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노동계급 출신, 일하지 않으면 안 됐다”
브리타니 머피 인터뷰
프랭크 밀러가 자신의 원작만화에서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는 웨이트리스 셸리다. 그녀는 베이신 시티의 다른 어떤 여자들보다 밝고 건강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8마일>로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는 브리타니 머피(28)는 셸리보다 몇배 더 밝고 활기찬 여배우였다. 머피는 크게 웃고, 과장된 표현을 쓰고, 목소리 톤을 쉴새없이 높였다 낮췄다 하며 평범한 질문 하나를 던져도 마치 그런 질문은 처음 들어본다는 듯 열성적으로 대답했다.
-레드 카펫을 밟은 소감을 말해달라.
=이런 큰 영화제에 온 것이 난생처음이다. 내가 아주 큰 특권을 가진 것에 감사한다. 칸에 왔다는 것 자체도 영광스럽지만, 레드 카펫을 밟고 걸어가는 것은 정말 굉장한 경험이다. 이곳은 초청을 받아야만 올 수 있다. 여기 온 사람들은 모두 초청받은 것 자체를 자랑스러워하는데, 나도 그 일부가 된 것 아닌가. 전 지구적인 관점에서 정말 환상적인 일이다.
-셸리라는 캐릭터가 가장 맘에 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그녀는 <씬 시티>의 다른 여자들과 다르다. 올드 타운의 환경에는 비교적 적응을 잘하고 있지만 그 세계에 완전히 가담하고 싶어하지는 않는 여자다. 그녀는 밝고 심성이 곱다.
-이 분야에서 오랫동안 프로로 일해왔다. 스스로에게 “내가 원하는 걸 하고 있는 걸까?”라고 물었던 적이 있을 것 같다.
=(웃으면서)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런 질문을 누군가로부터 들으니 좋다. 우리집은 노동계급 출신이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는 아침에 일어나면 식구들이 전부 일하러 아침 일찍 나가고 없었다. 나도 그렇게 했다. 일하지 않으면 안 됐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이걸 왜?’라고 물을 여유는 없었다. 물론 그동안 상황도 달라졌고 많은 영화를 찍었다. 스무살 무렵엔 내 일이 감정적으로 지친 느낌을 준 적도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스물일곱살이다. 그런 고민과 실제 삶의 불균형쯤은 조절하는 방법을 찾았다.
-그 방법이 어떤 건가. 클럽 같은 데를 자주 가나.
=예전에 나이트클럽을 간 적이 있다. 난 춤을 잘 못 추는데 거길 들어가니까 몇몇 사람들이 날 알아봐서 더 부담스러웠다. 사람들은 술에 취해 맘껏 춤추면서 놀고 있었다. 난 데킬라 한잔 마시고 완전히 취해서 그냥 집에 돌아왔다. 3년 전인가 4년 전이다. 내가 처음으로 클럽에 갔던 기억이다. 식구들하고 있는 것이 가장 좋다. 우리 가족은 아일랜드계인데, 굉장히 떠들기 좋아하고 모이기도 좋아한다.
-남자친구가 있다는 얘기를 최근 어떤 기사에서 읽었다. 그가 당신이 공인이라는 것에 대해 부담을 갖는다거나, 당신 스스로가 어려움을 겪지는 않는가.
=그런 걸 신경쓰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조심하려고 굉장히 노력한다. 그리고 우리 가족이 워낙 친절한 사람들이라 괜찮다. (웃음) 나는 사교적(sociable)이긴 한데 사회적(social)이진 않다. 일단 거짓말을 못한다. 그 친구에게도 솔직하게 대한다. 지금까지 다섯명의 남자친구를 사귀었고, 그중의 한명은 약혼까지 했었는데, 연인으로 지내면서 내가 공인이라는 점 때문에 서로에게 상처가 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영국식 억양이 원작을 망칠까봐 걱정했다”
클라이브 오언 인터뷰
드와이트는 <씬 시티>의 남자들 가운데 가장 평범한 축에 속할 수도 있다. 드와이트는 적당히 매력적이고, 적당히 남을 속일 줄 알고, 적당한 정의와 책임의식을 가졌다. 로드리게즈는 “빈틈을 메우는 연기가 무엇인지 보여준 특출한 배우”라며 클라이브 오언(41)의 연기력을 높이 사기도 했지만, 칸에서 만난 오언은 평범한 영웅 드와이트보다 더 평범한 남자에 가까워 보였다.
-<씬 시티>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는가.
=제안을 받았다. 로버트가 원작책과 5분짜리 동영상을 보내줬다. 난 프랭크 밀러의 작품을 많이 보지 않았다. 로버트가 보내준 김에 읽게 됐는데 내가 몇년 동안 본 것 중에 가장 상상력이 뛰어나고 거친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참여하면 좋겠다고 결심하게 됐다.
-원작자가 현장에 있다는 점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프랭크의 존재는 (배우가 연기하는 데 있어) 모든 요소에 대해 필수불가결한 것이었다. 그는 이 미친 세계를 주물러 만든 신이다. 영화 완성본을 처음 본 날 생각했다. 이자가 천재구나.
-영국식 악센트를 고치는 일도 어려웠을 것이다.
