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타이틀]
김송호의 라이브 액션 <배트맨 더 무비>
2005-07-05
글 : 김송호 (익스트림무비 스탭)
60년대를 풍미한 유쾌한 배트맨씨의 모험담

<배트맨 더 무비>는 1966년작 TV 시리즈인 <배트맨>의 장편 영화판이다. 원래는 TV 시리즈의 방송국 납품을 도울 목적으로 제작된 작품이지만, 다행히 시리즈가 ABC에서 성공적으로 방영을 시작하자 뒤늦게 극장에서 공개되었다. 오히려 이 영화판은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TV 시리즈의 파일럿 프로그램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현재 공개중인 배트맨 영화의 최신작 <배트맨 비긴즈>가 진지하고 복잡한 배트맨 캐릭터의 본질을 성공적으로 부활시킨 작품이라면, <배트맨 더 무비>는 ‘예전엔 이런 역사도 있었구나!’ 하는 흥미위주로 접근할 만한 작품이다. 즉 여기서의 배트맨(과 로빈)은 캐릭터 자체의 어두운 면이 배제되고, 철저하리만치 유치한 만화적 세계관 속에서 악당들을 쳐부수는 활극 히어로의 측면이 강조되어 있다(그런 면에서 조엘 슈마허의 배트맨과도 일맥상통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유치함 속에서도 캐릭터들의 행동이나 대사는 나름대로 진지하고 심각하다는 것. 정색을 하고 미국식 농담을 해 대는 배트맨과 로빈, 그 반대편에서 과장된 제스처와 대사를 날리는 악당들은 단순하고 황당하기 짝이 없는 줄거리 속을 한껏 누비며 당시의 관객들에게 웃음과 흥분을 선사했던 것이다.

이를테면, <배트맨 더 무비>에서 조커, 펭귄, 리들러, 캣우먼의 4대 악당들은 연합체를 구성, 힘을 합쳐 세계를 위기에 몰아넣을 계획을 세운다. 그 계획이라는 것이 유엔 회의장을 습격하여 각국 대표를 납치하는 것인데, 사람의 수분을 증발시키는 장치를 통해 대표들을 분말(!)로 만들어 협박하자는 것이다. 천신만고(?) 끝에 배트맨과 로빈이 엉망으로 뒤섞인 ‘인간 분말’을 국가별로 분리한 뒤 다시 물을 부어 부활시켰더니, 분리가 완전하지 않았던 듯 대표들이 각자 엉뚱한 나라의 말로 회의를 진행하고 있더라 하는 식이다.

이러한 작품의 노선 때문에 <배트맨 더 무비>와 그 TV 시리즈는 원작을 중시한 팬들 사이에서 일종의 ‘역사적 과오’로 취급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 밝고 유쾌한 매력에 흠뻑 빠져 열렬한 지지를 보내는 팬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배트맨 더 무비>의 두 주연 배우인 애덤 웨스트(배트맨 역)와 버트 워드(로빈 역)는 파파 할아버지가 된 지금도 자서전 발간, 외전 TV 프로그램 출연, 팬 집회나 행사의 게스트 활동을 통해 전성기 시절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며 만만찮은 부수입을 거두고 있을 정도다(웨스트는 최근 <배트맨 비긴즈>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2001년 8월 출시된 <배트맨 더 무비>의 DVD는 TV 시리즈의 팬들에게는 상당히 귀중한 타이틀이다. 판권과 그를 둘러싼 복잡한 이해관계로 인해 TV 시리즈의 DVD 출시가 현재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타이틀은 배트맨과 로빈 복장을 입은 웨스트와 워드를 볼 수 있는 (비디오와 함께) 유일한 매체로서의 가치가 있다.

사양은 꽤 준수한 편으로, 돌비 디지털 2.0 사운드는 40년 가까이 된 작품임을 감안하면 또렷하게 잘 들리며, 단순한 원색 의상이 난무하는 화면을 양호한 해상력으로 보여주는 복원 화질도 우수하다. 부록으로는 주연 애덤 웨스트와 버트 워드의 음성해설과 별도로 수록된 인터뷰, 배트모빌 제작과정을 놓치지 말 것. 촬영 당시의 추억과 유머러스한 농담이 가득한 음성해설과 인터뷰는 팬들에게 있어 최고의 선물이다. 또한 지금도 디자인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66년판 배트모빌에 대해 디자이너이자 제작자인 조지 배리스가 직접 출연, 제작과정에 얽힌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영화 속에서 휙휙 지나치기만 했던 배트모빌의 세부 이곳저곳을 꼼꼼하게 볼 수 있다는 점도 팬들에게는 즐거움일 것이다. 그 외의 부록인 영어 및 스페인어 버전의 예고편과 귀중한 스틸 갤러리 등도 자료적 가치가 높다.

애덤 웨스트 인터뷰
배트모빌 제작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