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2004 충무로 파워 50 - [4] 21위~30위
2004-05-04
글 : 이영진

21 김미희ㅣ좋은영화 대표

01 48위 · 02 10위 · 03 16위

5계단이나 떨어졌다. 2년 연속 하락세. 1년 동안 내놓은 작품이 <선생 김봉두>뿐이다. 하지만 좋은영화가 쥐고 있는 패를 고려하면, 다소 박한 평가가 아닐까. 류승완 감독의 <아라한 장풍대작전>이 개봉을 앞두고 있고, 변영주 감독의 <발레교습소>가 촬영 중이며, 장규성 감독의 <여선생 vs 여제자>가 크랭크인을 눈앞에 두고 있고, 이어 김대승 감독의 <혈의 누>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젊은 감독들을 대거 수혈, “코미디만 잘하는” 영화사라는 오명을 벗고자 한다. 시네마서비스라는 우산 외에 얼마 전엔 투자사 아이픽처스로부터 지원을 이끌어내 운신의 폭이 커졌다.

그래서 · 신경성 위염, 장염, 지방간까지. 지난해 스트레스 때문에 병원에 수차례 실려갔다. 나나 영화사로나 제2의 변화기라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퀄리티도 인정받고 싶다.

22 임권택ㅣ감독

01 17위 · 02 14위 · 03 20위

“한국영화가 ‘한국에서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라 ‘한국의 영화’”임을 증명하는 존재. “<하류인생> 안으로 들어가서 다른 것들은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는 시간 속에 살았다”는 본인의 말처럼 <하류인생>에 푹 빠진 한해였다. 액션이나 시대극 같은 부분적 요소보다는 “일상을 어떻게 힘있고 올곧게 찍어내는가 하는 문제에 집중”했다고 한다. 일상을 힘있고 굵은 드라마로 엮어내는 거장의 솜씨로 만들어진 <하류인생>은 곧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래서 · 남들은 100편째니까 특별한 걸 해야 한다고 하지만, 나는 100편 자체에는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오랫동안 힘이 많이 들어가는 작품만 해서, 다음에는 배역도 좀 단출하고 소품 같은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영화를 하고 싶다.

23 최평호ㅣCJ엔터테인먼트 상무

02 34위 · 03 24위

“영화계 부동의 비즈니스맨. 너무 편가르기를 하는 거 아닌가 싶지만… 그래도 발빠른 행보엔 부러울 뿐이다.” 한 영화인의 표현대로 감이 빠른 비즈니스맨으로 통한다. 현재 CJ에서 영화와 공연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그는 CJ의 지난 1년과 미래를 긍정적으로 해석한다. 투자, 제작을 안정적으로 이룰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고 제작사들과 제휴관계도 확대했으며 자체 제작팀도 성공적인 출발을 했다는 것이 그 근거. <캐츠> <맘마미아> 등 뮤지컬 공연의 성공으로 신규 사업 분야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 상반기 개봉작 흥행성적이 아주 좋은 건 아니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5월부터 CJ의 영화가 성과를 거둘 것이다. 하반기 개봉할 주요 배우들의 영화가 다 CJ 작품 아닌가.

24 김기덕ㅣ감독

02 28위 · 03 50위

“한국영화가 말랑말랑한 오락만이 아니라는 것을 대중에게 전한 전도사. 그가 없다면 영화계는 빈곤해진다.” 한 영화인의 이같은 평가는 언제나 흥행과 거리가 먼 김기덕 감독이 높은 순위에 자리잡은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올해 <사마리아>로 베를린영화제 감독상을 받으면서 그의 주가는 급등했지만 그의 영화는 여전히 평단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996년 <악어>로 데뷔해 지난 8년간 10편의 영화를 연출한 그는 그간 강행군에 다소 지친 듯 “최근엔 시나리오도 안 쓰고 쉬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독일과 프랑스에서 투자자가 나선 입양아를 다룬 영화 <유리>, 소니클래식에서 관심을 보인 <아스카> 등 대기하고 있는 작품은 여럿 있다. 현재 서울예대 초빙교수로 1년간 강의를 맡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 몸이 안 좋아서 쉬고 있다. 그래도 곧 다음 작품 해야겠지. 1년 안 하면 10년간 연출 못하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 아닌가. 여기저기서 하자는 작품은 많은데 정신이 산만해서 집중이 안 된다. 해외영화제 다니는 일도 많고. 다음 영화가 뭐가 될지는 아직 나도 모른다.

25 전지현ㅣ배우

02 43위 · 03 42위

보아가 동쪽을 이미 제패했다면, 이번에는 전지현이 서쪽으로 걸어갈 무대가 펼쳐진다. 중화권이 가장 선호하는 한국 여배우,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를 통해 본격적인 아시아 진출을 눈앞에 둔 시대의 아이콘”이라고 영화계는 평한다. “나는 연예인이 아니라 프로페셔널한 배우”라는 자기 규정과 “영화를 시작한 뒤 뭔가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생각했다”라는 책임감이 맞물리는 시간의 영역으로 그녀는 진입했다. 배우든 가수든 개인이 문화 아이콘이 된다는 것은 두 가지를 의미한다. 하나는 스스로가 ‘문화상품’으로 군림할 수 있다는 점, 그 다음은 ‘최고’의 능력을 입증하는 시험대에 지속적으로 오르고 입증하는 것이다. 전지현에게 남은 것은 후자의 길이다.

