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탕고>는 고지라 시리즈로 유명한 일본의 도호 영화사에서 제작한 공포영화다. 이 영화의 원작은 영국 작가 윌리엄 호프 호지슨이 쓴 단편 ‘한밤의 목소리’로, 무인도에 표류된 선원들이 섬에서 자라는 독버섯을 먹고 온 몸이 균류로 변하는 괴인이 되어버리고 만다는 내용을 다루었다.
영화판인 <마탕고>에서 파멸의 구렁텅이로 빠져드는 인간 군상은 대기업 사장, 작가, 가수, 대학교수 등 소위 상류층에 속한 자들로, 무인도에 갇혀 굶주림과 섹스에 대한 욕망에 사로잡힌 채 서로를 시기하고 배반해 간다.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짙은 안개로 인해 구조의 손길마저 기대할 수 없는 극한 상황. 여기서 굶어죽거나 미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섬에서 자라고 있는 ‘마탕고’라는 버섯을 먹는 것 뿐이다. 도시에서의 풍족하고 향락적인 생활에 익숙해진 이들에게 있어 향기로운 버섯의 맛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버섯을 먹은 그들은 서서히 온 몸에 균사체가 뒤덮이기 시작하고, 마침내 거대한 버섯이 되어버린다. 버섯이 된 사람들은 다음 희생자를 찾아 난파선에 남아 있는 동료들을 습격한다. 그들은 이방인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지만, 사람들을 죽이거나 해악을 입히지는 않는다. 단지 그들은 버섯을 먹고 자기들과 같은 존재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원작에서는 그 정체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던 버섯이 영화판에서는 핵실험과 그로 인한 방사능 오염의 산물일지도 모른다는 가설이 제시된다. 이것은 도호의 괴수영화 <고지라> 이후 일본의 특촬 장르 영화에서 즐겨 다루어져 온 설정인데, 원작의 내용을 바탕으로 문명비판적 주제를 첨가한 <마탕고>에서는 인간의 잘못된 욕망이 빚어낸 어두운 면을 상징한다. 따라서 핵이나 방사능이 괴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수단을 넘어서 보다 높은 수준의 극적 장치로 기능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클라이맥스에 등장하는 마탕고 괴인들의 모습도 핵폭발의 버섯구름 또는 남근을 연상시키고, 단순히 괴물 옷을 입은 사람이 아닌, 설득력을 가진 공포의 대상으로서 확실한 존재감을 부여받는다.
이것은 새로운 특수촬영 기술을 들여오는 데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던 특촬감독 쓰부라야 에이지의 끊임없는 노력과 연구의 성과이기도 하다. 당시 새로 개발된 신소재(훗날 스티로폼으로 발전하는)를 활용한 마탕고의 질감, 보다 발전된 스크린 프로세스 기법이었던 전면투사(front projection)의 도입, 당시 가장 뛰어난 합성용 기재였던 옥스버리 옵티컬 프린터를 통해 구현된 정교한 합성 화면 등 최신 특촬 기술이 아낌없이 투입된 <마탕고>의 영상은 고지라 류의 괴수물이 특촬영화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팬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된다. 최고의 영상을 만들고자 분투한 스탭들의 노력에 힘입어, 일본의 특촬 기술은 당대 최고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혼다 이시로 감독 특유의 우울한 분위기를 잘 살린 연출, 구보 아키라, 미즈노 구미, 사하라 겐지, 쓰치야 요시오 등 도호 특촬영화를 대표하는 배우들의 열연도 <마탕고>를 기억할만한 공포영화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특히 미즈노 구미가 분한 요염하고 퇴폐적인 분위기를 지닌 가수 마미는 가히 특촬영화의 팜므 파탈로서 손색이 없다. 영화 <마탕고>는 마치 극중에 등장하는 독버섯의 유혹처럼 독특하고 기이한 분위기를 지닌 장르 영화의 수작이다. 보고 나면 전처럼 버섯을 맛있게 먹을 수 없을 지도 모른다.
미국의 미디어 블래스터에서 ‘Matango : Attack of the Mushroom People’이라는 제목으로 발매한 코드 1번 DVD는 2003년 12월에 나온 도호의 일본판 코드 2와 완전히 동일한 사양이다. 오리지널 일본어 모노 사운드는 물론 음성해설, 인터뷰 등 부록도 그대로다. 여기에 돌비 디지털 5.1 및 2.0 영어 본편 사운드가 추가되었고 모든 부록에 영어 자막이 지원되기 때문에 오히려 일본 이외 국가에서는 이쪽을 택하는 것이 이득이다. 가격 역시 일본판의 3분의 1 정도여서 더욱 매력적인 타이틀이다. 미디어 블래스터에서는 <마탕고> 외에도 <지구방위군> <대괴수 바란> 등의 도호 특촬영화를 코드 2와 동일한 사양으로 출시하여 팬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P.S : 원작 소설 '한밤의 목소리'는 [세계 호러 걸작선 1](책세상 刊)에 번역본이 수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