이브가 개최한 ‘퀴어 베리테-레즈비언, 게이 다큐멘터리의 지도 그리기’ 행사에서 <여전사들의 합창>이라는 제목으로 비디오 상영된 바 있다). 정신과 전문의이며 여성운동단체의 설립자이기도 한 감독 디 모스배커는 1970년대를 기점으로 레즈비언 여성 뮤지션들의 이름과 앨범, 그리고 그들이 참여한 페스티벌, 거기에 영향받은 다음 세대 여성음악가들의 증언을 하나씩 불러낸다. 따라서 <급진적 하모니>에는 로니 길버트, 스윗 허니 인 더 록, 홀리 니어, 맥 크리스티안, 크리스 윌리엄슨, 워싱턴 시스터즈 등 수많은 여성-레즈비언 뮤지션들의 공연장면이 삽입되어 있을 뿐 아니라, 포크, 재즈, 록, 블루스, 클래식에 이르기까지 여러 음악장르에서 그 활동의 역사들을 찾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급진적 하모니>는 말 그대로 급진적이면서도 조화로운 여성운동의 한 연대기를 소개한다.

<힙합의 여전사> Nobody Knows My Name

디 모스배커 / 미국 / 2002년 / 88분 / 베타 / 다큐멘터리 / 영페미니스트 포럼

<힙합의 여전사>는 레즈비언 여성 연대에서조차 누락된 현재의 여성 뮤지션들을 무대의 중앙으로 불러낸다. 그것이 바로 힙합이다. 여성힙합 댄서로서 활동하고 있는 ‘아시아 원’, 남편과 아이와 함께 음악활동을 하는 ‘리사’, 90년대 결성되어 인기를 누리는 랩 그룹 ‘비트 정키즈’의 여성 멤버 ‘DJ 심포니’, 96년 <리듬 앤 비트>라는 메이저 음반을 발매하기도 했던 ‘리쉬아’, Cripette의 전 멤버였던 ‘티-러브’, LA 언더그라운드 힙합 뮤지션 ‘메두사’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힙합의 여전사>의 원제 “누구도 내 이름을 알지 못한다”가 반영하듯 그녀들의 현재는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영화감독이자 교육자인 감독 레이첼 레이미스트는 그 여섯명 힙합 여전사들의 인터뷰를 차례로 담으며 현재의 어려움에 대한 상담의 시간을 함께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멈추지 않을 의지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