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스틸작가 5인의 미공개 화첩 [5] - 이상욱
2006-05-10
글 : 김도훈
이상욱_ 사람에 끌려, 느낌에 따라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현장. 생짜 초보 배우들과 감독과 스탭들의 땀 비린내가 물씬 퍼져온다. 그리고 생짜 초보 사진작가가 그 옆을 함께 뛰어다닌다. 그곳이 바로 “카메라 2대 메고 뛰어다니는 게 그렇게 신날 수가 없었다”고 회상하는 이상욱 작가의 첫 번째 현장이었다. 죽거나 혹은 찍거나. 감독도 사진작가도 만만치 않은 현장으로 시작한 셈이다.

<피도 눈물도 없이>를 마지막으로 현장을 떠났던 이 작가는 올해 갑자기 세편(<데이지> <짝패> <중천>)의 현장에 뛰어들었다. 정우성과 류승완이라는 형제 같은 남자들과의 작업을 마다할 수 없었던 까닭이다. 그는 지금껏 류승완 감독과 세 작품, 광고 촬영으로 의를 맺은 정우성과 두 작품을 함께했다. “작품의 규모나 보수가 아니라 인간에 끌려 현장을 선택한다”는 철학이 그를 고된 현장으로 인도하는 탓이다. 이상욱 작가는 대세가 된 디지털을 마다하고 여전히 필름 카메라로 작업하고 있다. 이래저래 구식이 아닌가 물어볼라치니 “솔직히 디지털을 잘 다룰 줄 모른다. (웃음) 쓸 땐 쓰지만 메인 컷은 언제나 네거로 한다. 현장에서 바로 CD로 구워줄 수 없어 홍보사나 제작사는 답답하겠지만, 완벽하게 다룰 수 있다는 판단이 섰을 때 디지털로 넘어가고 싶다”는 깊은 말이 돌아온다.

그는 당분간 영화 현장이 아닌 광고나 포스터 작업에 주력할 계획. 하지만 “내 느낌이 오는 순간”의 맛을 느끼게 해줄 현장이라면, 호쾌한 덩치에 카메라 가방 두개 가뿐히 짊어질 준비가 되어 있다.

1. <피도 눈물도 없이>의 류승완 감독
2. <데이지>의 정우성
3.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배중식
4. <짝패>의 정두홍

1. 아뵤∼!_<피도 눈물도 없이>의 류승완 감독
몸 푸는 스턴트맨이 아니다. <피도 눈물도 없이>의 인천 부두 촬영 중에 잠시 짬을 내 멋진 날아차기로 몸을 풀고 있는 류승완 감독이다. “보여주려고 만든 장면이 아니다. 감독님은 어딜 가나 혼자서 포즈를 취한다. 그냥 스스로 좋아서 하는 거다.” 이상욱 작가의 말을 들으면 류 감독이 <짝패>에서 직접 발을 걷어붙이고 나선 이유를 알 만하다. 류 감독과 이 작가의 연은 꽤나 오래고 깊다. 이 작가가 처음으로 스틸작가를 시작한 것이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였던 덕이다. “그때는 내가 나이가 많은 줄 알고 90도로 꺾어서 인사를 하곤 했다. 근데 <피도 눈물도 없이> 때는 나이가 몇살이냐고 묻더라. 나이를 얘기했더니 다음날 바로 반말이 돌아왔다. (웃음) 장난도 많고, 항상 소년 같은 데가 있다.”

2. 스틸 아닙니다_<데이지>의 정우성
오해를 미연에 방지하자면, 이 사진은 결코 영화 스틸이 아니다. “사람들은 우성이형의 모든 사진을 스틸로 오해하곤 한다. 어떻게 찍어도 스틸처럼 멋지게 나오니까. (웃음) 그래서 우성이형에게서 사람들은 항상 <비트>의 이미지만 본다. 하지만 배우 정우성에게는 여러 다른 모습들이 있다.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아도 캐릭터에 완전히 빠져사는 배우다. 언젠가는 꼭 인간 정우성의 사진들로 다큐 사진전을 갖고 싶다.”

3. 뭐라고? 한컷 더?_<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배중식
“류승완 감독님의 첫 작품인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는 스틸 작가로서의 나의 첫 작품이기도 했다. 류 감독님은 이때 정말 생짜로 액션을 찍었다. 격렬한 액션신을 찍는데도 아대(보호대)만 차고는 10컷 내지 15컷을 내리 가더라. 이 사진은 주차장에서 쫓고 쫓기는 장면을 찍던 도중에 건진 컷인데, 완전히 지쳐 있는 상태에서 류 감독님이 한컷 더 가자고 신호를 보내자 흠칫 놀라는 배중식씨의 표정이 생생하다.”

4. 칼있으마? 카리스마!_<짝패>의 정두홍
“정두홍 감독님에게 본격적인 주연 연기는 <짝패>가 처음일 것이다. 아무래도 연기보다는 액션이니까, 연기할 때는 테이크도 진짜 많이 가고. (웃음) 이 사진에서처럼 정 감독님은 액션 들어가기 전에 쉬는 모습이 정말 멋지다. 카리스마가 대단하지 않나. 막상 이런 말을 하거나 카메라를 들이대면 무지 쑥스러워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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