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발견! 올해를 빛낸 남자 조연 6인 [6] - 장현성
2004-11-17
글 : 김수경
사진 : 이혜정
<거미숲>의 성현 장현성

“어떤 작품이라도 마음에 닿는 부분이 있으면 한다”

장현성은 장전된 탄환이다. 방아쇠를 당기면 곧바로 날아갈 듯한 준비된 긴장감이 그에게선 느껴진다. 설경구, 황정민이 발굴된 무대로 사람들에게 알려진 <지하철 1호선>과 극단 학전의 터줏대감은 바로 장현성이다. “극중 남자배역이 전부 60개쯤 되는데 3개 빼고 다 했다”는 그는 무려 6년을 <지하철 1호선>에 몸을 실었다. 최근에도 <프루프> <보이체크>까지 연극배우 장현성은 여전하다. 조연이라고 한정하기도 민망하다. <파괴> <비디오를 보는 남자>의 주연이던 일도 이미 지나간 이야기니까. 올해도 <거미숲> <귀신이 산다> <꽃피는 봄이 오면>을 선보이며 충무로의 직선주로를 내달렸다. <거미숲>의 거침없는 형사 성현에서 <꽃피는 봄이 오면>의 인간적인 경수를 오가는 ‘조연 아닌 조연’ 장현성을 말한다.

나는 이렇게 살아왔다

<초록물고기>의 무대가 될 만한 일산 근처 삼송리에서 자란 장현성은 수학여행을 마치고 기차에 내려서도 극장으로 직행하던 시네마 키드였다. 개봉영화 섭렵은 물론이고 “연극과 영화를 통해 세상을 판단”하던 소년은 평범한 회사원이 되려 했다. 경제학과에 붙었지만 “산수에 약했던” 그는 고민 끝에 진학을 포기한다. 마침 영화감독 지망생이었던 친구의 유혹에 이끌려 찾아간 곳이 서울예대였다. “고작 한두살 많지만 엄청난 예술가처럼 보였던 선배”들을 목도하고 그는 덜컥 연극과에 원서를 낸다. 그리고 덜컥 합격한다. 연기가 아니라 연출 전공이었다. “몰래 혹은 혼자 삐딱했던” 어린 시절 기질이 발동한지도 모른다. 제대 뒤 본격적으로 배우쪽으로 마음을 굳혔지만 확신은 없었다. “연습하고 공연하고 술 먹는 게 전부였던 20대”의 끝을 바라볼 즈음 김민기 선생이 그에게 한마디 던진다. “현성이 너는 연기를 해보지 그래?” 그렇게 본격적인 배우인생이 시작되었다.

내가 나온 명장면을 말한다

<거미숲> 초반부 성현이 범인을 깔아뭉개며 전화받는 장면은 매우 강렬하다. “고등학교 친구였던 은평구 강력계 3반 김대원 형사와 수차례 만나” 그와 송일곤 감독이 재구성한 것이니 그럴 수밖에. <꽃피는 봄이 오면>에서 최민식의 노래를 무단연주한 죄로 승강이를 벌이는 장면도 ‘합’을 정하고 간 것이 아니다. 전체적인 윤곽과 정서만 정하고 두 배우가 ‘호흡’에 맞춰 움직인 결과다. 그가 “처음으로 본격적인 영화문법에 진입했다”고 지적한 <나비>에는 “자신의 연기를 보는 것이 너무 괴로웠다”는 기억도 함께 남아 있다.

나를 스크린으로 이끈 것은

학교와 대학로에서 동고동락했던 많은 배우와 연출가를 제외하면 감독들 중에 그의 영화인생에 가장 가까이 서 있는 사람들은 장항준, 송일곤, 문승욱이다. 장 감독은 그와 문창과 글방에서 막걸리를 마시던 오래된 친구다. 당시만 해도 “장 감독은 배우, 내가 연출”이었다고. <라이터를 켜라>에서 선보인 장 감독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뿌리가 깊은 셈. 송 감독은 장현성과 문 감독을 이어주기도 했고, 그가 “정서의 순수성을 가졌다”고 믿는 감독이다. 문 감독은 그를 “영화에 좀더 자연스럽게 입문하도록 도와준 은인”이다.

내가 스크린 안에서 살아내고 싶은 사람은

“상대배우와 최대한 시간을 많이 갖게 해달라”는 것을 우선적으로 요구할 정도로 그의 준비는 꼼꼼하다. 한편으로 “어떤 작품이라도 분명히 마음에 닿는 부분이 있으면 한다”라고 말할 만큼 기준도 명확하다. <사랑의 행로>의 제프 브리지스처럼 “연민과 쓸쓸함이 묻어나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장현성은 어느 때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김수현 사단의 새 얼굴로 주말드라마 <부모님전상서>에 합류했고, 오석근 감독의 <연애는 미친 짓이다>의 촬영도 한창이다. 내년에도 문승욱 감독의 <시대유감>을 포함, 두편의 형사물에 출연할 예정. 2005년은 아마 그가 주연배우로 안착하는 한해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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