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타이틀]
김송호의 라이브 액션 <고지라: 파이널 워즈>
2005-08-16
글 : 김송호 (익스트림무비 스탭)
괴수왕 최후의 전투

괴수왕 고지라와 기타무라 류헤이 감독. 어찌 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조합인데, 더욱이 고지라 탄생 5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이자 시리즈의 최종작이라는 <고지라: 파이널 워즈>를 위해 이 조합이 실현되었을 때 전 세계의 고지라 팬들은 의구심과 기대감을 동시에 표할 수밖에 없었다. 기타무라 류헤이가 선 굵은 오락영화를 연출하는 데 일가견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은 거의 마니아 대상의 영화가 되어버린 고지라 시리즈에 적합한 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확답을 내릴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앞뒤 안 가리고 마구 돌진하는 연출 스타일이 전례 없이 새로운 고지라 영화를 보여줄 지도 모른다는 은근한 기대감도 없지는 않았다.

그렇게 해서 2004년 12월 공개된 신작 <고지라: 파이널 워즈>는 의외로 이 영화에 대해 팬들이 가졌던 두 가지 시각 모두를 어느 정도 충족시켜준 작품이었다. 우선 고지라 시리즈에 등장했던 인기 괴수들이 신 괴수를 포함 총 15마리나 등장하며, 1960년대 유행했던 외계인 지구 침략물의 내용을 그대로 답습한 플롯, 극중 곳곳에 삽입된 역대 도호 특촬영화에 대한 인용과 패러디, 팬들에게 친숙한 원로 배우들의 대거 출연 등은 확실한 팬 서비스로서 기능했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 빌>이 일본 사무라이 영화와 홍콩의 무협, 권격 영화에 대한 하나의 거대한 헌정이라면, <고지라: 파이널 워즈>는 ‘도호 특촬영화판 킬 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영화는 지금까지 ‘핵전쟁과 그 공포에 대한 상징’이라는 전통적인 고지라에 대한 해석 대신 ‘인간의 과오가 빚어낸 산물’이라는 좀 더 폭 넓은 해석을 통해 지극히 변주 가능성이 좁은 고지라 영화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했다. 기타무라는 <파이널 워즈>를 통해 고지라라는 괴수 자체가 인간의 핵실험으로 깨어난 고대 공룡이라는 설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오랜 시간을 거쳐 오면서 그것이 오히려 고지라의 발을 묶어버린 ‘주박’에 가까운 것으로 퇴행해 왔다는 사실을 지적했던 것이다. 따라서 이 영화는 단순히 괴수의 파괴 행위를 방관할 수밖에 없는 인간들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인간과 괴수가 힘을 합쳐 보다 거대한 위험에 맞서 싸운다는 버라이어티한 오락 영화에 가깝다.

그러나 기타무라의 이러한 해석이 완전히 성공적이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나쁘게 보면 <파이널 워즈>는 고지라 50주년 작품이라기보다는 또 하나의 기타무라식 액션 영화이기 때문이다. 격투기와 스트레이트한 액션물을 선호하는 그가 고지라라는 캐릭터만 빌려 결국 자기 취향의 영화로 만들어버린 결과물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그 때문인지 이 영화는 의외로 악평도 많이 받았으며, 결과적으로 흥행에서도 부진한 성과를 거두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지금까지의 고지라 영화가 보여줄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여러 가지 것들을 담은 진귀한 작품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오히려 골수 고지라 마니아보다는 물론 일반 영화팬들에게 권할 만한 논스톱 오락물, 그것이 바로 <고지라: 파이널 워즈>인 것이다.

DVD는 디스크 1장짜리 일반판(스탠다드 에디션)과 3장짜리 특별판(스페셜 에디션)의 2종류가 출시되었는데, 이 역시 보통 영화팬과 고지라 마니아를 동시에 공략하기 위한 의도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여기서 살펴 볼 일반판은 고지라 마니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타이틀이다. 우선 감독과 특촬감독이 참여한 음성해설을 통해 카메라 뒤에서 벌어진 이야기나 완성된 영화에 들어가지 못했던 재미있는 설정 등에 대해 알 수 있으며, 특히 15마리나 되는 등장 괴수별 장면들을 선택하여 볼 수 있게 한 ‘괴수 셀렉터’는 팬들의 취향을 고려한 흔적이 엿보이는 기능이다. 리모컨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괴수가 나오는 장면을 마음대로 골라볼 수 있다.

2.35대 1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 영상은 널찍한 화면에 거대한 괴수들이 충돌하거나 인간들끼리 벌이는 과격한 격투와 총격전을 효과적으로 담아낸다. 블리치 바이패스(현상시 필름의 은 성분을 남기는 방법)를 거쳐 기존의 고지라 영화와는 확실히 차별화된 독특한 색감을 잘 살리고 있긴 하지만, 대신 입자가 지글거리고 어두운 부분의 표현력이 떨어지는 등의 단점도 만만치 않아 화질 면에서는 아쉬움이 없지 않다.

하지만 전작인 <고지라X모스라X메카고지라 토쿄 SOS>의 DVD부터 적용된 돌비 디지털 5.1 EX 사운드는 화질의 아쉬움을 확실히 보상해 준다. 분리도가 뛰어난 편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액션 장면에서 감상 공간을 장악하는 박력 넘치는 입체 음향은 오락 영화 감상의 재미를 극대화시켜준다. 좀 더 상세한 제작과정이나 자료 영상을 보고 싶다면 특별판으로 가도 좋다. 가격의 부담(정가 8,400엔)이 있기는 하지만 부록에 담긴 프로듀서 인터뷰에는 폭탄 발언도 들어있으니 DVD를 구입할 정도의 고지라 마니아라면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외국어 삽입 부분의 자막과 더빙을 선택 감상할 수 있다.
괴수 셀렉터 메인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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