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밀양>의 조연배우 ③ 김미경
2007-06-05
글 : 정재혁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돌아온 왕년의 스타, ‘부산의 박정자’!

동네 수다 여기 모여, 양장점 주인 역, 김미경

지방 작은 도시의 양장점은 소녀의 로망스다. 그래서 양장점 주인은 왠지 모르게 소녀답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 아줌마가 되어도, 양장점 주인은 주름진 얼굴에 꽃다운 로망을 품고 있다. 지방에 묻히길 거부하는 다소 강한 취향이 세속적인 뉘앙스로 변한다 해도, 반대로 시골 인심에 묻힌 친밀함이 동시에 묻어난다. <밀양>의 신애가 방문하는 양장점, 로망스의 주인도 그렇다. 어두운 인테리어 때문에 장사가 안 된다며 인테리어를 바꿔보라는 신애의 말에, 로망스 주인은 뚱한 표정을 꽤 매서운 눈빛으로 지어낸다. 3, 4초간 지속되는 클로즈업. 밀양의 양장점 주인은 그렇게 존재를 신고한다. 이름은 김미경. 외부인에 대한 경계와 동경이 무심한 얼굴에 묻어난다. “불안감을 갖고” 연기한 대목이다.

올해로 43살인 김미경씨는 부산 지역에서 꽤 유명한 연극배우다. 가마골 극단의 창단 멤버로 연극을 시작해, 강한 인상 탓에 ‘부산의 박정자’라 불렸으며, 부산 지역 관객이 만든 <굿소리>란 관극지에서는 1986년 올해의 배우로 선정되기도 했다. 부동산 신 사장을 연기한 김종수씨의 우스갯소리를 빌리면 “20대 때에는 호리낭창한 게 봐줄 만했다”고 한다. 영화에서는 “덩어리의 살이 보기 흉하게 나왔다”며 불만을 털어놓지만, 동시에 “나만 옷도 매일 갈아입고, 화장도 했다”며 좋아한다. 부산과 밀양을 오가는 고된 촬영을 하면서도 미리 현장에 나와 영화의 분위기를 익히고, 즐겼다. 영화 속 미용실에서 동네 아줌마들과 신애의 험담을 하는 장면도 수다와 대사를 오가는 매일의 경험에서 묻어나온 것이다. 어떨 때는 “밥먹고 수다떠느라 촬영을 시작해도 몰랐다(웃음)”고 한다.

2007년, 김미경씨는 부산 지역에서 방송하는 리플 드라마에 출연했고, 뮤지컬 한편을 막 끝냈으며, 무엇보다 영화 <밀양>에 출연했다. 새로운 장르를 체험한 해고, 준비되지 않은 연기에 도전한 해다. 영화적 연기, 이창동식 연기를 모험하느라 영화촬영이 끝난 뒤 6kg가 빠졌다. “연기하지 말라고 하시는데, 우리끼리는 농담삼아 ‘그럼 집에 가야지’(웃음)라고 했다. 연기자가 연기를 하지 않으면 왠지 내가 해야 할 일을 다 못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로망스 주인은 결국 신애의 조언을 받아들여 인테리어를 바꿨다. 변화에 대한 목마름이었을까. 김미경씨도 긴장을 완화하고 “파워풀하게 모든 걸 수용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결혼하며 가진 “공백기가 연기에 치명적”이라고 반성하고, 부산 지역 “문화예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지역문화에 이바지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긴다. 김미경씨가 정의한 로망스의 주인은 신애의 감정을 처음과 마지막으로 어루만진 여인. 역시 “배우는 연기하면서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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