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씬 시티> 미리 보기 [4] - 감독·배우 인터뷰
2005-06-21
글 : 박혜명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잃은 것? 오스카 감독상에 못 오르게 된 정도다”

<씬 시티> 공동감독 프랭크 밀러, 로버트 로드리게즈

프랭크 밀러(48)는 할리우드에 대해 가슴 아픈 기억을 몇개 갖고 있다. 결정적인 건 <로보캅2>다. 밀러는 <로보캅2>의 오리지널 스토리와 스크립트를 쓰는 동안 코믹북 작가의 크리에이티브를 억누르는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제약 많은 제작 시스템에 혀를 내둘렀다. 그뒤로 밀러는 할리우드 근처에 점심 먹으러도 온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런 그를 로드리게즈는 <씬 시티> 영화화로 설득하고 공동감독 자리에까지 앉혔다. 로드리게즈는,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을 것이며, 당신의 원작을 완벽히 재현할 것”이라고 몇번을 다짐했다고 한다. 코믹북을 영화로 끌어들인 것이 아니라 영화가 코믹북으로 변해버린 <씬 시티>를 들고 칸에 온 두 감독은 오래된 친구처럼 거리감이 없어 보였다. 외향적인 로드리게즈와 달리 밀러는 인터뷰 초반 기자들과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그러나 “믿을 만한 친구를 옆에 두어 든든하다”는 밀러의 낯가림은 오래가지 않았다.

-왜 <씬 시티>를 영화로 만들고자 선택했는가.

=로버트 로드리게즈 | 우선 내가 이 코믹북의 엄청난 팬이다. 영화화는 멋진 아이디어였지만 그 방법을 찾는 데 몇년이 걸렸다. 난 누아르를 늘 찍고 싶었다. <스파이 키드>를 찍으면서 조명과 촬영 기술에 대해 더 많은 것들을 알게 된 뒤에야 이젠 찍을 수 있겠다 싶었다. 각색하려고 책을 보면 볼수록 각색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씬 시티>는 그 자체로 시각적인 스토리텔링을 가졌기 때문에 그대로만 스크린에 옮겨도 말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현장에서는 일을 어떻게 분담했나.

=로버트 로드리게즈 | 난 가능하면 프랭크가 연출에 깊이 관여하길 바랐다. 프랭크는 배우들과 정말 열심히 작업했다. 나는 비주얼적인 면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그는 배우들이 캐릭터를 이해하는 일을 도왔다. 배우들도 현장에 원작자가 있는 것을 더 마음 편히 여겼다.

=프랭크 밀러 | 로버트는 주로 카메라 앞에 있었고 나는 모니터 앞에 있었다. 로버트가 최대한의 자유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내 일이었다. 그리고 로버트는 현장에 온갖 종류의 카우보이 모자들을 다 갖다놓고 있었다. (웃음)

=로버트 로드리게즈 | 사실 우린 한몸이다(We’re the same guy). (웃음)

-굳이 텍사스에 세트를 지어놓고 촬영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 당신들 정도면 굉장히 성공한 감독과 작가인데, 할리우드 스튜디오 안에서 만들어도 얼마든지 자유롭게 영화를 찍을 수 있지 않았나.

=프랭크 밀러, 로버트 로드리게즈/ (동시에 매우 단호한 표정으로) 아니, 아니, 아니.

=프랭크 밀러 | 할리우드에는 결코 자유가 없다. 내가 경험해본 바로는 그렇다.

=로버트 로드리게즈 | <씬 시티>는 미라맥스의 하비 웨인스타인과 밥 웨인스타인이 투자했다. 그들은 진짜 신사다. 내가 만들어둔 5분짜리 동영상을 보고 배급을 결정했다. 그리고 제작기간 동안 어느 것 하나도 터치하지 않았다. 예산이 커지면 스튜디오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그러면 간섭을 피할 수 없다. 내가 늘 저예산으로 영화를 찍는 까닭도 그 때문이다.

-필름 누아르를 좋아하는가.

=프랭크 밀러 | 당연하다. 말할 필요도 없다. LA에 살다가 뉴욕으로 이사간 뒤 난 뉴욕이란 도시 자체도 좋았지만 더 좋았던 건 매일밤 TV를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매일 밤 40, 50년대 흑백 누아르 필름을 TV에서 해줬다. 빠짐없이 봤다. 지금까지도 정말 좋아한다.

-당신의 그래픽 노블에 영감을 준 영화감독들이 있는가.

=프랭크 밀러 | 새뮤얼 풀러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감독 중 하나다. 그외에 오슨 웰스와 프리츠 랑을 좋아하고 별로 유명하지는 않지만 로이 윌리엄 닐도 정말 좋아한다. 닐의 영화는 달달 외울 정도로 봤다.

-당신의 영화는 굉장히 비현실적이다. 현실적인 영화(realistic movie)를 찍는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는가.

=로버트 로드리게즈 | 내 영화에 과장이 많고 말이 안 되는 상황들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난 순수하게 현실적인 영화들(straight realistic movies)은 좋아하지 않는다. 난 모든 장르의 영화를 좋아한다. 그리고 장르마다 나름의 리얼리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 영화에는 나만의 리얼리티가 있다. 폭력적이라든지 비현실적이라든지 해보이는 것들이 내 영화 안에서는 리얼리티다.

