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놓치면 후회하는 영화음악 20선 [2] - 월드뮤직의 모태
2006-05-08
정리 : 김나형
오늘날 월드뮤직의 모태가 된 O.S.T

그리스가 낳은 천재적 음악가들

<Music For Films>
테오 앙겔로풀로스 영화의 영화음악 모음집/ 음악 엘레니 카리인드루

키에슬로프스키와 앙겔로풀로스, 이 두 감독을 제일 좋아한다. 이 사람들 영화는 다 봤다. 지난번 씨네큐브에서 (앙겔로풀로스의) 전작 시리즈를 할 때도 가서 하루에 하나씩, 다 봤다. 상업성이라곤 없이 예술성을 추구하는 위대한 감독들이다. <왕의 남자> 이런 거 보는 사람들은 막 짜증낼 수도 있다. 왜 이런 영화들을 좋다고 그랬는지. 한 3차원쯤에서 영화를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영화 속에 철학이 담겨 있고, 장면 하나를 딱 떼어내면 훌륭한 그림이 된다. 영상작가인 거다. 대사는 거의 시고. 최근작 <흐느끼는 초원>도 너무 감동적이었다. 아들과 남편을 전쟁터에서 잃은 미망인의 이야기다. <태극기 휘날리며>와 배경은 같다. 한국과 그리스는 비슷한 데가 많으니까. 외침도 많이 받았고, 이데올로기의 희생양이 됐고. 마지막 장면에서 여자주인공이 아들과 남편 시신 앞에서 비명을 한마디 콱 지르면서 끝나는데 소름이 막 돋는다. 너무 감동적이고 슬퍼서. 그런 게 영화 만드는 기술인 것 같다. 한국영화 보면 배우들이 미리 다 울어버리지 않나. 그래서야 관객이 울 시간이 없다. 앙겔로풀로스에게는 엘레나 카라인드루가 있다. 그리스의 천재적인 영화음악가다. 여성의 슬프고 섬세한 음악이 영화 속의 슬픔을 극대화한다. 이 여자가 없었으면 앙겔로풀로스가 오늘날의 지위를 차지하지 못했을 거다. 음악이 반은 해준 거다. 이 앨범은 숙명의 짝인 이들 콤비의 영화음악 모음이다. <안개 속의 풍경>의 주제곡 <아다지오>를 비롯해서 <비키퍼> <시테라 섬으로의 여행> 등에서 나온 카라인드루의 곡들이 들어 있다. <엘리제 포 로자>는 그녀가 직접 노래한 유일한 곡이다.

<흑인 오르페> Orfeu Do Camaval
1959년/ 감독 마르셀 카뮈/ 음악 루이즈 본파,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

그리스 신화 오르페우스와 유리다스 이야기를 모티브로, 프랑스 감독 마르셀 카뮈가 브라질에 가서 만든 영화다. 영화를 못 봤어도, 주제곡 <카니발의 아침>은 들으면 다 안다. 이 영화를 통해 세계적 스탠더드가 된 음악이다. 루이스 본파,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이 함께 음악을 했다. 낙천적이고, 카니발을 하고, 음악이 너무 좋은 나라 브라질을 세계에 알렸다. 보사노바, 삼바, 오늘날 워낙 유명하지 않나. 이 영화를 보고 스탄 게츠 같은 사람들이 브라질 음악을 알게 됐고, 근래 <댄서의 순정>까지 브라질 음악이 나오게 된 셈이다.

<희랍인 조르바> Zorba The Greek
1964년/ 감독 마이클 카코야니스/ 음악 미키스 데오도라키스

음악으로 보자면 <희랍인 조르바>도 굉장히 히트했다. 세계의 유명 밴드들은 한번씩 다 리메이크했던 곡이니까. 명곡이 된 거다. <흑인 오르페>가 브라질 음악을 세계에 알렸다면, <희랍인 조르바>는 그리스 음악을 알렸다. 데오도라키스라는 그리스 국민음악가의 힘과 명배우 앤서니 퀸이 콤비네이션을 이뤄서 오늘날 월드뮤직 부흥의 모태를 이뤘다. 그리스라는 나라가 세계 문명의 발상지이자 철학의 나라임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영화다. 데오도라키스의 제자인 코스타스 파파도폴로스가 신들린 듯한 부주키(기타처럼 생긴 그리스 악기) 연주를 들려준다.

<페드라> Phaedra
1962년/ 감독 줄스 다신/ 음악 미키스 데오도라키스

<흑인 오르페>와 마찬가지로 그리스 신화를 모티브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렸다. 여주인공 멜리나 메르쿠리는 가수이자 배우로 그리스의 국민스타다. 남자주인공은 <싸이코>의 앤서니 퍼킨스가 맡았다. 연상의 여자와 연하의 남자의 대비, 이루어질 수 없는 슬픈 사랑이 좋았다. 역시 데오도라키스가 음악을 담당했는데 <희랍인 조르바> O.S.T와 함께 그의 양대 역작으로 불린다. <페드라 사랑의 테마>는 멜리나 메르쿠리가 직접 노래했다. 내용은 ‘옛날 그리스 신화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있었는데…’ 이런 것이다. 비극의 끝이 곧 오리라는 것을 암시한다. 라스트신은 앤서니 퍼킨스가 자동차를 타고 자살하는 장면이다. 앤서니 퍼킨스가 카오디오를 맥시멈으로 올려놓고 바흐 음악을 들으면서 ‘굿바이 존 세바스천’ 이렇게 비명을 지른다. 차가 굴러떨어진다. O.S.T에 음악, 목소리, 차 부서지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어 있다. 영화 본 사람은 당시 소름끼쳤던 장면이 생생하게 떠오를 거고 안 본 사람은 영화가 보고 싶어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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