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세준은 많이 찍는다. 못 찍어서 많이 찍는 게 아니다. 찍을 게 많아서다. 감독과 배우들 찍기도 바쁠 텐데, 그는 ‘이름없는’ 스탭들까지도 애정 담아 찍는다. 영화 속 한 장면을 단지 재현하는 것만으론 성이 안 찬다. 그는 촬영장에서 서로 부대끼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오롯이 담아야 한다는 원칙의 소유자다. 그의 쉼없는 카메라는 한때 집회장을 오가며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었던 이력과 무관하지 않다.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다 “사람 찍는 일이 재밌어서” 취미였던 사진을 결국 업으로 삼았고, “사회가 진보하는 데 사진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다큐멘터리 사진에 열을 올렸던 그는 구본창, 오형근 두 작가의 추천으로 <축제> <해피엔드> 등을 찍게 되면서 충무로와 인연을 맺었다. 스틸 작업이 마냥 만족스럽진 않았다. “<공동경비구역 JSA>를 찍은 뒤에 회의가 들더라. 돈벌이 때문에 시작한 이 일을 계속해야 하나 싶었다.” 고민은, 그러나 잠깐의 망설임으로 끝났다. “결국 촬영현장에도 사람이 있고, 삶이 있지 않나?”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면서, 내버려뒀던 것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순간을 향한 그의 카메라는 더욱 바빠졌다. 대장정이었던 봉준호 감독의 <괴물>을 끝낸 뒤 송해성 감독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으로 카메라를 옮겨간 그는 “10년쯤 뒤에 스탭들을 위한 전시회를 갖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있다.
1. 아름다운 그들_<남극일기>의 스탭들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 남극에서 일기를 쓰는 스탭들.2. 순간이 잡아낸 절묘함_<범죄의 재구성> 촬영현장
순간을 놓치면 사진은 재구성하기 불가능하다. 슛과 함께 세 인물의 개성을 단번에 건져올린 월척. 캐릭터를 너무 잘 보여준다는 이유로 결국 노출되지 못했다.3. 괴물 때문에 못 지나가요_<괴물> 촬영현장
통행금지. 한강 다리에 출현한 ‘괴물’ 때문에 멈춰 선 울긋불긋 레포츠 맨들. 피사체를 향한 시선을 거두고 때론 돌아볼 필요가 있다.4. 친절해 보일까봐_<친절한 금자씨>의 이영애
헝클어진 머리를 이영애가 신경 쓸까봐 먼저 분장 스탭을 찾았는데, 곁에서 “지금 이대로 가는 게 더 자연스럽지 않나요?”라고 묻더란다. 친절한 영애씨.5. 모두 다 흔들흔들_<살인의 추억> 촬영현장
극장 홍보용 스틸로 비슷한 컷이 쓰였지만 한세준은 인물들의 움직임을 극대화하기 위해 일부러 흔들리게 찍은 이 사진이 더 맘에 든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