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2004 충무로 파워 50 - [3] 11위~20위
2004-05-04
글 : 이영진

11 최민식ㅣ배우

01 49위 · 02 41위

최민식은 41위였던 2002년에 비해 극적인 상승을 보여주었다. <올드보이>가 성공한 탓이 크겠지만, 그가 오랫동안 쌓아온 신뢰와 연기력, 카리스마가 없었다면 이런 결과가 나오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뛰어난 외모와 최고의 연기력, 존경받을 만한 성품까지 갖추었다. 그의 영향력은 뛰어난 배우 한 사람의 수준을 넘어선다”는 평가는 최민식이 한국영화의 기둥이 되리라는 기대 또한 담고 있다. <취화선>에 이어 <올드보이>가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최민식은 한층 더 주가가 상승할 듯. 그러나 그 자신은 탄광지대인 강원도 도계에서 트럼펫 연습에 몰두하며 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만 생각하고 있다. “영화 찍는 게 내 일의 전부”라고 말하는 그는 연기력과 함께 보기 드문 성실함, 영화를 향한 애정 또한 갖추고 있는 배우다.

그래서 · <꽃피는 봄이 오면>은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영화다. 보고 나서 어머니에게 안부 전화 한통 할 수 있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찍다보니 욕심이 나서 직접 연주한 곡을 넣을 마음으로 트럼펫 연습도 열심히 하고 있다. 처음엔 악기가 나를 싫어하더니 이젠 꽤 친해졌다.

12 오정완ㅣ영화사 봄 대표

01 44위 · 03 27위

1년 전 그는 <장화, 홍련> 〈4인용 식탁>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개봉을 마무리할 때까지 특별히 말할 게 없다고 했다. 이들 작품은 모두 지난해의 대표적 화제작들이 됐다. 순위가 급상승한 건 당연해 보인다. “당대의 유능한 소장 감독들의 자질과 생리를 가장 잘 꿰뚫고 있는 제작자”란 말은 그와 잘 어울린다. “난 크리에이티브를 동경한다. (그와 작업하는 감독들이) 크리에이티브가 있다는 건 알겠는데 그들의 크리에이티브가 어떻게 나올지는 예상할 수는 없다. 그들이 가진 힘과 크기를 동경한다. 그래서 그들과 만나서 일하는 게 즐겁다.” 명품주의를 지향하는 그의 행보는 올해도 계속된다. <쓰리>의 속편인 <쓰리 몬스터>를 제작 중이고, 김지운 감독의 <모두가 그녀를 좋아한다>(가제)와 <죽어도 좋아>의 박진표 감독의 멜로드라마가 올 여름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 다음에는 이재용 감독의 ‘비 프로젝트’다. 오 대표는 늘 공부한다. 영어공부는 물론이고 요즘에는 제작 이외에 배급 등 영화와 관련된 다른 분야를 공부 중이다. 조직도 재점검하고 있다.

그래서 · 판이 급격히 변화되는 것에 대처하기 위한 준비다. 잘 만든 영화가 시장에서도 잘된다고 믿는 편인데 지난 한해는 이것이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이라는 결론을 확실히 내리게 해줬다.

13 봉준호ㅣ감독

03 41위

“저런 작품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면… 영화교과서에 나오는 이상적인 영화가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작품이라고 늘 말하면서도 실현된 적 없는데, 그 말을 실현, 제작자와 감독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한 영화감독의 이런 평가는 이제 두 작품을 내놓은 감독이 높은 순위에 올라간 이유를 정확히 짚은 것으로 보인다. 그냥 추억으로 남기엔 지난해 <살인의 추억>의 영향이 컸던 것이다. <살인의 추억> 이후로 그는 단편영화 3편을 만들었다. 한영애의 뮤직비디오, <이공>에 들어간 <씽크 앤드 라이즈>,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램인 삼인삼색에 들어갈 <인플루엔자>가 그것이다. <인플루엔자>는 이전에 <모자이크 다큐멘터리: 인간 조혁래>로 알려진 디지털영화. 지난 1년간 여러 영화제에 불려다니면서도 꽤 부지런히 작업한 결과다.

그래서 · 맙소사! 이제 순위가 더이상 올라갈 일은 없고 내려갈 일만 남은 거 아닌가 싶다. <더 리버>라는 가제로 작업 중인 장편 시나리오는 6~7월경 초고를 마무리지을 것 같다. 시나리오가 나오면 다시 한번 뉴질랜드에 가서 기술적 문제를 검토할 예정이다.

