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한국영화 10년, <씨네21> 10년 [8] - 2001년
2005-05-04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한국영화 관객점유율 50%

2001년은 한국영화 관객점유율이 50%를 넘어선 기록의 해였다. 2000년의 35.1%에 비하면 약 15% 성장한 괄목할 만한 수준이었다. 한국영화 관객 수도 4481만명으로 전년도 2271만명에 비해 두배 정도 늘어났다. <친구>와 <엽기적인 그녀>의 흥행 대박에 큰 힘을 얻었고, 흥행 5걸 안에 들어 있는 조폭영화들의 선전도 한몫을 했다. 한국영화의 상승폭이 두드러진 만큼 직배영화의 하락폭이 뚜렷했다. 직배영화의 관객점유율은 전년도 64.9%에 비해 15% 떨어진 49.9%였고, 관객 수도 2천만명 이상 하락했다. 한국영화 관객점유율 상승세의 원인은 우선 우후죽순처럼 문을 연 멀티플렉스들의 영향이라고 말할 수 있다. 국내 최초 멀티플렉스 CGV가 12월19일 기준 1300만명의 관객을 돌파한 것으로도 이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급작스런 지형변화가 몰고올 흥행 양극화와 독과점 현상, 제작비와 마케팅비 상승 등에 대해 우려하는 의견도 많았다.

2001년의 영화들

소름끼치는 작가성_<소름>

화려하고도 진중한 데뷔작이었다. 정작 감독 본인은 “영화를 내놓고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영화들과 비교해보니까 보완할 점이 많이 보인다”고 자평했지만, 장편 데뷔작이라고 쉽게 말할 수 없을 만큼 내용이나 형식 모든 면에서 견고했던 영화가 <소름>이다. 그 점에서 <씨네21> 올해의 영화 1위에 뽑힌 것도 그다지 의외는 아니었다. 장르 안에서 작가성을 추구하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친구사랑, 영화사랑?_<친구>

<공동경비구역 JSA>의 흥행 기록은 금세 무너지고 말았다. 3월31일 개봉하여 9주간 흥행 1위 자리를 달렸던 <친구>는 전국 818만1377명으로 새 기록을 세웠다. 영화 속 인물들을 흉내내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극장 앞은 장사진을 쳤다. 특히 지방에서의 반응이 열렬했다. 감독의 주변에서 길어올려진 생생한 캐릭터들과 흥미로운 시대배경이 흥행요인이었다.

TREND

스탭 처우 개선 요구

4월28일 대종상영화제 시상식이 진행되는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20명의 스탭들이 피켓을 들고 ‘표준계약제’를 비롯,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지금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스탭 처우 개선의 문제는 3월 인터넷에 개설된 소장 스탭들의 토론방 ‘비둘기둥지’가 생기면서 본격적인 문제제기를 시작하게 됐다.

로커스홀딩스, 시네마서비스 인수

2월 로커스홀딩스의 시네마서비스 인수 발표로 충무로가 떠들썩했다. 이미 국내 최대 제작사 싸이더스를 인수했던 로커스홀딩스가 국내 최강 배급사 시네마서비스를 결합시켰다는 것은 한국영화를 공급할 수 있는 거대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동시에 금융자본의 본격적 개입을 알리는 일이기도 했다.

조폭영화 득세

2001년 한국영화 관객점유율 50% 시대를 연 요인 중 하나는 갑작스런 조폭영화의 등장이었다. <친구>를 필두로 <신라의 달밤> <조폭 마누라> <달마야 놀자> <두사부일체>까지 조폭영화의 인기는 비난과 흥행 속에 연이어졌다. 대체로 코미디 장르와 연계된 것들이 많았고, 연출력보다는 컨셉을 중심으로 한 영화들이었다.

부산, 영화산업의 메카로

부산은 더이상 국제영화제로만 유명한 도시가 아니었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를 비롯, <방아쇠> <내츄럴시티> 등 20여편의 영화가 부산영상위원회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았다. 그동안 난점으로 지적됐던 스튜디오 촬영이나 후반작업 등의 문제도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 등의 제반시설 설립으로 해결점을 찾았다.

말 많은 영진위

영화진흥위원회를 둘러싸고 잡음이 많았다. 극영화제작지원 선정에서 탈락한 정진우 감독이 편파심사 문제를 제기했고, 직무불성실을 이유로 조희문 전 부위원장을 불신임한 것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법원 판결에도 의문들이 많았다. 유길촌 위원장의 업무방식이 불씨가 되어 위원장 불신임 정관 개정안이 영진위 위원 4인에 의해 통과되었고, 영화인회의 등 외곽단체들은 이례적으로 위원장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2001년 흥행 5걸

(당해 개봉작, 서울 기준, 단위: 명)

1. <친구> 267만 8846

2. <엽기적인 그녀> 173만 5692

3. <신라의 달밤> 160만 8211

4. <조폭 마누라> 141만 9972

5. <달마야 놀자> 125만 875

NUMBER

2000 11억 규모로 세운 <취화선> 오픈 세트장 크기(평)

1/4 <화산고> 전체 장면에서 와이어 액션이 차지하는 분량

4000 <무사> 112회차 촬영에 총 컷수(컷)

50,000,000 <무사> 촬영 중 사용된 약품비용(원)

3,370,000 9월18일 문화관광부 국정감사 제출 자료에 나와 있는 영화제작 스탭들의 연평균 총소득(원)

1.7 2001년 국민 1인당 연평균 영화관람횟수(회)

CHARACTER

올해의 여성상_<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

생전 처음 보는 여자였다. 대충 알고나면 반말이고, 술장사일 것 같지만 거푸 석잔이면 그 자리에서 뻗는다. 또 먹었다 하면 사람 안 가리고 토악질을 일삼고, 때로는 장소 안 가리고 나잡아봐라 한다. 게다가 성격은 불같아서 악인들을 보면 참지 못한다. 하지만 아픔이 있고, 누구보다 사랑이 많은 여자다. 인터넷 소설로 시작하여 영화까지 되었다. 배우 전지현의 발랄한 신세대 이미지와 동반상승하면서 이 캐릭터는 2001년의 여성상이 되었다.

