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2004 충무로 파워 50 - [5] 31위~40위
2004-05-04
글 : 이영진

31 김광섭ㅣ롯데시네마사업본부 대표

03 22위

‘수면 밑의 메이저’ 롯데시네마를 맡은 지 1년. “성과보다는 전망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는 표현처럼 제작·투자·배급 분야를 강화하는 방향의 계획을 언급했다. 상영관은 “2004년에는 14개관, 107개 스크린 수준이며 향후 서울에 영등포와 노원에 상영관 설립 및 진행 중인 것만 27개관, 206개 스크린.” 지방 멀티플렉스 맹주의 본격적인 서울 공략이 시작된다. 투자·배급 분야는 “<나두야 간다>가 롯데의 공동제공과 배급을 겸하는 첫 작품이다. 연간 12편 정도를 제작 및 투자·배급할 계획”이며 펀드조성과 조직개편을 통해 본격적인 영화계 진입을 노린다.

그래서 · “상영관쪽은 3∼4년 내에 300개 스크린을 확보하고, 제작·투자·배급 분야는 전문인력을 구성하고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갖춰가는 중이다.”

32 김지운ㅣ감독

01 34위

“대중을 가장 정확하게 이해한다.” “배우나 자본이 없어도 뛰어난 상업영화를 만들 수 있는 감독.” <장화, 홍련>으로 3년 만에 순위에 재진입한 김지운 감독은 한번도 흥행에 실패한 적이 없고, 평단의 지지도 놓치지 않았다. “코미디 감독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홀가분했다”는 것이 지난해를 돌아보는 그의 추억. 영화 한편을 만들고 나면 항상 국제영화제를 순회하느라 바빴던 그는 이번엔 비교적 짦은 휴식을 가졌고, 여름에 누아르 <모두가 그녀를 좋아한다>(가제) 촬영을 시작할 계획이다.

그래서 · “누아르는 호러 다음으로 만들고 싶었던 장르다. 어떤 영화가 나올지 나도 참 궁금하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1년이 될 테니까, 올해도 지난해처럼 재미있을 것이다.”

33 문소리ㅣ배우

첫 진입

“그럴 리가? 너무 당황스럽다. 내가 무슨 파워가 있다고.” 문소리는 ‘33’이라는 숫자가 맘에는 들지만 너무 뜻밖이라는 반응이다. 하지만 스크린에 나선 이래 가장 파란만장했던 1년을 보낸 그에게 충무로는 “한국의 제인 폰다가 드디어 나타났다”(이현승 감독)고 반긴다. <오아시스>로 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린 뒤 “천당과 지옥을 몇번씩이나 오가는 느낌”으로 <바람난 가족>의 험한 여정을 거쳐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당당히 밝히는 똑똑한 여배우의 이미지를 굳혀가고 있다. 곧 <효자동 이발사>에서 송강호의 야무진 아내로 등장할 그의 다음 순서는 <사과>. 결혼 적령기 남녀의 솔직하고 생동감 있는 연애와 결혼 이야기로 “너무나 평범하고 무난한 영화여서 현실의 내 모습이 그대로 담길 것 같은 예감”에 은근히 부담스럽다.

그래서 · “작품 선택할 때마다 주변에서 도전이고 모험이라고 했지만 실제의 난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번에야말로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연기가 특별히 두드러질 게 없어서 더욱 그렇다. 중간점검의 필요를 절실히 느낀다.”

34 문성근ㅣ배우

01 8위 · 02 13위 · 03 18위

앞날에 대해 “앞으로는 총선이 없으니 영화에 전념할 터”라고 요약했다. 거듭된 순위 하락에도 불구하고 영화인들은 그를 “영화계를 대변하는 오피니언 리더”라고 말한다. 총선 결과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로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짤막하게 정리했다. 쿼터에 대해서도 이미 준비한 이들이 훌륭하고 떨어져 있은 지 2년이 넘어서 나설 일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탈진된 심신을 추스르기 위해 바닷가나 산속으로 가고 싶다”는 그의 손에는 이미 시나리오가 들려 있다. 아직 작품을 정하지 못했으나 조만간 영화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

그래서 · “영화라는 게 대본 쓸 때부터 어떤 배우를 연상해야 하는데 대선 끝나고 쟤가 가만히 있을까 하고 생각해보면 지난해에 일을 못한 건 당연하다. 올해는 걱정 마시고 배우로 써주셨으면 한다.”

35 최재원ㅣ아이픽처스 대표

첫 진입

영화인들은 “아이픽처스 독립 원년”과 “한국영화의 숨은 재정꾼”으로 무한창투에서 독립한 그를 기억했다. 지난해 아이픽처스는 코스닥상장사인 지니웍스와 지주회사를 설립하여 안정적 자본조달을 꾀했다. 그는 배급사인 풍년상회의 안정과 “<태극기 휘날리며>나 <실미도>와는 다른 역사적 배경의 영화”인 <효자동 이발사>의 성공을 올해 과제로 제시했다. “스스로도 제대로 된 재정꾼 역할을 하는 것이 희망”이라며 완성보증, 간접투자자산운용, 영화산업 관련 세제 개선 등 향후 영화산업의 인프라 구축에 현장의견을 전달하는 데 한 몫을 하겠다고 말한다.

그래서 · “<장화, 홍련>을 통해 가능성을 확인했고, 청어람 분쟁을 겪으며 아직 많이 부족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회사가 사는 것도 중요하고, 한편으로 영화산업 전체에 기여하는 생각을 해야겠다고 판단하는 중이다.”

