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영화인들의 파병반대 선언 [6] - 인정옥
2004-07-20
노무현 대통령, 진정한 자주 외교 실천하고 파병 철회하라

나는 알코올중독자입니다.

한가할 땐, 술을 마십니다. 바쁠 땐, 한숨 돌리려고 술을 마십니다. 밥을 먹다가도 찬거리가 안주될 성싶으면 술을 마십니다. 일을 하면서도, 일이 안 돼서 술을 마시고, 일이 잘 돼서 술을 마십니다. 술은 내 마음을 지배합니다. 술은 마음의 고향입니다. 술 없으면 난 죽을지도 모릅니다. 또 술 생각이 납니다.

술에서 깨어나면 두통과 위통과 복통과 근육통으로 벌레처럼 바닥을 기어다닙니다. 기억이 남습니다. 술 때문에 쓸데없이 아무한테나 전화를 했고, 술 때문에 되도 않는 말로 우겨댔고, 술 때문에 넘어져 다리를 다쳤고…. 그 나쁜 기억이 싫어서, 또 술 먹습니다. 기억나지 않는 동안 또 같은 짓을 하면서도 기억이 없어서 술로 행복해합니다. 내 몸은 술이 가져가버렸습니다. 정신도 가져가버렸습니다. 개똥 마음의 고향 술 때문입니다. 정신병입니다. 부끄럽습니다.

한-미동맹 중독증에서 벗어나 파병 철회하길

최근에 같은 질환의 중독자들을 보았습니다. 한-미동맹이란 약을 상습적으로 복용하는 환자들입니다. 이 약은 일종의 마약인 것 같습니다. 증상이 비슷한데 술보다 아집이 더 강합니다. 중독성도 강합니다. 게다가 이 환자들은 옆에서 가족이 죽어가는데도 정신 못 차리고 헤롱댑니다.

그날의 기억이 남습니다. 어리석은 한 무리의 집단이 환자들에게 협박합니다. 약 안 끊으면 네 가족 죽이겠답니다. 가족이 환자를 향해 울부짖습니다. 약 그만 먹고 나를 살려달라고 합니다. 환자는 가족에게 말합니다. 참 안된 일이지만 약은 못 끊겠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이 약은 나쁜 약이 아니랍니다. 환자는 약이 좋아, 약이 좋아 여기저기 헤롱대고, 주절됩니다. 결국… 환자의 가족이 죽었습니다. 고 김선일님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 속에 남습니다. 그 나쁜 기억을 지우기 위해서 나는 더이상 술을 먹을 수 없었습니다. 그 기억을 술로 지워서는 안 될 것 같았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들은 중증중독자입니다. 그들은 미국과 한-미동맹에 중독됐습니다. 내가 술 끊으면 죽을지도 모르겠다 싶었던 것처럼, 그들은 미국에 몸과 정신을 빼앗겼나 봅니다. 미국의 코딱지 하나라도 놓치면 죽을 거라 생각하나 봅니다. 정신병입니다.

아무래도 나와 그들은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아무래도 죽지 않고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니 죽지 않고 살기 위해서 지금 그 술과 마약을 멀리해야 합니다. 어쩌면 기회입니다. 같이 마약끊자는 국제적인 친구들이 생겼으니, 혼자하기 힘든 일 같이 할 수 있는 지금이 기회입니다. 바르게 살아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의 명제입니다. 그들은 경제적 이점을 말합니다. 그러나 경제적 이득은 바른 방법으로 행해져야 합니다. 히로뽕 맞아가면서 남의 나라 민중피 흘러넘치는 유전을 탐해선 안 됩니다. 한 사람의 국민도 부당하게 개죽음당해선 안 됩니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그렇게 배웠습니다. 그것도 눈물 흘리면서 배웠습니다. 바르게 살아야 합니다. 이것이 한국인의 가치가 되어야 합니다.

그들은 현실적인 힘의 논리를 말합니다. 강대국이 될 때까지 미국의 눈치를 봐야 한다 합니다. 개똥입니다. 자주적 외교란 미국보다 강대국이 되어서 할 일이 아니라 미국보다 강해지기 위해 당장 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과정입니다. 그것이 외교입니다. 우린 우리의 가치로서 강해져야 합니다. 한국을 살찌우는 재산은 미국의 초콜릿도 아니고, 이라크의 유전도 아닙니다. 한국에 대한 존경심입니다. 우리가 우리에 대해서 가져야 하는 존경심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배웠습니다. 작은 촛불들로 바다를 만들며 배웠습니다.

나는 홀로 술을 끊으려 합니다. 마셔야 할 때를 바로 알고 마실 겁니다. 환자들도 중독에서 헤쳐나오길 바랍니다. 약은 필요할 때만 먹어야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그 정책팀들은 재활치료가 필요합니다. 파병은 없었던 일로 하고요. 어차피 약물 중독에서 나온 헛소리니까…. 약은… 부득이 필요할 때만 복용하십시오. 치료부터 받고 맑은 정신과 건강한 몸으로 새롭게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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