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발견! 올해를 빛낸 남자 조연 6인 [3] - 류승수
2004-11-17
글 : 오계옥
글 : 이종도
<슈퍼스타 감사용>의 인호봉 류승수

“예능에 관해선 아무에게도 안 져요”

투수 인호봉(류승수)은 올해 충무로에서 가장 인상적인 선발투수는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승리의 부적인 팬티의 강렬한 붉은 색깔 그리고 더그아웃에서 뒤로 넘어지는 장면만으로 그는 잊기 어려운 불펜 투수로 사람들 마음에 자리잡았다.

묵언수행을 하다가 369게임 대결의 흥분을 참지 못하고 수행을 깬 명천 스님, ‘그만!’이라는 외마디 소리로 무명 시절을 날려버렸다. <달마야 놀자> 이후 용맹정진 중이며 올해 <효자동 이발사>와 <슈퍼스타 감사용>의 비중있는 역할에서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는 이렇게 살아왔다

해운대 출신의 서른네살 먹은 이 총각은 ‘도저히 배우가 될 꿈을 꿀 수 없는 환경’에서 자라났다고 말했다. “TV 보면 모두 서울 말씨를 쓰니까… 배우는 다른 세상 일인 줄 알았다”고 한다. 댄스 페스티벌을 휩쓰는 등 끼가 남달랐지만 어머님이 돌아가신 게 타격이 되어 고등학교를 중도에 그만두었다. 친구 김홍백(<효자동 이발사> PD)이 주변에서 처음으로 연극영화과에 진학한 사람이었다. 친구따라 강남 가려는 꿈을 품게 되었지만 꿈은 좌절된다. 군대가 오히려 그를 반겼다. 지병인 심장병으로 군대 생활도 순탄하지 않았다. 공군과 방위를 떠돌며 여느 방위보다 긴 25개월을 ‘억울하게’ 복무했다. ‘서른 이전까지 많이 꼬였다.’ 제대하고 서울예대 연극과에 들어갔다. 장기인 마임 연기를 계속 하려 했으나 가난이 싫어 영화로 길을 틀었다.

내가 나온 명장면을 말한다

“<이중간첩>에서 한석규 선배와 세차하는 장면, <품행제로>에서 유도부 주장으로 나와 공장에서 싸우는 장면, <효자동 이발사>에서 트위스트 추는 장면….” 명천 스님 스타일에서 왕구라 스타일로 기어를 바꾸는 데 1초도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역시 가장 힘주어 말하는 것은 <슈퍼스타 감사용>의 더그아웃 장면이다. “시나리오엔 없는데 인호봉의 캐릭터가 뭔가 부족했어요. 감독과 상의해 만든 건데 많이들 좋아하시더라고요.” 웬 명장면이 그리 많을까. “제가 좋아하는 작품만 했으니까요.”

나를 스크린으로 이끈 것은

“영화에 눈을 뜨게 한 건 죽마고우 김홍백 PD예요. 나를 배우로 만든 건 <달마야 놀자> 오디션을 권유한 김상영 싸이더스 HQ 이사고요. 그는 ‘경쟁사회에 임하는 직업인의 자세’도 나름대로 덧붙였다. “이 사회가 경쟁사회잖아요. 중요한 건 내 달란트 같아요. 공부는 백날 해봐야 안 될 것 같더군요. 하지만 예능에 관해선 아무에게도 안 져요. 내 살길이죠. 그리고 영화를 하니까 너무 행복해요.” 달란트라는 신자적 멘트로 짐작건대, 그의 내부엔 영화에 대한 열광과 신실함이 서로 화학작용을 벌이고 있는 듯했다.

내가 스크린 안에서 살아내고 싶은 사람은

<황산벌>에서 그의 눈빛과 부산 사투리가 잘 어우러져 독특한 매국노 캐릭터를 만들었다. 악역으로 매진하면 어떻겠냐고 물으니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인상이 너무 강하게 남아서 악역만 사람들이 기억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되묻는다.

“가슴 아픈 사랑의 기억을 살려서 멜로도 하고 싶고 잔인한 것도 하라면 소름끼치게 할 것 같지만, 진짜 보여주고 싶은 건 부족한 인물, 하지만 희망을 안겨줄 수 있는 빌리 엘리어트나 포레스트 검프 같은 인물이죠.”

영혼을 담을 만한 작품을 고르고 있다는 류승수. 아마 이 글을 사람들이 읽을 즈음이면 애마인 중고 BMW 오토바이에 올라 양평의 국도를 누비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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