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19일과 3월14일,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가 ‘미션 임파서블’을 달성했다. 이 영화들을 관람 가능한 15살 이상 인구의 27%에 해당하는 전국관객 1천만명을 동원한 것. 특정영화를 보지 않으면 대화에 참여할 수 없다는 식의 국민적 분위기가 형성된 결과 2월 한달간 한국영화 점유율이 82.5%로 최고를 기록했다. 이같은 결과는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멀티플렉스와 엄청난 물량을 투여한 볼 만한 대작임을 강조했던 마케팅에 힘입은 바가 컸다. 민감한 소재를 다룬 영화(<실미도>)가 엄청난 흥행을 기록하자 역사적 사실이 다시금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고, 일찍이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스펙터클(<태극기…>)을 목격한 관객은 한국영화를 할리우드영화와 대등한 것으로 여기게 됐다. 영화계 전체에서는 스크린 독점과 덤핑 의혹 등도 있었지만 한국영화 관객의 층을 한결 넓혔다는 점에서 장기적 성과를 인정받았다. 2002년 블록버스터영화들의 줄지은 참패의 기억을 떨쳐버리고, 다시금 한국형 블록버스터에 도전하려는 시도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불가능한 기록을 달성한 이후 해외시장 개척의 필요성이 더욱 시급한 문제로 대두되기도 했다.
2004년의 영화
집요하고 담담한 시선의 힘_<송환>
촬영기간 10년 테이프 500여개. 기록분량 800여 시간. 전국 5개관에서 개봉, 전국 3만명 동원. 국내 다큐멘터리 최고의 블록버스터 <송환>의 저력은 돌덩이 같읕 시간의 무게를 버텨낸 장기수 분들의 고집스런 삶, 그 삶을 카메라에 옮긴 감독의 집요하고도 따뜻한 시선에 있다. 148분이라는 만만찮은 러닝타임 내내 계속된 감독의 내레이션은 유머러스하게 한국사회를 비판하고, 장기수에 대한 최종적 판단을 끝내 유보한다.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었음을 의심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국민동생 문근영의 탄생_<어린신부>
예상 밖 선전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최근 몇년간 평단의 평가와 무관하게 관객몰이에 성공한 조폭영화도 본격 코미디영화도 아닌 <어린 신부>가 별다른 기대없이 개봉하여 전국관객 350만명을 동원했다. 천연기념물로 보호해 마땅할 만한 문근영 특유의 천진난만한 무공해 매력 때문이라는 분석과 자신들의 욕망을 반영한 영화에 열광하는 십대 관객의 파워를 보여준 것이라는 진단이 있었다. 이 영화로 일본영화 표절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던 제작사 컬쳐캡미디어는 이후, 비슷한 컨셉의 영화 <제니, 주노>를 제작했다.
TREND
한국영화, 3대 해외영화제 수상
강수연이 <씨받이>로 베니스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뒤 17년, 임권택 감독과 이창동 감독이 칸과 베니스에서 <춘향뎐>과 <오아시스>로 감독상을 받은 뒤 2년. 세계 3대 영화제의 주요상을 두명의 한국 감독이 수상하기에 이른다. 박찬욱 감독이 칸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김기덕 감독이 베를린과 베니스에서 각각 다른 두 영화로 감독상을 차지한 것. 1천만 관객 돌파와 함께 한국영화의 질적·양적 성장을 단적으로 드러낸 결과였다.
한류 열풍
드라마에서 시작된 한류, 영화계에 상륙했다. <겨울연가> <올인> <대장금> 등의 드라마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인기리에 상영되면서 엄청난 팬을 거느린 배우들이 생겼고, 배우 전지현과 감독 박찬욱을 앞세운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와 <올드보이>는 아시아 전역과 전세계 60개국에 판매되는 등 한국영화 자체의 브랜드 역시 가치를 인정받게 됐다. 2004년 한해 한국영화의 해외수출액은 150% 이상 증가했다.
독립 디지털장편 제작 활성화
2002년, <낙타(들)>로 작가영화의 대안처럼 떠올랐던 디지털장편이, 독립영화의 대안으로 부상했다. 일반극장에서 개봉한 <마이 제너레이션>을 비롯하여 <신성일의 행방불명> <양아치어조> <거칠마루> 등 일정한 수준을 겸비한 디지털 장편이 제작되면서 독립영화는 더이상 단편영화와 같은 의미가 될 수 없게 된 것. 이해 서울독립영화제는 디지털장편 부문을 따로 만들었다.