36 정태원ㅣ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

03 13위

<가문의 영광>과 <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으로, 박스오피스를 석권하며, 높은 순위로 첫 진입했던 태원엔터테인먼트의 정태원 사장은 지난해 제작한 <나비>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올린 탓인지 약간 주춤했다. 지난해 한국영화와 외화의 투자·배급 창구를 ‘다원화’하기 시작한 정태원 사장의 2004년은 그 어느 때보다도 분주할 것 같다. 연내 제작, 개봉예정인 영화만 해도 모두 4편. 6월엔 <페이스>로 호러영화의 첫 테이프를 끊고, 7월엔 이병헌-최지우 투톱을 내세운 <누구나 비밀은 있다>를 개봉한다. <역전의 명수> <가문의 영광2> 등이 라인업에 올라 있고, 지난 4년간 준비한 무협 프로젝트 <무영검>도 올 여름 착수한다. 마이클 잭슨 내한공연을 마지막으로 중단했던 공연 기획을 다시 시작하겠다는 계획도 잡아놓았다.

그래서 · “지난해가 지지난해보다 부진했던 건 사실이지만, 사업하는 입장에서 일희일비하진 않는다. 부족했다고 판단되는 부분을 올해 보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37 김형준ㅣ한맥영화 대표 ·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장

03 45위

“실패를 거듭하는 것도 기회를 마련하는 그의 재능에서 비롯된다.” 그의 충무로 경력과 ‘추진력’을 인정하면서도 제작에서의 실패를 아쉬워하는 영화계의 중평이다. 93년 잡지에서 발견하고 10년을 넘어 제작된 <실미도>로 다시 한번 ‘충무로의 아이디어 뱅크’임을 입증하고 열두 계단을 더 올라선 그는 <실미도>의 미국 개봉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중이다. 지난 2월 아시아필름네트워크(가칭 AFCN)를 위한 준비모임에서 <천년호> 사례를 제시하며 합작의 가능성을 모색했다. 재정학을 공부했던 원래 배경과 해외제작 경험을 감안하면 아시아합작이나 연대의 큰 흐름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정원 감독의 신작 <시실리, 2km>가 자체 제작으로 진행 중이다.

그래서 · “대작들이 성공하는 지금 같은 시기일수록 스토리의 탄탄함이나 프로덕션의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이 중요해질 것이다.”

38 노종윤ㅣ싸이더스 본부장

첫 진입

싸이더스를 이끌고 있는 부함장. 차승재 대표에 가려 활동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영화사 살림을 챙기며 제작 시스템을 조율해온 인물이다. 영화계 안팎에선 “차승재가 벌이고 노종윤이 정리한다”는 말이 돌 정도. 차 대표도 “회사 경영에 있어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한다. 작품 선택시 “합리적인 선구안을 갖고 있다”는 평판을 얻고 있다. 이는 각 부문을 두루 섭렵한 이력과 무관치 않다. 영화아카데미를 나와 외화 마케팅 일을 했고, 1993년 삼성영상사업단에 입사해서는 한국영화 제작파트를 맡아 <돈을 갖고 튀어라> <비트> 등을 만들었다. 제작 물량이 많아질수록 ‘싸이더스 공장장’으로서 그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 “딴 짓 안 하고 영화 만들면서 후배 양성하는 거지. 지난해에도 그랬고, 올해도 그럴 거다. 곧 촬영에 들어가는 <역도산>은 일본시장을 적극적으로 겨냥한 작품인데 한국영화 시장을 확대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휴가 좀 써봤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도 있다.”

39 김동원ㅣ독립영화 감독

01 47위

“충무로 영화인들은 모두 그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다.” “그의 존재 자체가 영화를 왜 하는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독립영화계의 대부 김동원 감독이 순위권 안으로 재입성했다. 표현의 자유 쟁취, 각종 영화정책 입안 등에 참여해 순위에 랭크됐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송환>을 만든 지난 10년간의 노고에 대한 지지로 읽힌다. 10년 동안 찍었으나 묵혀놨던 <송환>을 편집하느라, 선댄스영화제를 비롯해 각종 영화제에 참석하느라 지난 한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는 김동원 감독. 독립다큐멘터리로는 이례적으로 국내에서 2만명의 관객을 불러모았고, 7월 일본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그래서 · “쓰치모토 노리야키 회고전이 일본에서 열리는데 거기 세미나에 참석해야 하고 그때부터 일본 개봉을 위한 현지 홍보작업에 들어간다. 좀 쉬어야 집에도 면피하는데. 계속 밤샘 작업하고, 배급한다고 돌아다니다보니 집에서도 봐주는 데 한계가 있다고 하더라고.”

40 박무승ㅣKM컬쳐 대표

01 41위 · 02 30위 · 03 21위

“<품행제로>와 <오! 브라더스>의 성과는 자체 제작의 순조로운 출발로 여기고, <이중간첩> <빙우>는 수업료를 지불했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자체 제작 2∼3편과 투자 4∼5편을 예상했다. 투자한 <달마야, 서울가자>는 50% 이상 촬영해서 7월쯤 개봉예정이며, 조근식 감독의 <여름이야기>와 김용하 감독의 차기작도 준비한다. <허브>라는 정신지체아 처녀와 어머니의 이야기도 기획한다.

그래서 · “50위 내에 계속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들락날락하지 않는 꾸준함이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