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소년의 영혼을 가진 두 남자 이야기 [1]
2005-02-22
글 : 김도훈

<길버트 그레이프> 이후 12년, 조니 뎁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걸어온 길


93년작 <길버트 그레이프>는 길 위에서 끝이 난다. 서로를 감싸주고 상처입히며 살아가던 길버트(조니 뎁)와 어니(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우린 어디로든 갈 수 있다”고 말하며 길을 떠난다. 길은 계속해서 뻗어 있는 것이다. 조니 뎁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무한하게 뻗어 있는 길 위에 서서 이정표를 찾는 배우들이었다. 사람들은 두 젊고 재능있는 배우들의 앞날에 새로운 세대의 할리우드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 믿었다.

조니 뎁은 <길버트 그레이프> 이후 20여편의 작품들에 출연했고, 디카프리오는 14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길을 걸어갈수록 두 사람은 점점 멀어져만 갔다. 조니 뎁은 그림자처럼 은둔하며 비범한 재능들과 손을 잡았다. 그는 팀 버튼의 페르소나가 되었고, 라세 할스트롬과 테리 길리엄의 세계에 속한 알 수 없는 남자가 되었다. 디카프리오는 달랐다. 어린 천재는 재능을 시험해볼 여유도 없이 <타이타닉>이라는 거대한 빙산을 만났다. 조니 뎁은 작가영화와 상업영화 사이에서 자유를 즐기며 점점 미국을 벗어나고 있었고, 디카프리오는 재빨리 할리우드 거리에 손도장을 찍고 2천만달러에 자신을 거래하는 미국의 아이돌이 되었다. 두 사람이 교차할 수 있는 지점이란 (공히 데이트를 즐겼던) 슈퍼모델 케이트 모스밖에 없었다.

2005년. <길버트 그레이프>로부터 12년이 흘러서야 두 사람은 다시 만났다. 조니 뎁은 <네버랜드를 찾아서>(국내개봉 2월25일)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에비에이터>(국내개봉 2월18일)로 동시에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가 있다. 한명은 아이처럼 네버랜드의 꿈을 꾸던 <피터팬>의 작가 J. M. 배리로, 다른 한명은 아이처럼 비행의 꿈을 꾸던 거부 하워드 휴스가 되었다. 과거 속의 몽상가들을 연기하면서 두 사람은 또다시 같은 길 위에 서게 된 것이다. 조니 뎁과 디카프리오의 새로운 만남은 쉽게 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벌써부터 50년대 비트 제너레이션 작가 잭 케루악과 친구 닐 캐시디에 대한 영화를 함께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전과자이며 자유인이었던 닐 캐시디와 수줍음 많은 작가 잭 케루악의 미국 횡단여행은 소설 <길 위에서>를 낳았고, 그 자유로운 여행의 시작은 마치 <길버트 그레이프>의 마지막 장면에 맞닿아 있는 것만 같다. 길버트와 어니의 새로운 여행은 이렇게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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