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밀양>의 조연배우 ⑤ 김종수
2007-06-05
글 : 정재혁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20년 평균 연봉 10만원, 이 배우의 전략

<h3>종찬 카센터의 단골 마실 손님 부동산 신 사장역, 김종수

걸쭉한 농담이 질펀하게 깔리는 종찬의 카센터. 다방 아가씨를 둘러싼 사내들의 입담이 너털웃음과 함께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다방 아가씨라 해도 정말 커피만 타주고 간다는 밀양. 종찬의 여유로운 입담을 더욱 풍요롭게 해준 이들은 그의 친구들이다. 그중에서도 총 7신에 등장해 출연 분량이 가장 많은 배우는 부동산 신 사장을 연기한 김종수씨. 고향은 부산이지만 울산에서 20년 넘게 생활하며 거의 울산 사람이 다 됐다는 그는 현재 울산배우협회에 소속되어 있는 연극배우다. 1985년 처음 연기한 <에쿠우스>의 알렌 스트랭 역을 시작으로 연극 <늙은 부부 이야기>, 뮤지컬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등에 출연하며 20년 넘게 연기생활을 계속 해오고 있다.

고등학교 2학년 무렵,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본 뒤 ‘저걸 하면 되겠다’고 생각해 배우를 지망한 그는 이후 공연 포스터를 붙이며 본격적인 연기수업에 나섰다. 물론 부모님의 반대로 연극영화과가 아닌 화학과에 들어갔지만, 군대를 다녀온 뒤 마음을 굳혀 기성 극단에 들어갔다. 서울이냐, 지방이냐를 떠나 관객의 규모 자체가 작은 연극이다 보니, 19년간 연극 출연으로 받은 개런티가 고작 200만원 남짓. “물론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 등의 겸업도 마다하지 않았다. 현재는 울산 KBS에서 <줌인 울산 속으로>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연극 연출도 하고 있다.

“엔딩 크레딧에 내 이름 석자 올라가면 기념”이라 생각해 참여한 영화 <밀양>은 사실 김종수씨에게 그렇게 가벼운 작품은 아니었다. 오디션에서 이창동 감독을 만난 뒤 “(오)만석이는 하반기 스케줄이 어떻게 되냐고 물어봤다는데, 나는 그냥 조심해서 돌아가라고(웃음)” 했다며, 당시의 조마조마했던 마음을 털어놓는다. 촬영이 시작된 뒤에는 조감독과 제작실장은 물론 스탭 한명 한명이 어떤 일을 했는지 미리 알아보며 현장을 준비했다. 김해가 고향이라 자신을 “선배라 불렀다”는 송강호와 사이좋게 지내며 카센터의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밀양>에 대한 그의 열정 덕일 것이다. 인터뷰와 사진촬영이 끝난 뒤 밀양역 근처 다방에서 잠시 차를 마시는 동안에도 그는 칸에 간 <밀양> 걱정을 했다. “우리도 칸 가는 건데…. (웃음)” “언어라는 핸디캡이 있지만”, 동시에 이를 자신의 장기로 전환하는 비법. 신 사장의 부동산 전략은 그렇게 짜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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