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영화인들의 파병반대 선언 [5] - 오지혜
2004-07-20
노 대통령은 국민을 침략 전쟁의 공범으로 몰지 말라

우리 아버지가 할머니에 대해 말씀하실 때 고정 레퍼토리로 꺼내시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한국전쟁 때 일이다. 한집에 하나씩 장정을 ‘토해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그 당시 아버진 중학생이어서 열외였고 대학생인 큰아버지와 그 또래의 아버지 외사촌형이 있었다고 한다. 아버지의 외사촌형은 우리 할머니의 언니의 아들인데 무슨 일인가로 이모 댁에 와서 지내던 참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둘 중 하나를 전장에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우리 할머닌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언니의 아들이 아닌 당신의 큰아들을 전쟁터에 내보내셨다고 한다. 할머니의 논리는 당신이야 큰아들이 죽으면 둘째아들이라도 있지만 자신의 언니에겐 아들이 하나뿐이었기 때문이었다지만 그래도 가면 죽을 확률이 100%에 가까웠던 그 상황에서 ‘남’의 자식이 아닌 자기 아들 등을 떠미는 것은 정말 하기 힘든 행동이었으리라.

이 얘길해주실 때마다 항상 부록으로 따라왔던 아버지의 가르침은 ‘내 자식이 중요하면 남의 자식도 중요하다’는 거였다. 내 가족의 안녕 내 국민의 안녕을 위해 남의 나라 국민들과 어린이들이 제국주의의 총탄 앞에 맥없이 쓰러지는 건 어쩔 수 없다는 걸까? 백번 양보해서 파병이, 김선일씨의 죽음을 충분히 예상했으면서도 뒷짐지고 모른 척해서 그를 결국 불귀의 객이 되게 한 것이 우리나라를 영원히 잘 먹고 잘살게 하는 길임이 확실했다고 쳐보자. 말하자면 지금 노무현 정부가 계속해서 앵무새처럼 우리 국민들에게 설득이랍시고 하는 그 국익론이 놀랍게도 정말 사실이라고 쳐보자는 말이다.(이런 제기랄…, 가정만 한다는 데도 화가 난다).

그래서 우리 정부가 꿈에도 그리던 국익, 즉 국가의 이익이 포도송이처럼 열려서 그걸 따먹게 됐을 때 우리가 과연 정말 행복할 수 있을까? 지구촌 한 지붕 아래 이라크라는 옆집 아이가 피투성이가 돼서 쓰러진 사진을 보고도, 김선일씨의 절규하던 모습이 여전히 뇌리 속에 남아 있어도 석유값 내려갔으니까, 미국이 우릴 예뻐해주니까 그래서 행복해질까? 과연 우리 모두는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속 편안히 그 국익을 즐길 수 있을까? 그게 진짜로 행복하다 느낀다면 우린 모두 후안무치의 짐승만도 못한 인간들인 것이다.

자, 이제 우린 모두 전범이 됐다. 헌법을 마구 어겨가면서까지 침략전쟁에 국민 모두를 공범으로 몰아버린 대통령을 모시고 살고 있다. 신이여! 대한민국을 용서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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