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2002년 핀란드에서는 ‘진짜 판타스틱’한 일이 일어났다. 글로벌 모바일콘텐츠 기업인 라이어트 엔터테인먼트를 세운 6명의 젊은이들이 노키아, 칼라일 그룹 등으로부터 투자받은 돈 2천만 달러를 신나게 노는 데 써버린 것이다. 그리고 라이어트에 고용돼 콘텐츠 기획일을 하면서 이들과 함께 놀던 킴핀(34)은 지난해 만든 다큐멘터리 <노는 회사 라이엇>(Riot on!)을 들고 리얼 판타스틱 영화제 ‘판타스틱 영화세상’ 부분의 문을 두드렸다.
“당시 전세계적으로 아이티 붐이 일었고, 일확천금을 바라는 눈먼 돈 2천만 달러를 투자받아 마음대로 카드를 긁을 수 있었다. 술 마시고 스트립쇼를 벌이고 보석을 사는 데 남의 돈 2천만 달러를 쓸 수 있다는 것, 판타스틱하지 않은가?”
‘공범’ 킴핀 감독은 <노는 회사 라이엇>과 리얼 판타스틱 영화제의 상관관계를 유쾌하게 설명했다. 감독은 또 라이어트 시절 놀던 기억을 떠올면서도 시종일관 웃음을 떠뜨렸다. “동료들과 놀면서 찍은 그룹섹스 비디오는 독특한 형식 때문에 ‘포르노 영화계의 <시민 케인>’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디브이디로 출시하고 싶지만, 영화 속에서 발기가 안 됐던 동료가 하도 창피하다고 해서 출시를 안 했다.”
놀기도 재밌게 놀았지만, 영화 제작 과정은 더 코믹하다. “동료들은 한사코 영화화를 거절했다. 핀란드 국민들이 자신들을 비난할까 두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내가 ‘영국 저널리스트’라며 영어를 쓰는 인터뷰어를 붙였더니, 얘기를 꺼내놓기 시작했다.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가 아닌 영국인들은 라이어트의 진실을 알아도 상관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영화가 만들어진 뒤 킴핀에게 뒤통수를 맞은 동료들은 불같이 화를 냈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천성적으로 진보적인(?) 그들은 별일 아니라는 듯 영화를 받아들였다. 핀란드 국민들도 “다른 나라 사람들이 핀란드인 모두를 사기꾼으로 보지 않겠느냐”며 불쾌해 하면서도 큰 무리없이 영화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라이어트 당사자나 관객들이 <노는 회사 라이엇>을 판타스틱한 코미디로 받아들일 수 있는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사실 라이어트는 노는 와중에 ‘선견지명’을 갖고 싸게 사뒀던 <반지의 제왕> 판권이나 X맨 마블 캐릭터 모바일 저작권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투자금을 노는 데 썼다는 사실이 불쾌했던 투자자들이 회사를 부도냈지만, 부도 뒤 라이어트는 투자금액을 웃도는 돈을 벌어들였다. 라이어트의 발칙한 젊은이들도 부도 뒤 영화감독, 성인용 컨텐츠 제작자 등으로 대부분 전보다 더 잘 살고 있다고 한다.
2천만달러짜리 부패 스캔들을 코미디로 마무리지은 감독의 속내. “눈 먼 돈을 투자하고, 그 돈을 투자받아 놀아제낀 사람들의 바보 같은 행동들, 나는 그들의 행동이 비정상이라기 보다는 지극히 인간적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내 다큐멘터리는 코미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