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타이틀]
김송호의 라이브 액션 <가면라이더 히비키>
2005-09-16
글 : 김송호 (익스트림무비 스탭)
소년, 히어로를 만나다

일출을 배경으로 한 제2화의 명장면.

이번에 소개할 <가면라이더 히비키>는 현재 일본 TV를 통해 방송 중인 가면라이더 시리즈의 최신작이다. 1971년 첫 방영을 시작한 <가면라이더>는 세계 정복을 획책하는 악의 조직 쇼커에 의해 괴인으로 강제 개조된 청년 혼고 다케시가 쇼커의 마수를 쳐부수기 위해 맞서 싸우는 활약을 그린 작품이다. 3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 다수의 시리즈가 이어져 온 일본의 대표적인 특촬 히어로물로, 국내에는 해적판 만화나 시리즈 일부(그것도 대만판 개작)의 비디오가 간간이 소개되는 데 그쳤으나 올해 초 국내 최초로 2002년도 작품인 <가면 라이더 류우키>가 케이블 채널 투니버스에서 <가면 라이더 드래건>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됨으로써 처음으로 공식 소개되었다.

2005년도 신작인 <가면라이더 히비키>는 ‘완전 신생’을 모토로 하여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했던 새로운 가면라이더 및 히어로상을 정립하겠다는 목표로 제작되었는데, 방영 중반을 넘어선 현재 적어도 전작들과의 차별화에는 확실히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히비키. 가면라이더로 변신하는 호청년이다.

이 작품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히어로 가면 라이더가 아니라 평범한 중학생인 아다치 아스무(도치하라 라쿠토 분). 드럼을 좋아하여 브래스 밴드 서클이 있는 고등학교를 지망하는 수험생인 그는 다소 소심한 성격인데다가 앞날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사춘기를 겪고 있다. 어느 날 아스무는 제사를 지내기 위해 야쿠시마 지방으로 가는 페리에서 묘한 인상의 남자 히비키(ヒビキ; 호소카와 시게키 분)를 만난다. 히비키의 정체는 일본 각지에 출현하여 사람을 습격하는 요괴 마화망에 맞서 싸우는 정의의 오니(鬼 ; 일본의 도깨비 혹은 귀신)인 ‘가면 라이더 히비키(響鬼)’. 아스무는 히비키와의 인연을 이어 가면서 털털하고 자상한 그의 인간적 면모에 반하게 되고, 여러 가지 사건을 거치면서 점차 성장해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대략적인 내용에서 살펴볼 수 있는 <가면라이더 히비키>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일본의 전통색이 강하게 느껴지는 설정이고, 다른 하나는 히어로를 동경하여 성장하는 청소년의 이야기라는 기본 구조다. 지금까지의 가면라이더 시리즈가 대부분 초인적인 힘을 지닌 개조인간이 악의 조직과의 고독한 싸움을 전개해 나간다거나 다수의 가면라이더끼리의 갈등을 주로 다루었다면, <히비키>는 히어로물이라는 설정을 빌려 아직 미완의 존재인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하나의 건전한 방향이 될 수 있는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액션과 갈등에 집중하기보다는 탄탄하게 구축된 등장인물 사이의 관계와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 분위기, 도시보다는 산이나 강, 바다 등 자연적인 환경을 배경으로 한 편 한 편 공들여 제작된 뛰어난 영상미는 이 작품을 높은 완성도의 특촬 드라마로 승화시키고 있다.

주인공 아스무(오른쪽)와 여자친구 모치다 히토미.

특히 <히비키>는 한자로 ‘響鬼(향귀)’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소리와 음악이 대단히 중요한 요소로 사용되고 있다. 영상과 유기적으로 연관된 음악과 효과음의 활용은 물론이고(방송 초반부에는 뮤지컬 식으로 연출된 장면들이 다수 나왔다), ‘라이더 킥’으로 대표되는 가면라이더의 필살기 대신 북, 트럼펫, 기타 등의 ‘음격(音擊)무기’를 통해 마화망에게 맑은 소리를 주입하여 퇴치한다는 참신한 설정이 등장한다.

하지만 바로 이 점이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여 잠시 히트했던 아이템인 디스크 애니멀을 제외한 완구 등의 관련상품이 어린이들의 관심을 끄는 데 실패, 최근에는 기존의 프로듀서와 각본가진이 전격 교체되는 사건이 발생하여 시청자들의 맹렬한 찬반양론을 야기하고 있기도 하다. 아직 방영이 끝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작품의 최종적인 가치를 평가하기엔 이르지만, 이번 사건이 <가면라이더 히비키>를 보다 흥미진진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고 본다.

이것이 가면라이더 히비키! 눈부시게 빛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가면라이더 히비키>의 DVD는 지난 8월부터 출시되기 시작했는데, 이후 매달 4화 분량을 담은 타이틀이 순차적으로 발매될 예정이다. DVD 제1권에는 1화부터 4화까지 수록되어 있으며, 부록으로는 예고편 모음과 등장인물, 무기, 마화망 등을 소개한 데이터 파일, 액션 장면만을 선별하여 보여주는 배틀 셀렉션, 제작발표회 영상이 있다. HD로 촬영된 본편은 1.85대 1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이 지원되는데, 종종 급격한 동작이 있거나 정보량이 많은 장면에서 화면이 순간적으로 깨지는 현상이 다소 거슬린다. 사운드는 통상적인 TV 타이틀과 마찬가지로 돌비 디지털 2.0. 대사와 음악, 효과음의 전달력은 양호하지만 볼륨이 조금 낮게 설정되어 있다.

아무래도 일본판 타이틀이기 때문에 가격 면에서 부담스러운 면이 없지 않으나, 현재 일본 특촬물의 현주소를 파악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작품이니만큼 관심 있는 팬이라면 일견의 가치가 충분하다. ‘참신한 작품’을 원한다면 꼭 도전해 보기 바란다.

제작발표회 영상
데이터 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