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발견! 올해를 빛낸 남자 조연 6인 [5] - 우현
2004-11-17
글 : 김수경
사진 : 정진환
<시실리 2km>의 해주 우현

“카메라 앞에서 멋지게는 아니지만 꿋꿋하게 놀 순 있다”

<시실리 2km>를 본 관객이라면 조폭 일당 중 막내 ‘58년 개띠’ 양해주를 기억할 것이다. <시실리 2km>의 무대인사를 계기로 조혜련의 골룸에 필적하는 ‘스미골’로 사람들에게 각인된 조연배우 우현. 그는 스스로를 “급진적으로 운좋은 배우”라고 설명한다. 아내, 처남, 친구들까지 줄줄이 연극 혹은 영화인이었던 주변환경 탓에 영화배우의 길에 들어선 그는 처음 주역으로 부각된 <시실리 2km>를 통해 단숨에 인상적인 조연 연기자로 급부상했다. 신학 전공, 열혈 운동권, 술집 주인, 연극 제작자 겸 배우라는 이채로운 궤적을 돌아 이제야 우리 앞에 나타난 ‘불혹’의 조연배우 우현.

나는 이렇게 살아왔다

전남 광주 출신의 1964년생 배우 우현은 신학을 전공했다. 그것도 두 학교에서. 처음 들어간 한신대 신학과는 학생운동하던 친구의 독일어시험을 대신 치러주다가 발각되어 쫓겨났다. 인생사 새옹지마. 재수를 거쳐 그는 통학할 때마다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던 연세대 신학과에 입학한다. <시실리 2km>에서 임창정과 함께 그를 들볶던 똥개 역 안내상이 그의 과동기이자 20년 친구다. 대학 때는 운동만 열심히 했다. 학생운동. “화염병 던지는 거나 잘했고” 사람들 앞에 나서지는 않던 그의 성격을 바꾼 것도 운동이었으리라. 이후 그는 총학생회 사회부장을 맡아 당시 집회의 메카였던 연세대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집회 사회를 도맡기에 이른다. 졸업 뒤에도 신촌에 남아 1990년부터 지난해까지 지리산이라는 술집을 경영했다. 거기서 번 돈을 <라이어> 포함해 연극 3편을 제작, 기획하면서 다 까먹었다. “연극판에 돈을 밀어넣고 아내도 얻고 배우도 됐으니까 엄청 남는 장사였다”고 술회하는 그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로 충무로에 첫발을 내딛는다.

내가 나온 명장면을 말한다

먼저 우현의 살떨리는 데뷔작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주인공의 선거포스터를 보는 선관위 직원으로 나온다. 단 한 장면인데 그 추운 날씨에 열여덟 테이크”나 찍었다고. <황산벌>에서는 ‘같이 신하로 나왔던 동료가 톤을 세게 가는 바람에’ 평소 아주 싫어하는 ‘오버액션’으로 맞대응했는데 결과는 대만족. 그는 애드리브를 자주 구사하는 편이 아니다. 출세작 <시실리 2km>에서도 그러하듯 리액션 상황에서 보여지는 표정과 제스처에서 그의 연기는 빛을 발한다. 임창정이 지르면 받아내는 그의 대응을 보라.

나를 스크린으로 이끈 것은

그가 반복해서 언급하는 좋은 운은 대체로 스스로의 간절한 소망이 폭넓은 인간관계와 어우러질 때 발휘되었다. 그는 겸손하다. 프로듀서였던 친구 때문에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 출연했고, 연극하던 친구들과 ‘묻어가는 군사’ 역이나 하려고 갔던 <황산벌> 오디션에서 신하로 승격된 것은 그의 성실성을 이준익 감독이 높이 산 결과였다. 그는 자신을 영화로 이끈 사람으로 친구 안내상을 첫손에 꼽았다. ‘운좋은’ 그와 달리 ‘노력 그 자체’로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는 배우 안내상은 그에게 영화연기에 대한 완벽한 카운셀러인 동시에 가장 신뢰하는 동료배우다. <시실리 2km>에서 해주 역에 그를 과감히 기용한 이창시 PD와 신정원 감독도 그의 연기인생을 바꿔놓은 주역이다.

내가 스크린 안에서 살아내고 싶은 사람은

<황산벌>을 찍을 때 “카메라 앞에서 멋지게 놀 정도는 아니지만 꿋꿋하게 할 수는 있겠다”고 느꼈다는 우현. 그는 <시실리 2km>의 성공에 대해 냉정히 자평했다. 매우 특이한 캐릭터였고, 역으로 아직은 경험이 부족해서 단숨에 무너질 수도 있다고. “악역만 하던 사람은 코믹이 하고 싶듯” 무게있고 진지한 역할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 웃으며 덧붙이길 “애가 네살인데 들어오는 역은 전부 20대 대학생 아들을 둔 노인의 연령대다. 지금 내 나이에 맞는 역을 주면 좋겠다”라고. 그의 차기작은 이달 중순 KBS2에서 방영될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와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다. 브라운관에서 ‘감초연기의 지존’ 임현식에게 우현이 어떤 리액션을 선보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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