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밀양>의 조연배우 ⑦ 김영삼
2007-06-05
글 : 정재혁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재치 만점의 입담으로 감초 역할 예약!

다방 아가씨와 노닥거리는 종찬의 친구역, 김영삼

“저는 한 게 없어요.”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부터 김영삼씨는 별로 할 얘기가 없을 거라고 했다. 종찬의 친구로 출연해, 단 두 장면에 모습을 비춘 까닭에 인터뷰 자체가 무안하다며. 확실히 그는 카센터에서 종찬이 친구들과 다방 아가씨에게 농담을 던지는 부분에만 출연한다. “여름이면 그물팬티 입나.” 짧지만 인상적인 대사를 그는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김영삼씨는 7명의 조연배우가 재회한 이날 영화 속 인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대사를 뱉어냈다. 하얀색 재킷을 입고 와 주목받았던 이윤희씨의 겉옷을 빌려 입고 “현대 홈쇼핑”이라며 모델의 흉내를 내는가 하면, 사진 촬영을 하면서도 울산 4인방의 막내로서 확실히 분위기를 띄웠다.

지역 신문사 기자의 경력을 갖고 있으며, 현재는 울산시 북구청 홍보과에서 일하는 김영삼씨는 현직 공무원이다. “연극만 하면서 먹고살 수 없으니까 이런저런 일을 겸하고 있다.” 2006년 7월부터 구청에 들어가 9시 출근해, 5시 퇴근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밀양>에 출연한 것도 그가 울산문화예술협회 사무국장으로 있으며 오디션 공고를 보았기 때문이다. 한국연극배우협회의 다른 배우들과 함께 오디션을 봤고, 2차에 붙은 3명이 나란히 촬영현장까지 갔다. “울산에는 영화 오디션 자체가 없다. 처음 해봤고, 영화란 게 어떻게 시작해서 끝나는지 전체적인 시스템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고등학교 연극반을 시작으로 연기와 인연을 맺은 김영삼씨는 최근 <이>에서 공길을 연기했다. “선배 형들이랑 연극을 하면, 내가 키도 크고 자세가 되니까 주인공을 한다”며 쑥스러운 웃음을 보인다. 인구 100만명 중 “80만명 이상이 근로자고, 4년제 대학도 한개밖에 없는 울산”이라 연극을 계속한다는 게 힘들지만, 앞으로는 기회가 된다면 영화에서도 “재미난 감초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밝힌다. <밀양>의 카센터 장면을 찍을 때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걸쭉한 농담만 계속했다고 한다.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연기와 그 현장에서 자신이 즉흥적으로 만들어낸 대사가 실제 영화에 쓰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그는 인터뷰가 끝난 다음날, 자신의 이력서를 메일로 보내왔다. 별로 할 얘기가 없다던 그의 엄살은 아마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대상을 찾지 못해서가 아니었을까. 이력서 상단에는 울산의 숨은 배우 한명이 밝게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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