영화인들, 활발한 사회참여
영화만드랴, 시위하랴. 2004년 한해. 영화인들은 바빠다. 탄핵규탄, 민노당 지지, 국보법 철폐, 파병반대, 그리고 대마초 합법화에 이르기까지. 그간 스크린쿼터에 한정됐던 충무로의 정치적 관심사가 그처럼 크고 작은 정치·사회적 이슈로 확장됐다. 이는 한국영화를 향한 관객의 아낌없는 지지에 대한 영화인들 나름의 화답이었을 것이다.
CJ 독주체제 구축
제이콤을 설립하면서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은 지 10년. CJ가 대기업의 풍부한 자본을 바탕으로 한국영화에 최고 권력으로 부상했다. 오랜 분쟁 끝에 프리머스는 CJ에 넘어갔고, 대기업 자본과 팽팽한 경쟁을 벌였던 충무로 토착자본 시네마서비스는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제작에서 상영까지 수직계열화를 이룬 CJ에 대한 독과점 우려의 목소리 또한 커졌다.
2004년 흥행 5걸
(당해 개봉작, 서울 기준, 단위: 명)
<태극기 휘날리며> 350만9563
<실미도> 256만9826
<트로이> 151만3408
<슈렉2> 128만5594
<말죽거리 잔혹사> 102만3601
NUMBER
733 <실미도>가 1천만 관객 돌파하던 주,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 개봉관 수 합계(개/당시 전국 개봉관 수 약 1200개)
605 파병반대 선언에 동참한 영화인(명)
82.5 2월 한국영화 점유율(%)(사상 최고)
1400 2004년 말 전국 스크린 수(개/2005년 말 1800개 예정)
43,000,000,000 한국영화 평균제작비(원)
CHARACTER
“청진기 대보니까 진단 나오네”_<범죄의 재구성>의 김 선생
“청진기 대보니까 진단 딱 나와. 시추에이션 괜찮아.” 사기계의 대부 김 선생, 영화 <범죄의 재구성> 속에서는 빗속에서 울부짖었다. 그러나 결국 마지막 웃음을 웃는 자로 기록됐다. 접시돌리는 이들의 생생한 입담, 웬만해선 평상심을 잃지 않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사기극에 휘말린 뒤에는 장총까지 들고 덤벼드는 화끈함 덕분이다.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발로 뛰었던 감독의 성실한 취재, 노련한 배우의 본능적인 연기의 힘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말, 말, 말
“과연 할리우드와 차별화할 게 무엇인가, 했을 때 겁없이 무식하게 나가는 것밖에 없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보면 수천만달러 받는 주연배우, 톰 행크스 옆에 폭탄이 안 터진다. 하지만 우리는 한다. 장동건이 한다. 스턴트맨들이 하고 나도 한다.”(홍경표)
“이 작품 나오면 액션쪽에서 많이 올 것 같아. 이 나이에 액션쪽으로 가면 어떻게 감당하지. 형사물 나오면 바로 캐스팅될 것 같은데.”(백윤식, <범죄의 재구성> 개봉 앞두고)
“까물지마라는 뜻이 젊은이들에게 까불지마라고 하는 것인 건 당연한 거고, 감독하겠다는 내 자신에 대해서, 지금의 정부를 위해서도 까불지마라고 의미를 담을 수 있겠다.”(오지명, <까불지마> 촬영 앞두고)
“타임머신 타고 과거로 간다면 주인공이 전지현이기 때문에 PPL에 대해 더 조심해야 할 것 같다.”(곽재용 감독,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관련???)
