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동면 끝, 좋지 아니한가? 우기홍
2007-02-06
글 : 문석
사진 : 이혜정

“그와는 1999년 단편영화 <동면> 때 처음 만나 친해졌고, 이후 <말아톤>과 <좋지 아니한가>에서도 함께 일하게 됐다. 그는 외면이 번쩍거리는 배우는 아니다. 하지만 나이보다 훨씬 깊이있는 연기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선 굵은 연기가 가능하면서도 여성적인 느낌이 있어 디테일한 연기에도 능하다. <좋지 아니한가>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큰 비중이 아니지만, 기홍이는 관객의 기억에 남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이제 자신을 넘어설 수 있는 ‘스위치’를 찾아내기만 한다면 그는 훨씬 더 큰 배우가 될 것이다. 그는 가공하기에 따라 좋은 보석이 될 수 있는 원석이다.”(정윤철 감독)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대기업에서 재무를 담당하던 우기홍이 1998년의 어느 날 갑자기 회사를 그만둔 것은 “서로 눈치보고 뒤돌아서면 욕을 하는” 생활이 견디기 힘들어서이기도 했지만, 고등학생 때부터 열정을 담아온 밴드 활동을 계속하고픈 욕망이 끌어올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당시 음악계는 IMF 사태로 잔뜩 위축돼 그의 꿈은 물거품이 되어갔다. 그즈음 그는 아는 사람의 소개로 미국 유학을 마치고 막 국내에 돌아온 연극연출가 이동주씨를 만나게 됐다. ‘연기를 한번 해보겠냐’는 이동주씨의 제안을 받아들일 때만 해도 그에게 연기는 그저 유희에 기반을 둔 ‘자기 계발’일 뿐이었다. 그렇게 들어간 ‘문화창고’라는 집단에서 그는 연기수업을 집중적으로 받았고, 자신에게서 새로운 면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사실 내 성격이 소극적이고 내성적일 뿐 아니라 우울증 증세까지 있었는데, 연기를 하면서 서서히 나아졌고 나 자신에게 숨겨졌던 면을 발견하는 재미까지 생겼다.”

정윤철 감독과의 만남은 그의 연기인생에 중요한 획을 그었다. 단편 <동면>의 남자주인공은 애초 설경구가 맡기로 돼 있었지만 공연 때문에 불가능해지자 정윤철 감독은 연극계의 지인을 통해 우기홍을 추천받았다. 그렇게, 26살의 나이에 데뷔를 한 그는 3년 뒤인 2002년 평소 친분이 있던 박영훈 감독의 <중독>으로 장편영화의 문턱을 넘었다. 그 뒤 곧바로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에서 김갑수의 동생 역할을 맡아 주목받았지만, 일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남들은 이 정도 했으면 운이 터지지 않겠냐고 했고 나 또한 조바심을 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준비가 전혀 안 됐던 것 같다.” <댄서의 순정> <말아톤> <연애의 목적> 등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 캐릭터만 맡았던 그는 요즘 들어 조금씩 운신의 폭을 넓히고 있다. 신동일 감독의 <방문자>에서 인상적인 택시기사로 출연한 데 이어 <나의 친구 그의 아내>에 출연했고, 정윤철 감독의 <좋지 아니한가>에서도 인상 깊은 배역을 연기했던 것. “이제야 배우로서의 자의식이 생기는 것 같다”고 느끼는 그는 연기가 점점 편하게 와닿는 것을 느끼고 있다. “우울하거나 여성스러워 보이는 외면만 보지 말고, 내 안의 공격성이나 거친 감정, 또는 코믹한 감각을 끌어낼 기회를 갖고 싶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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