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놓치면 후회하는 영화음악 20선 [5] - 불안과 긴장
2006-05-08
정리 : 김나형
불안과 긴장을 배가시키는 O.S.T

신경쇠약 직전의 음악

<사형대의 엘리베이터> Frantic, Ascenseur Pour L’echafaud
1958년/ 감독 루이 말/ 음악 마일스 데이비스

좀 잘난 척하는 사람들은 ‘루이 말’ 하면 다 안다. 프랑스영화의 교과서 격으로 생각되는 감독이니까. 이 사람 역시 음악을 굉장히 많이 알았다. <사형대의 엘리베이터>는 그의 대표작인데 그는 이 영화를 만들면서 프랑스의 훌륭한 재즈 뮤지션을 다 놔두고 파격적으로 마일스 데이비스에게 음악을 맡겼다. 지금이야 마일스 데이비스를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1958년이니 마일스 데이비스가 청년이었던 시절이고 아직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기 전이다. 그의 재능을 알아볼 만큼 루이 말은 음악에 조예가 깊었다.

젊은 남자와 사랑에 빠진 여주인공은 남편을 살해하고 그 죽음을 자살로 가장하려 한다. 연인은 치밀한 계획을 세우지만 의도하지 않은 사건이 일어나 상황을 긴박하게 몰아간다. 남자는 애인의 남편을 살해하고 도망치다 엘리베이터에 갇히고, 여주인공은 그를 찾아 밤거리를 헤맨다. 그들의 차를 훔쳐탄 또 다른 커플은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다. 잔 모로가 여주인공 역을 맡아 긴박감 넘치는 연기를 펼쳤다. 지금은 할머니가 됐지만 좋은 영화에 많이 출연한 프랑스 배우다. 그리고 마일스 데이비스의 음악이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다. 오싹오싹하게 느껴지는 그의 트럼펫 소리가 들려오면 보는 이는 더 으스스하고 공포스러운 기분을 맛본다. 루이 말이 노린 것이 바로 그 점이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연주는 그 자체로도 훌륭해서 영화 마니아들뿐 아니라 음악 마니아들도 영화를 보게 만들었으니,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웨스턴> C’Era Una Volta Il West
1968년/ 감독 세르지오 레오네/ 음악 엔니오 모리코네

세르지오 레오네는 마카로니 웨스턴의 창시자다. 이 이탈리아 감독은 존 웨인만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 이런 스타일의 서부영화도 만들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줬다. 예를 들면 결투장면을 클로즈업해 보여주는 것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미국 서부영화들은 롱숏으로 누가 먼저 쏘나 하고 한 화면에 다 담아버리는데, 레오네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을 풀숏으로 탁 잡아, 보는 이에게 더 큰 긴장을 안긴다. <웨스턴>은 그의 황금기 작품. 헨리 폰다, 찰스 브론슨이 냉정한 총잡이로 출연했다. CC,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도 나온다. 무관의 제왕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이 영화의 백미다. 그는 레오네가 <황야의 무법자>를 만들 때부터 함께해왔지만 그중에서도 <웨스턴>의 음악이 가장 아름답다. 특히 에다라는 여성 보컬이 노래하는 <Finale>는 몹시 슬프고 처절하다.

<트윈픽스> Twin Peaks: Fire Walk with Me
1992년/ 감독 데이비드 린치/ 음악 안젤로 바달라멘티

컬트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데이비드 린치는 두말 필요없는 사람이다. 개인적으로는 데이비드 린치 영화 중에서 <엘리펀트 맨>을 가장 좋아한다. 이 감독은 최근 이상한 영화만 만들고 있지만, 이미 그렇게 좋은 영화를 옛날에 만들었으니 용서할 수 있다. <블루 벨벳> <광란의 사랑> <로스트 하이웨이> <멀홀랜드 드라이브> 등의 영화에서 린치와 줄곧 함께해온 안젤로 바달라멘티의 음악이 공포감을 배가시킨다. 줄리 크루즈라는 여가수가 부른 <Nightingale> <Into the Night> <Falling>, 이 세곡은 영화의 몽환적인 분위기와 잘 맞는다. 노래도 아름답고, 창법이 독특해 사람을 빨아들이는 듯하다.

<미드나잇 익스프레스> Midnight Express
1978년/ 감독 앨런 파커/ 음악 조르지오 모르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앨런 파커의 대표작. 그가 아니고서는 만들 수 없는 영화다. 터키 여행 끝에 얼마 안 되는 마약을 반출하려다 종신형을 받고 터키 감옥에 갇힌 윌리엄 헤이즈의 이야기로, 지옥 같은 감옥에서의 사건과 그의 극적인 탈출이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한다. 조르지오 모르더의 신시사이저 음악이 불안을 더한다. 그의 음악은 영화 이상으로 히트해서 O.S.T도 많이 팔렸다. 판에 주제곡의 보컬 버전도 실려 있고. 지어낸 이야기라면 별거 아닐지 몰라도, 실제 일어난 일이라 생각하고 보면 너무 충격적이다. 더 재밌고. 당시 아직 감독 데뷔 전이던 올리버 스톤이 이 영화의 각본을 써서 아카데미 각색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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