14 김동호ㅣ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01 12위 · 02 6위 · 03 11위

“연세가 너무 많으신 게 좀….” 추천인들이 가까스로 적어낸 김동호 위원장의 약점이다. 정작 본인은 “건강엔 별 문제없으니 걱정 말라”고 한다. 지난 한해 동안 돌아다닌 영화제만 16개. 70살이 넘은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4개월 이상을 해외에서 머물며 ‘한국영화 전도사’로서의 역할을 정력적으로 해냈다. 얼마 뒤면 우디네, 칸영화제 등에 참석하기 위해 또 한번 장기 유럽 순방에 나서야 한다고. 국내 스케줄 또한 빡빡하기 그지없다. 내년이면 열돌을 맞게 될 부산영화제의 장기적 발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하루에도 전국을 돌며 각종 세미나와 행사에 참석해야 한다. 얼마 전엔 국제영화평론가협회, 프랑스 시네마테크 등 47개 조직을 산하에 두고 있는 국제영화TV시청각커뮤니케이션회의(IFTC) 집행위원으로 선출되어 더욱 바쁜 한해를 꾸려가고 있다.

그래서 · 영화제 전용관이 들어설 부산영상센터 건립이 설계 공모에 들어갔다. 내년에 착공해서 2007년쯤 완공될 전망인데 거기에 힘을 보태야겠지.

15 설경구ㅣ배우

02 23위 · 03 12위

최근 한국영화의 폭발을 대변하는 연기파 남자배우 세 명 가운데 한 사람이 바로 설경구다. 자신을 발견한 이창독 감독이 ‘공익근무’에 임하는 동안 강우석 감독에게서 불타오른 이 ‘불꽃남자’는 “작품은 재밌으면 한다. 하나가 더 생긴 건 믿을 수 있는 감독이면 간다.”라고 작품을 택하는 자신의 관점을 직선적으로 이야기한다. 2003년 <실미도>의 강인찬으로 보낸 그는 <성난 황소>의 로버트 드 니로를 비웃듯이 ‘고무줄 몸무게 늘리기’를 다시 선보이며, 송해성의 신작 <역도산>에 몸을 던졌다. 11월부터 시작한 일본어와 운동으로 다져진 그에게서 전작의 모습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나카타니 미키의 합류로 속도가 붙은 <역도산>은 기획단계부터 현재 한국영화 최대시장인 일본을 겨냥했다. 그에게 처음 용기를 줬던 고 유영길 촬영감독의 “나는 너처럼 생긴 얼굴 참 좋아해”라는 칭찬 한마디는 이제 모든 관객들이 그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자리잡았다.

그래서 · <역도산>이라는 영화는 작품도 작품이지만 싸이더스 차승재 대표라는 사람을 믿기 때문에 흔쾌히 수락했다.

16 김동주ㅣ쇼이스트 대표

01 9위 · 02 5위 · 03 14위

자본의 정글로 급박하게 변해가는 한국영화산업에서 ‘영화는 여전히 사람 비즈니스’임을 몸으로 보여주는 사나이. 혹자의 말처럼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그는 작년의 성과를 넘어서는 야심찬 계획을 펼쳐보인다. 장이모우의 <영웅2 : 한국 제목은 ‘연인’>, 이와이 순지의 <하나와 아리스>, 장동건과 첸 카이거의 <무극>, 국내에서는 허진호의 신작 <행복>에 이르기까지 그의 움직임 자체가 하나의 아시아 네트워크이다. 8월 개봉 예정인 <영웅2>와 <무극>은 “기획단계에서부터 참여해서 같이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자신의 합작 노하우와 원칙을 피력했다. 홍콩에서 장이모를 만나고 돌아오는 공항에서 <올드보이>의 칸느 경쟁부문 진출 소식을 접한 그의 글로벌한 동선은 예측불허다.

그래서 · 투자조합이나 펀드 없이 지속적으로 영화를 할 수 있게 오랫동안 신뢰해 준 국내외의 배우, 감독, 제작자, 투자자들에게 언제나 감사한다.