“방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만드는 사람들인 것 같다. 내가 성장할 수 있다면, 내가 기획하고 만드는 프로그램도 자연스럽게 나아질 거라고 믿는다.”(정은임 아나운서)
“공격의 화살은 무더기로 있을 때 날아온다. 일대일로 만나면 다 좋은 분이지.”(이승연 <빈 집> 개봉 당시 인터뷰)
“내가 죽어서, 똘아이네, 뽕쟁이네 놀렸던 사람들이 ‘되게 미안하다. 그 아줌마 말이 맞잖아’ 하면서 내 비석에 꽃이라도 한 송이 가져다주면 되는 거지. 아니면 대마초 떨이라도 남겨주거나.”(김부선)
“가희는 독립적이고 쾌활하나 속으로는 생애 유일한 사랑에 목숨을 거는 여자다.”(이은주, <주홍글씨> 촬영장에서)
PEOPLE
베를린, 베니스영화제 석권_김기덕
데뷔작 <악어> 이후 10년 동안 11편의 ‘문제적’ 영화를 만들어냈던 김기덕 감독. 한해 동안 베를린과 베니스에서 동시에 감독상을 받으면서 국제적 명성을 손에 넣었다. 그의 영화에 대해 항상 엇갈린 평가를 내렸던 국내의 언론 역시, <빈 집>에 대해서는 김기덕의 새로운 도약이라며 뜨거운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영화는 2004년에도 일반 관객에게 외면받았고, 김기덕 감독 역시 이러한 상황을 의식한 듯하다. 특유의 경제적인 작업방식과 독특한 작품세계로 인해 해외에서 제작비를 조달할 수 있게 된 그는 한때 국내 언론과는 일절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욘사마의 전설_배용준
그린 듯한 미소 덕분일까. 드라마에서 보여준 지고지순한 사랑 때문일까. 명동을 비롯해서 일본인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명소에는 욘사마와 관련한 기념품들이 넘쳐난다. 몇 십만원의 택시비를 들여서 배용준이 출연하는 <외출>의 촬영장을 찾았다는 일본 아줌마들의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진다. <겨울연가>로 시작된 배용준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고, 이는 일본 내에서도 이상(異常)현상으로 받아들여질 정도. 순식간에 한류의 핵으로 부상한 그를 향한 영화·방송계의 치열한 러브콜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절대인기를 손에 넣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최근 그는 <태왕사신기>의 광개토대왕으로 4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할 것임을 밝혔다.
월력
1월
일본영화 전면개방
통합전산망 최초 시행2월
<실미도> 1천만 관객 돌파
이승연, 위안부 소재 누드집 파동
김기덕, <사마리아>로 베를린영화제 감독상 수상3월
<태극기 휘날리며> 1천만 관객 돌파
아트플러스 첫 공동배급 작품 <송환> 개봉
MK버팔로 출범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4월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영화인 선언에 영화인 147명 참여
CJ, 플래너스 인수
CGV 통합전산망 참여의사 밝혀
민주노동당 최초로 원내 진출5월
김기덕, <3번 아이어>의 반쪽짜리 시놉시스로 칸 마켓에서 실제작비 마련
<올드보이>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6월
한도시 이야기 프로젝트 촬영
이창동 장관, 스크린쿼터 축소 공식 요청
<오세암>,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장편부문 그랑프리 수상
김선일씨 참수 장면 공개
이창동 감독, 문화관광부 장관 사직7월
영화인 677명, 파병반대를 위한 영화인 선언 서명
<씨네21> 파병반대 캠페인 시작
말론 브랜도 사망
귀여니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두편, 동시 개봉
배우 김부선, 대마초 흡연 혐의로 구속
CJ, 시네마서비스 협상 마무리8월
정은임 아나운서, 교통사고로 사망
독립장편영화 13편 아트플러스, 전국 릴레이 상영
국내 첫 제한 상영관 중 하나인 동성아트홀, 개관 석달 만에 폐관9월
<안녕, 형아> 최초로 순제작비 19억 5천만원 전액 인터넷 펀드로 모집 시도.
김기덕 감독, <빈 집>으로 베니스영화제 감독상
연예계 병역비리 파동
성매매 처벌 특별법 시행
법무부와 검찰청, <주먹이 운다>와 <공공의 적2>에 교도소 내부와 서울지검촬영 최초로 허가
<로스트> 미국 방영 시작10월
동숭씨네마텍 극장영업 중단
CGV 관객 1억명 돌파
배우 김부선, 대마초를 마약으로 규정한 현행법률에 대해 해당 법원에 위헌법률 제청신청11월
부시 재선 성공
고현정 컴백 기자회견
피카디리 재개관
코아아트홀 폐관12월
<마이제너레이션> 개봉
대마 합법화 및 문화적 권리 확대를 위한 문화예술인모임 기자회견
서울독립영화제, 용산 CGV에서 개최
부천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 김홍준 집행위원장 해촉한 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