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놓치면 후회하는 영화음악 20선 [4] - 록
2006-05-08
정리 : 김나형
록 마니아라면 필히 들어야 할 O.S.T

벽을 깨부수는 저항의 외침

<헤어> Hair
1979년/ 감독 밀로스 포먼/ 음악 맥 더모트

밀로스 포먼의 3대 명작 중 하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마데우스>를 알고, 마니아들은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도 알고 있지만 <헤어>는 모르는 사람이 많다. ‘헤어’는 히피들의 긴 머리를 지칭한다. 베트남전의 희생양이 된 미국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반전영화인데, 군사정권 때 수입돼 국내개봉이 금지됐다. 체코 출신 밀로스 포먼은 내가 보기에 영화감독 중에서 음악을 제일 많이 아는 사람이다. <아마데우스>에서는 모차르트를 완벽하게 묘사했고 <헤어>는 사이키델릭 록 음악으로 채워져 있다. 클래식부터 록을 다 꿰뚫고 있는 거다.

존 새비지가 주인공인데, 오클라호마 농부의 아들, 그러니까 촌놈이다. 별달리 할 일도 없고 취직도 안 돼서 베트남전에 지원한다. 군대 가기 전, 그가 한 무리의 히피를 만나서 놀러다니고 대마초도 피우고 하는 장면이 몽환적으로 그려져 있다. 존 새비지가 입대한 뒤 여자친구가 그를 만나러 온다. 공식적인 면회는 안 되는 상황이다. 그들이 만날 수 있게 히피 친구가 존 새비지 대신 훈련소에서 잠깐 자리를 채워준다. 그런데 갑자기 베트남으로 가는 수송 비행기가 오는 거다. 조마조마한 마음에 보는 이는 손에 땀을 쥐고, 결국 친구가 어이없이 전쟁터에 끌려간다. 라스트신이 압권이다. 다른 감독 같았으면 장황하게 전쟁장면을 보여줬을 텐데, 밀로스 포먼은 한마디 설명없이 바로 무덤을 비춘다. 벌써 죽어서 묻힌 거다. 사람들이 <Let the Sunshine In>을 합창한다. 아무도 울지 않지만 보는 사람은 눈물이 난다. 왜 죄없는 젊은이들을 데려다 죽였냐고.

<토미> Tommy
1975년/ 감독 켄 러셀/ 음악 더 후

더 후는 비틀스에 버금가는 영국 록 그룹이다. <토미>는 더 후가 만든 록오페라를 영화로 만든 것이다.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소년 토미의 시점에서 인간 군상의 추악함을 고발한다. 순수한 마음을 가진 토미는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아도 그런 추악함을 더 잘 볼 수 있다. 토미가 성장하여 산 정상에 올라 만세를 부르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난다. 더 후의 리드 보컬 로저 달트리가 토미로 분했다. 감독 켄 러셀은 원래 촬영감독 출신이라 영상이 너무 멋지다. 화면이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연결되는데 신기해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록 그룹이 직접 만든 음악이니 음악 자체는 말할 것 없이 좋다. 숨은 스타 찾는 재미도 있다. 엘튼 존, 에릭 클랩턴, 키스문 같은 유명한 카메오들이 등장한다. 에릭 클랩턴은 사이비 교주로, 엘튼 존은 핀볼 위저드로 나온다.

<핑크 플로이드의 벽> Pink Floyd: The Wall
1982년/ 감독 앨런 파커/ 음악 핑크 플로이드

박찬욱이 타란티노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앨런 파커에게 더 영향을 받은 것 같다. 타란티노도 앨런 파커에게 영향을 받은 거고. 엽기적인 영화는 이 사람이 최고다. <핑크 플로이드의 벽>은 프로그레시브 록 그룹 핑크 플로이드의 컨셉 앨범 <The Wall>을 통째로 영화화한 것이다. <토미>와 마찬가지로 썩어가는 인간 군상을 그렸고 그것을 하나의 벽으로 생각했다. 가장 쇼킹한 장면은 학교를 소시지 공장으로 표현한 부분.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기계 위에서 뚝 떨어지면 소시지가 되어 나온다. 음악이 사람을 죽였다 살렸다 한다. 너무 슬펐다가 너무 격정적이었다가. 록 뮤지션인 주인공 핑크를 연기한 밥 겔도프는 실제로도 가수다. <Dark Side of the Moon>과 <The Wall>로 많은 이들을 그들의 음악에 빠지게 만든 핑크 플로이드의 이름을 더 널리 알린 영화이기도 하다.

<올모스트 훼이모스> Almost Famous
2000년/ 감독 카메론 크로/ 음악 Various Artists

카메론 크로 역시 음악을 좋아하는 감독이다. 음악영화 마니아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영화지만, 국내 개봉이 안 돼서 못 본 사람들이 많다. 비디오나 DVD로 볼 수 밖에 없는데, 대여점에서도 구하기가 어려워 마니아들끼리 서로 돌려보고 그랬다. 밴드 따라다니는 그루피들과 어린 록 칼럼니스트의 이야기니까 음악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재밌을 수밖에 없는 영화다. 하루종일 음악 얘기하고 공연하고. 영화에서 그루피들이 LP판을 죽 넘기면 유명한 레코드들이 많이 지나가는데, 그런 거 보는 재미도 컸다. ‘저 판은 나도 있는 건데’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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