17 장동건ㅣ배우

02 27위 · 03 44위

“톰 행크스 옆에는 폭탄이 안 터진다. 하지만 우리는 한다. 장동건이 한다.” 홍경표 촬영감독의 말 속엔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버팀목으로 완벽하게 전화한 ‘대형영화 전문배우’ 장동건에 대한 믿음이 담겨있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박중훈에게 “열심히 하는 건 되게 멋있는 거구나”라는 걸 깨달았다는 그는 이제는 망설임 없는 실행만 남았다는 듯 <태극기 휘날리며>를 끝내자마자 첸 카이거의 <무극>으로 옮아갔다. 노예 곤륜역이다. 스크린 속의 위치가 건달, 군인, 노비로 내려갈수록 그의 작품에 대한 안목과 연기력은 반비례하며 급상승하는 중이다. 중국에서 돌아오는 그를 기다리는 것은 곽경택 감독의 신작 <태풍>.

그래서 · 8월까지는 다른 생각하지 않고 <무극>의 촬영에만 전념할 생각이다."

18 최용배ㅣ청어람 대표

02 49위 · 03 30위

매년 순위가 10계단 이상 상승했다. 3년째 접어든 한국영화 전문배급사 청어람이 시장에서 안정 지분을 확보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지난해 흥행작 <장화, 홍련> <싱글즈> <바람난 가족> 등을 배급하면서 CJ-시네마서비스 양강 구도의 시장에 작은 균열을 냈다. <선택> <동승> <여섯개의 시선> 등 저예산영화들을 감싸안아 영화인들로부터 신뢰를 얻은 것도 청어람으로서는 큰 자산. 한달 전 아이픽처스와의 법적 분쟁 끝에 자신이 제작한 영화 <효자동 이발사>를 포함해 영화 3편의 배급권을 내놓는 위기에 처했지만, 자체 제작하는 <사과> <더 리버>(가제) 등 외에 <꽃피는 봄이 오면> <순정만화> <소년, 천국으로 가다> <먼길> <구타교실> 등에 메인 투자자로 나서면서 10편 가까운 라인업을 발빠르게 확보했다.

그래서 · 메이저 중심의 배급이 강화되면서 기존에 좋은 관계를 유지하던 투자사들이 그쪽으로 줄을 서게 됐고, 라인업 확보 차원에서 애초 계획보다 빨리 투자에 뛰어들게 됐다.

19 김정상ㅣ시네마서비스 대표

01 46위 · 02 12위 · 03 7위

요동치는 자본시장에서 시네마서비스의 생존전략을 만들어낸 김정상씨는 시네마서비스의 제2기를 바라보는 시각부터 분명히 하자고 말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워버그핀커스로부터 외자를 유치하면서 이뤄진 시네마서비스의 자립을 향한 몸부림이 플레너스와 분리하는 작업을 통해 완결됐다. “시장에서 밀려나서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 역량이 축적되고 성숙해서 자립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김정상씨가 겪은 어려움은 충분히 짐작가능한 것이다. 지난해 플레너스에 사직서를 낸 사건은 그가 꽤 많은 고충을 감당했음을 시사한다.

그래서 · 앞으로 계획 가운데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중국영화를 제작하는 일이다. 한국 시나리오를 각색해 중국 스탭, 배우를 써서 중국시장에 진출할 생각이다.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한 유력한 방안이 중국영화 제작이다. 일본시장은 이미 커질 대로 커졌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다. 한국 영화시장이 지금 같은 성장세를 멈출 때를 대비하자면 중국시장 진출이 굉장히 중요하다.

20 이은ㅣ감독 · MK버팔로 이사

01 7위 · 02 18위 · 03 32위

심재명 대표가 약간이나마 순위가 밀려난 데 비해 이은 감독의 순위가 뛰어오른 건, 그의 제작 역량과 영화정책에 미치는 브레인 능력에 더해 강제규필름과의 합병을 성사시킨 효과일 것이다. 영화계 전반의 현안에 두루 관여해온 그였지만 지난 1년간 스크린쿼터쪽을 빼놓고 대부분 정리한 상태에서 명필름의 내실에만 주력해왔다. 그 결과가 올해와 내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올 여름 촬영에 들어갈 임순례 감독의 <무림고수>를 시작으로 정지영 감독의 <아리랑>이 내년 상반기에 촬영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MK버팔로 탄생의 주역이라고? 앞으로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도록 해야 할 텐데 해외, 특히 아시아쪽에 신경을 많이 쓸 생각이다. 아시아쪽의 수출이나 공동제작쪽에.” 그렇다고 바깥 일을 게을리 할 ‘팔자’는 아니다. 스크린쿼터 문제가 잠복 중이다.

그래서 · 열린우리당의 경제정책이 명확하지 않고 신자유주의자들이 여전히 주류여서 영화계와 약간의 갈등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