말, 말, 말

“한번 잡기 시작하면 계속 갖고 싶어하는 게 대권 아닌가? 신문에서 봤다며 누군가 물어보더라고. 월급 받냐고. 우리 장모님도 그랬어… 형님은 도대체 왜 그만둔 거야?(영화인회의 신임 이사장 이춘연씨가 전임 이사장 정지영 감독에게)

“<고질라 2000> 봤나. 아직도 탈바가지 뒤집어쓰고 공룡을 만들어낸다. (잡지를 보여주며) 99년 12월 <아시아위크>에서 나를 아시아를 이끌어갈 밀레니엄 리더 중 하나로 선정하지 않았나. 컴퓨터 테크놀로지 부문에선 나와 <파이널 환타지>를 만들었던 사카구치 히로노부만 뽑혔다. 그런데 한국에서만 자꾸 부정한다. 나는 한국에서 욕먹고 사카구치는 일본에서 영웅대접받는다.”(<2001 용가리> 제작자 심형래 한국에서의 푸대접을 토로하며)

“믹싱 끝나고 색보정 끝나기 전에 전화해서 ‘이젠 내 손을 진짜 떠나는 것 같아’ 하더니 그 다음날 색보정까지 다 끝나고 시사회 전날, 또 전화해서 ‘내 손을 진짜 떠났어’ 그러대요. 그래서 제가 ‘아니, 뭐 입양 보내?’ 했죠. 이 영화에 대한 애정이 장난이 아니에요.”(배우 설경구가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의 박흥식 감독에게 취중진담으로)

“홍상수 감독이 형은 드라마하지 말고 영화하면서 배우만 하라고 했는데, 술먹고 취해서 그런 건지 소식이 없다.”(명계남)

“쌈마이라는 말 좋아한다. 진심으로. 이젠 인정해주니까 좋다. 이건 네 스타일이야. 저건 김상진 아니면 못 찍어, 그런 말을 하는 걸 보면 기분좋다.”(김상진)

PEOPLE

극과 극의 카메라_김형구

모래 사막 위에 펼쳐지는 고려 무사들의 처절한 생존기 <무사>와 한 남녀의 내밀한 감정이 가슴 시리게 묻어나는 <봄날은 간다>의 공통점은 촬영감독 김형구다. 아무리 뜯어봐도 멀리 있는 이 두편의 영화를 김형구 촬영감독은 한해에 같이 찍었고, 각각 그 영화에 맞는 최고의 화면을 만들어낸 것으로 인정받았다.

미소년은 가라_장동건

“니가 가라! 하와이.” 어느 험악하게 생긴 배우가 한 말이 아니다. 비뚤게 이 말을 던지던 장동건의 모습은 오랫동안 회자되었다. 아름답고 깨끗한 청년의 이미지로 여성팬들을 사로잡던 장동건은 <친구>에서 연약하면서도 비열한 2인자 깡패 동수로 등장하여 기존의 이미지를 완전히 뒤집으면서 대성할 배우로서의 자질을 보여주었다.

월력

1월
김홍준 감독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 위촉
영화평론가 이영일씨 별세
전주국제영화제 정성일 프로그래머, 김소영 프로그래머의 복직을 요구하며 사퇴

2월
미국 USC 한국학연구소 18일까지 한국영화제 개최
<공동경비구역 JSA> 최종 관객 동원 수 전국 579만5820명

3월
박중훈 할리우드영화 조너선 드미의 <찰리의 진실> 출연 위해 파리행
충무로 스탭들의 토론방 ‘비둘기 둥지’ 개설

4월
메가박스 조조 입장료 4천원으로 인하
영화인협회와 영화인회의가 처음으로 공동주최한 38회 대종상영화제 개막

5월
대종상영화제 공정성 논란 관련, 한국영화인회의 이사장 포함 상임집행위원 18인 전원 사퇴
<친구> 전국 620만 관객동원으로 한국영화 최고 흥행기록 경신

6월
이현세 만화 <천국의 신화> 오랜 법정투쟁 끝에 무죄판결
한국디지털위성방송 총 110개 채널의 프로그램공급업자 선정 발표
한국영화 점유율 6월17일까지 지난해보다 10% 오른 39% 수준

7월
문화관광부 11월로 예정됐던 제4차 일본 대중문화 개방 무기한 연기 발표
<신라의 달밤> 전국 300만
김기덕 감독의 <수취인불명> 베니스 경쟁부문 초청

8월
8월 착수 예정이던 대구지역 벨테크엔터테인먼트의 창립작품 <나티 프로젝트> 제작자가 100억원대의 투자금과 함께 잠적.

9월
9월11일 뉴욕 쌍둥이 빌딩에 비행기 두대 자폭 테러

10월
‘살인예고장’이라는 제목의 <이것이 법이다> 홍보성 전자메일, 네티즌들에게 호된 질타
할리우드 제작사 미라맥스, <조폭 마누라> 리메이크 판권 구입

11월
개봉 3주차 맞은 <와이키키 브라더스> 소수관객 위해 시네코아 대관
신상옥 감독이 북한 체류 당시 제작한 1984년 영화 <탈출기> 이적표현물이라는 이유로 부산영화제 회고전 상영 무산

12월
제1회 광주국제영상축제 7일 개막
대한극장 멀티플렉스로 재개관

사진 <씨네21> 사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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