-미국감독조합(DGA)을 탈퇴함으로써 잃은 것이 있는지.

=로버트 로드리게즈 | 알다시피 나는 프랭크 밀러를 공동감독으로 끌어오려다 DGA를 탈퇴하게 됐다. 감독조합을 탈퇴한 덕에 난 앞으로도 그런 식의 경험을 할 자유를 얻게 됐다. 내가 잃은 것은 아주 피상적인 것들인데, 이를테면, 보험을 갖지 못하게 됐다든지 사소한 금전적 이익이 없어졌다든지 정도다. 그리고 오스카 감독상 후보에 절대 오를 수 없게 됐고 스튜디오에서 개발하는 프로젝트는 맡을 수 없다. 난 자유가 더 좋다.

-영화가 R등급을 받기 위해 잘라낸 컷들이 있는가.

=로버트 로드리게즈 | 우린 미국영화협회(MPAA)와 아무 문제가 없었다. 보통은 그쪽 사람들이 꽤 까다로운데 이 영화가 아주 양식적이고 추상적이어서 폭력성이 문제되지 않는다는 걸 이해하더라. 우리더러 자르라고 요구한 장면은 없었다.

-정말? 굉장히 폭력적인 영화인데.

=프랭크 밀러 | 폭력적이라고? 내 생각에 그 정도면 무난하다.


“노출? 그냥 역할이 요구하는대로 했다”

제시카 알바 인터뷰

프랭크 밀러가 “<씬 시티>에서 가장 완벽한 여자”라고 묘사하긴 했어도 사실 낸시는 여타 여자 캐릭터들에 비해 개성이 약간 부족하다. 제시카 알바(24)는 그런 낸시에 대해 “완벽할 만큼 부드럽고 부서지기 쉽지만 한편으로 자신감 있고 강한 여자라서 너무 하고 싶었다”고 애정을 표했다. 낸시가 <씬 시티>의 천사라면 할리우드의 천사로 불려도 될 듯한 제시카 알바는, 노출 수위가 위험지경에 이른 가죽옷을 입고 춤추는 스크린 속 모습만 눈부신 것이 아니라 칸의 오후 햇볕이 잘 들지 않는 작은 호텔룸 안에서도 반짝반짝 빛나 보였다. 그녀는 외모와 노출에 관해 기자들의 질문이 몰리면, 적당히 예의 바르게 대처하는 현명함도 발휘했다.

-로버트 로드리게즈와 프랭크 밀러는 각각 당신과 어떤 이야기를 주로 나눴나.

=프랭크와는 주로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고, 로버트와는 기술적인 부분의 이야기를 많이 했다. 가령 촬영할 때 이런 앵글에서 찍을 것이다, 한쪽 눈에서만 눈물을 흘려라 같은 지시를 로버트가 내렸다.

-한쪽 눈에서만 눈물을 흘렸다니. 비결이 뭔가.

=나도 모르겠다. (웃음) 그냥, 로버트가 눈물을 흘려보라고 해서 흘렸는데 한쪽에서만 눈물이 났다. 로버트가 갑자기 잠깐, 하기에 내가 틀렸구나 싶었는데 “방금 그거 다시 해봐! 내가 원했던 게 바로 그거야!”라고 하더라. 근데 다시 할 수 없었다. 어떻게 했는지를 모르니까. (웃음)

-영화 속에서 당신의 캐릭터 낸시는 말 그대로 순수하고 아름다운 천사다. 실제 당신의 모습도 굉장히 아름답다. 특히 인상적인 건 낸시의 복장인데, 노출이 많다. 촬영현장에 남자들이 많았을 텐데 주변 시선 때문에 당황한 적은 없나.

=별로 당황스럽지 않았다. 사실 그런 걸 별로 생각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그냥 역할이 요구하는 대로 분장을 하고 의상을 입었을 뿐이다. 다른 캐릭터들도 다 한 일이고 별로 어렵다고 느낀 적은 없다.

-당신의 아름다움은 가족 중에서도 누구에게서 많이 물려받았나.

=음, 난 할머니를 많이 닮은 편이다. 할머니와 아버지는 멕시코인이시다. 우리 엄마는 덴마크 출신의 프랑스인이고.

-당신의 생김새만 보고서는 사람들이 당신이 어느 나라 출신인지 잘 모르지 않나.

=맞다. 난 어느 카테고리에도 딱 들어맞지 않는다. 특히 이 일을 시작할 땐 역할을 잡기가 어려웠다. 전형적인 미국인 소녀는 결코 아니고, 라틴계쪽을 연기하자니 또 그런 얼굴도 아니다. <다크 엔젤>의 주인공은 그런 것에 상관없이 가장 나에게 잘 맞는다고 생각했던 첫 번째 역할이다.

-<씬 시티>도 코믹북이 원작이고 최근 출연작인 <판타스틱 포>도 코믹북이 원작이다. 코믹북에 특별한 애정이 있는 건지.

=일부러 코믹북이 원작인 영화를 하겠다고 한 적은 결코 없다. 그냥 코믹북을 각색하는 영화들이 많고, 그런 시나리오가 나한테 많이 들어온다. 내가 받는 시나리오의 7∼8개는 코믹북을 각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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