그래서 · 〈4인용 식탁> 이후에 뭐든지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엽기적인 그녀> 때는 영화 하나로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는 게 기뻤다.

26 신철ㅣ신씨네 대표

01 32위 · 02 7위 · 03 25위

“기획력에서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을 듣는 충무로 1세대 프로듀서. 과작(寡作)이지만 매번 트렌드를 선도하는 영화들을 내놓았고 여전히 건재하다. <엽기적인 그녀>(2001) 이후엔 3년째 수면 아래 있다. 이소룡을 컴퓨터그래픽으로 부활시킨 실사영화 <드래곤 워리어> 준비 때문. 2년 동안 미국 LA에 차려놓은 지사에 주로 머물며 현지 프로듀서와 비주얼 이펙터 등 주요 스탭 섭외에 공들였다. 1200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가는 이 초대형 프로젝트는 1년 안에 촬영에 들어가서 2005년 개봉할 예정이다.

그래서 · 할리우드에서 우리 크레딧을 누가 알아주나. 인내력을 시험하는 시간이었다. 명상하면서 버텼다. 지금은 큰 그림이 그려졌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를 상대로 얼마나 좋은 조건에 계약할 것이냐가 남았다.

27 최완ㅣ아이엠픽쳐스 대표

02 48위 · 03 23위

두편으로 단출했던 지난해와 달리 공격적인 한해를 예상하고 있다. “영화다운 영화, 영화관에서 꼭 봐야 할 영화 중심으로 작품을 늘릴 생각.” 이에 따라 내부에서 준비하는 작품은 <기억>이라는 옴니버스영화. 싸이더스의 <남극일기>, 팝콘필름의 <야수는 죽어야 산다>, 신씨네의 <가시고기>도 함께할 예정이다. 신씨네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드래곤 워리어>에 대해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스크립도 나왔고, <쥬만지> PD였던 윌리엄 타이틀러, 컨설턴트, 변호사와의 계약으로 준비작업은 순항 중이다. CG쪽은 드림퀘스트의 미스터 호이트가 담당”한다고 밝혔다. <드래곤 워리어>는 2년 정도 진행될 예정이다.

그래서 · <드래곤 워리어>는 동양적 스토리와 미국 자본의 결합이다. 한국 영화산업에는 다양한 경험을 안겨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

28 곽정환ㅣ서울극장 회장

01 10위 · 02 16위 · 03 29위

“훈수만 두는 거라니까.” 아내인 고은아씨에게 극장 일을 넘겼다지만, 여전히 극장 대소사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건강 유지를 위해 골프치는 시간을 제외하곤 매일 극장으로 출근한다. “내가 할 일이 뭐 있겠어. 극장뿐이지”라고 말하는 그는 서울극장뿐 아니라 부산의 대영시네마, 대구의 중앙시네마, 대전의 MCV아카데미까지 관리하느라 출장도 잦다. 지난해 대구와 대전의 스크린을 늘리느라 바빴다는 그는 언제고 기회가 되면 영화 교육기관을 만들어볼 생각이다.

그래서 · 실미도>랑 <태극기 휘날리며>가 1천만명을 넘었지만 더 잘해야 해. 감동이라는 건 돈보다 더 빨리 달아나거든.

29 이춘연ㅣ씨네2000 대표 · 영화인회의 이사장

01 15위 · 02 17위 · 03 40위

씨네2000 대표이자 영화인회의 이사장인 이춘연씨는 올해도 두 가지 고민을 동시에 짊어지고 간다. 제작자로서 지난해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여우계단> 한편만을 제작했던 그는 지금, 휴가나온 두 군인의 이야기를 다룬 코미디 <지상 최대의 작전>을 비롯해 7여편 정도의 영화를 “깊이있게” 준비하고 있다. 영화인회의 이사장으로서 떠안은 문제는 보다 명료하고 현실적인 부담도 커 보인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스크린쿼터제의 방향을 고민하고 한국영화 편수가 유지되게 영화계쪽 자본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며 투명히 자료가 공유될 수 있게끔 통합전산망 사업의 추진을 돕는 것이 그가 올 한해 집중하려는 과제다.

그래서 · “지난해보다는 순위가 많이 올랐네? 나야 뭐, 올해는 지난해에 했던 일 하는 거고, 지난해에는 지지난해에 하던 일 하는 거고…. 내 인생의 신조이기도 한데, 초지일관, 그때그때 주어진 일을 하는 것이 내 몫이다.”

30 이충직ㅣ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03 26위

“현장에 자주 보이는 친근한 모습이 좋다”라는 영화인들의 평가와 함께 “지원기관의 일이라는 것은 영화분야가 안 될 때 밖으로 드러나고 주목받는 것”이라면서 약간의 순위 하락을 정작 본인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전산망사업과 예술전용관 사업에 대해서는 “강한 의지와는 대조적으로 법적 현실의 어려움”을 피력했다. 올해는 잘되고 있는 산업적 흐름을 보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화 다양성의 확보를 위해 기존의 예술영화전용관 사업과 독립영화 지원을 강화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서 · “밖에서 보기는 안 그렇지만, 영진위 내부에서는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내실을 다지고 시스템을 안정화하는 변화를 지속했기 때문에 향후 위원회가 바뀌더라도 큰 변동이나 불안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