=걱정이 많았다. 이 영화는 보이스 오버 내레이션 분량이 굉장히 많은데, 출연 제의를 승낙한 시점에서 촬영이 시작될 때까지는 몇주 시간이 없었다. 그리고 밀러의 원작은 대사가 정말 아름답지 않은가. 그걸 망치고 싶지 않았다. 로버트는 걱정 마라, 진땀뺄 것 없다, 그냥 대사에 집중해라, 라고 얘기했다. 막상 시작하니 별로 어렵지는 않았다. <씬 시티>의 대사들은 고전 누아르의 대사들과 리듬이 비슷해서 읽다보면 방법을 알게 된다.
-당신은, 다소 늦은 나이에, 주류 할리우드 안에서 최근 급부상했다. 대중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졌을 것 같다.
=영국에 있을 때 아주 어려서부터 TV를 했다. 황금시간대 드라마를 오랫동안 하다가 어느 순간 지겨워서 더이상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만두고 연극과 저예산의 소규모 영화들을 하기 시작했다. 대중의 짓궂은 시선은 TV 하면서 더 심하게 겪었다. TV는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타블로이드에 오르내리기도 훨씬 쉽다.
-<클로저>에서의 연기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비평적으로도 당신의 연기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건 원작의 대사들이 워낙 훌륭하기 때문이다. 마이크(마이크 니콜스 감독)는 일부러 테이크를 많이 안 가려고 했다. 그 대신 리허설을 많이 해야 했다. 그 영화는 4주간 리허설만 했다.
-그 영화로 골든글로브상을 탔고 오스카에 노미네이트됐다. 당신에겐 어떤 의미인가.
=그저 대단하다. 난 어떤 상이나 노미네이션도 기대하지 않았고 모두 운이 좋았던 것 같다. 그런 걸 받기에 난 아직 젊다.
“난 재키 보이가 <스카페이스>의 알 파치노라 생각했다”
베니치오 델 토로 인터뷰
원작자 밀러가 가장 구체적인 예를 들어 연기력을 높이 산 배우는 베니치오 델 토로(38)다. “재키 보이가 드와이트에게 손목이 잘리고 나서 잘린 손이 쥐고 있던 권총을 남은 한손으로만 빼내야 할 때, 재키 보이는 어떤 방법을 썼을까? 베니치오는 그 순간 자기 이빨로 손가락 하나하나를 편 다음 권총을 뺀다. 그는 내가 캐릭터를 그리면서 상상한 것들을 내가 전혀 기대하지 않은 방식으로 표현한 놀라운 배우다.” 델 토로를 만나기 위해 칸 비치에 모인 기자들도 그의 생생한 연기력에 공감하는 듯했다. 기자들은 그의 연기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가를 확인하려고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다. 졸기 직전의 느린 말투를 가진 델 토로는, 의외로 멋있는 대답을 할 줄 몰랐다.
-당신은 주로 어둡고 고통받는 역할을 많이 해왔고, 이번 영화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배우로서 원작을 처음 접했을 때 어떤 느낌을 받았나.
=난 밀러의 원작을 조크처럼 생각하고 읽었다. 어둡고 폭력적이기도 하지만, 상황이 좀 웃기지 않은가. 머리에 총구가 박히고, 총 맞아 손이 날아가네, 내 머리가 날아가네, 오 마이 갓. 그런 점에 진짜 감동받았다. 비현실적인 내용에 비현실적인 스타일이라 재밌다고 생각했다.
-당신의 캐릭터를 심정적으로 어떻게 이해했는지. 내용과 스타일이 비현실적이라고 해도 연기를 하려면 배우 자신은 리얼리티를 갖고 있어야 하지 않나.
=글쎄, 난 재키 보이가, 음, <스카페이스>의 알 파치노나 <딕 트레이시>의 딕 트레이시(워런 비티) 같다고 생각했다.
-블루 스크린, 아니, 그린 스크린 앞에서 연기하는 게 어려웠나.
=음, 블루 스크린이었는지 그린 스크린이었는지, 내 경우엔 거기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어떻게 보면, 연극 무대에서 연기하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연극 무대에는 관객이 있다. 그린 스크린 앞에는 없다. 음, 그리고 또 예를 들면, 영화 속에서는 내가 차를 타고 움직인다. 차가 움직인다. 하지만 촬영할 땐 차가 안 움직인다. 근데 난 달리는 것처럼 차 밖의 사람들을 쏴죽인다. 음, 내가 움직이지도 않으면서 쟤네들을 쏴죽인단 말야?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영화만 보고, 와, 진짜 같다, 저거 진짜 같다, 그러겠지만 하는 사람은 진짜 어렵다.
-당신이 감독으로부터 직접 영화 출연 제의를 받을 때, 하겠다고 결정하게 만드는 요소들은 무엇인가.
=스토리, 스크립트, 그리고 감독이 중요하고, 그 사람이 전에 뭘 했는가, 그런 것도 중요하고…. 캐스트. 중요하다. <씬 시티>의 경우는 로드리게즈가 만들어온 클립을 보고 하고 싶어졌다. 독창적인 영화구나 생각했다.
-연출을 하고 싶은 생각도 있는지.
=물론이다. 음, 인간을 다루고 싶다. 2∼3년 내에 만들 수 있으면 좋고.
-당신이 연기를 할 때 특별히 영감을 얻기 위한 방법들이 있나. 뭘 하나. 그림을 그린다든지, 음악을 듣는다든지.
=내 영감이 어디서 오느냐…? 음….
-오스카를 받은 뒤로(<트래픽>(2001) 남우조연상) 당신의 생활이 변한 게 있나.
=그럼, 있다. 스크립트를 더 많이 받는다. 그리고 내 이름이 쓰여진 스크립트를 많이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