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훈의 카메라는 ‘제멋대로’다. 기록을 위해서만 스틸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서다. 촬영감독 곁에서 피사체를 바라보는 것이 최선이라는 세간의 직업률은 그에게 부차적이다. 그는 언제나 최상의 느낌을 건져올릴 수 있는 곳에 카메라를 세워둔다. “다른 곳에 서서 바라보면 더 재밌고 극적인 장면을 연출할 수 있는 게 뻔히 보이는데 그걸 포기할 순 없잖아요.” 그의 고집은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던 꿈에서 비롯됐는지도 모른다. 영화학과에 진학했지만 “사람들과 부딪치는 게 싫어서” 졸업 무렵 사진으로 선회했던 그는 스틸 작업도 엄연한 연출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파이란>의 스틸을 우연히 찍게 된 것을 계기로 지금까지 20편 가까운 작업을 해온 그는 현장에서 뜻밖의 사부(?)를 만났다. “김우형 촬영감독의 카메라는 설득력이 있어요. 인물의 감정을 따라 공간 이동하는 걸 보면 대번에 알 수 있죠. 이모개 촬영감독의 카메라는 기본에 충실해요. 어떻게 인물과 공간을 잡아야 효과가 극대화되는지 알고 있고, 그걸 바탕으로 응용을 하니까….”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동료들과 사진관 ‘이다’를 꾸리고 있는 그는 쉽사리 털어놓지 않지만 언젠가 직접 영화를 찍겠다고 나설지도 모를 일이다.
1. 영화는 난닝구의 미래다_<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의 홍상수 감독
오! 난닝구. 홍상수 감독은 현장에서 주로 ‘난닝구’ 차림이다. 그의 기묘한 즉흥 연출은 어쩌면 축 늘어진 ‘난닝구의 힘’에서 솟아나는지도.2.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의 유지태와 김태우
신문지로 만든 고깔모자를 쓴 유지태와 김태우. 머리에 소품용 눈이 달라붙는 걸 방지하기 위해 스탭들이 마련한 응급책이라고.3. 그림자 방지위원회_<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의 촬영현장
누가 보면 거사 모의라도 하는 줄 알 것이다. 그림자 방지를 위해 전원 착석 명령이 떨어졌다.4. 쉬는 것도 연기_<달콤한 인생>의 이병헌
슛과 함께 배우들의 감정이 폭발하는 것은 아니다. 휴식을 취할 때도 그들에게선 인물이 보인다. “힘들어하면서도 결국 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촬영에 응해줬던” 이병헌. (<달콤한 인생>)5. <달콤한 인생>의 촬영현장
사진에 관한 한 지대한 관심은 김지운 감독도 못지않다고.6. 스틸기사 없다_<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의 촬영현장
“누가 스틸기사인지 모르겠어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현장은 카메라 천지다. 박찬욱 감독을 비롯, 정정훈 촬영감독, 박현원 조명감독, 정진욱 녹음기사까지 모두들 카메라로 무장했다. 사진에 관한 한 지대한 관심은 김지운 감독도 못지않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