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1일,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는 파병철회를 촉구하는 영화인들의 집회가 있었다. 감독, 배우, 제작자, 스탭, 영화제 관계자 등 605명의 서명을 받아 공표한 ‘이라크 파병 반대를 위한 영화인 선언’에서 그들은 “더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해, 미친 자들의 망동을 막기 위해 우린 나서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항공조종사노조의 파병수송업무 거부만큼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지만 이 선언은 그냥 잊어도 좋은 목소리가 아니다. 김선일씨의 목숨으로도 모자라 제2, 제3의 희생을 요구하는 정부에, 홀로코스트를 방불케 하는 더러운 전쟁을 계속하는 부시에게, 더이상 침묵할 수 없다는 그들의 선언은 한반도 전체로 확산돼야 할 반전운동의 불꽃이다. 그 목소리를 전하는 일에 <씨네21>은 망설임 없이 나설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영화인들의 현실참여는 국내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할리우드에서도 부시를 낙선시키기 위한 대대적인 운동이 진행 중이다. 마이클 무어의 <화씨 9/11>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데 이어 감독 롭 라이너, 에롤 모리스, 앨리슨 앤더스, 배우 스칼렛 요한슨, 우디 해럴슨, 대니 글로버, 앨리시아 실버스톤, 케빈 베이컨, 마거릿 조, <웨스트 윙>의 작가 에런 소킨 등이 반부시 TV광고 제작에 참여하기로 했다. 벤 애플렉,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빌리 크리스털,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등도 부시 낙선을 위한 정치자금 모금파티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선거가 있는 시기에 할리우드가 대체로 민주당 지지를 했던 건 일반적인 일이지만 이번처럼 부시를 몰아내자는 목표가 뚜렷했던 경우는 드물다. 할리우드가 부시를 낙선시키기 위해 뭉치는 동안 한국 영화인들이 파병철회 구호를 외치는 모습은 진정 인류의 희망을 되찾기 위한 소중한 움직임이다.
<씨네21>은 여기 파병철회를 촉구하는 영화인들의 글과 목소리를 담았다. 감독 박찬욱, 봉준호, 평론가 정성일, 배우 오지혜, 작가 인정옥 등이 글을 보내왔고, 영화인 선언을 주도한 제작자 오기민, 김광수 등 많은 영화인들이 육성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씨네21>은 앞으로도 전쟁을 반대하고 파병철회를 촉구하는 영화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서명자로 새로 이름을 올리실 분은 청년필름 김광수 대표(petrkim@hanmail.net)에게 메일을 보내주시길. 추가되는 명단과 지지의 말 또는 기고문은 <씨네21> 지면에 계속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