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 리뷰]
12년만에 돌아온 존 맥클레인의 액션, <다이하드 4.0>
2007-07-02
글 : 문석

일시 : 7월2일 오후2시
장소 : CGV 용산

이 영화
존 맥클레인이 돌아왔다. <다이하드 3> 이후 무려 12년만이다. 이번에 맥클레인 형사가 맞서야 하는 상대는 미국의 주요 네트웍을 장악하려는 사이버 테러리스트들이다. 미국 독립기념일 연휴가 시작되는 시점, 해커들이 잇달아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뉴욕시의 고참 경찰 존 맥클레인(브루스 윌리스)은 뉴저지로 가서 해커 용의자 매튜 패럴(저스틴 롱)을 워싱턴의 FBI 본부로 호송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맥클레인은 살해당할 위험에 처한 패럴을 간신히 구해내 워싱턴으로 향하지만 미국의 기간 컴퓨터망을 통해 교통, 통신시스템을 장악한 테러리스트들은 패럴과 맥클레인의 생명 뿐 아니라 미국 전체를 위협한다. 이제 디지털적 수단을 이용해 미국을 공황으로 몰고가려는 테러리스트를 상대로 맥클레인의 ‘아날로그’ 스타일 액션이 폭발한다.

100자평
세월이 흘러 브루스 윌리스의 육체는 쇠했지만, 존 맥클레인의 근성은 죽지 않았다. 고립된 상황에서 홀로 테러리스트와 싸워야 하는 맥클레인의 고달픈 운명은 4편에서도 계속된다. 현실만이 아니라 해커를 이용한 사이버세계의 전투도 진행되지만, 스토리는 뻔히 짐작할 수 있다. 그걸 단점이라고 할 수는 없다. 역시 <다이하드>의 힘은 캐릭터 그 자체다. 그리고 몸으로 때우는 리얼한 액션들. 맥클레인의 입담과 액션으로 능숙하게 <다이하드 4.0>은 흘러간다. 다음 편을 고대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어쨌거나 <다이하드 4.0>은 여전히 매력적이고 활기찬 오락영화다.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김봉석/ 영화평론가

“너는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인간이야”라는 극중 대사가 모든 것을 함축한다. <다이하드 4.0>은 디지털 세계의 범죄에 맞서는 열혈 아날로그 형사의 분투이며, 동시에 아날로그 액션영화와 디지털 특수효과의 궁합을 맞추기 위한 제작진의 분투다. 존 맥클레인은 심지어 추락하는 전투기의 등에 올라탄 채 <트루 라이즈>식 디지털 서커스까지 펼쳐야 한다. 온몸으로 부딪히는 ‘다이하드’식 액션보다 디지털 액션의 감흥이 훨 덜하긴 하지만 수많은 액션 시퀀스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는터라 호흡이 느슨해지는 일은 좀처럼 없다. 전편의 추억을 부둥켜안고 툴툴거리지만 않는다면야 이 정도면 썩 괜찮은 복귀작이며 늙은이들도 아직은 쓸만하다는 증거다. 게다가 어떤 늙은이들은 나이를 먹으면서 더 섹시해진다.
김도훈/ <씨네21> 기자

나이든 존 맥클레인은 순발력이 아닌 오기로 싸운다. <다이하드 4.0>은 벗겨진 머리와 근육질이긴 하나 날렵해 보이진 않는 몸으로 뛰고, 구르고, 피흘리는 브루스 윌리스의 모습만으로도 뜨끈하다. 영화는 전작의 구성을 그대로 이어나간다. 여전히 존 맥클레인은 우연히 테러범과 맞서게 되고, 사실상 죽는 게 더 속편한 고단한 싸움을 이어간다. 다를 줄 아는 기계라고는 총 밖에 없는 그가 천재해커의 유비쿼터스적 공격에 무작정 맞설 때나 입에는 불만이 가득한 채 성질을 부릴 때면 과거의 향수에 젖을 수도 있다. 하지만 더 시끄럽고 더 거대해진 액션의 포화들 속에서 예전 만큼의 흥분을 찾기란 어렵다. 그래도 <다이하드> 시리즈에 열광했던 관객에게는 분명 반가운 재회일 듯.
강병진/ <씨네21> 기자

존 맥클레인의 4번째 상대는 최첨단 디지털 기술을 갖춘 테러리스트들이다. 그렇다고 악당들이나 액션영웅들이 디지털 장비만 투닥거려서는 액션영화가 성립될 리가 없다. 그래서 <다이하드 4.0>은 현재 영화계에서 각광받는 두 줄기의 ‘아날로그’ 액션인 쿵푸(매기 큐, 마이 역)와 야마카시(시릴 라파엘리, 란드 역)를 집어넣는다. 기존 시리즈에서 보여줘온 총기, 자동차, 항공, 그리고 육탄 액션 또한 빠질 수 없는 액션 메뉴다. 물론 이러한 아날로그 액션계에서 존 맥클레인 이상 가는 캐릭터는 없다. 그는 그동안 시리즈에서 그랬듯, 온몸이 부숴지도록 악당들과 싸우고 그들을 격파한다. <다이하드 4.0>은 오랜만에 만나는 거대한 아날로그 액션의 잔치판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다이하드> 1편이 나온지 거의 20년이 흐른 지금의 맥클레인은 그리 여유로운 처지가 아니다. 50대의 몸을 가누면서 예전처럼 긴장된 상황에도 실실 농담을 하기란 어려운 일이며, 혼자서 죽기 아니면 살기로 싸워서 이길 수 있을만큼 허술한 적들도 이미 은퇴한 상태다. 이젠 아내 홀리와도 별거 상태이며 딸 루시마저도 아버지를 대놓고 무시한다(물론 이 태도는 영화 속에서 변화한다). 그런데도 숱도 거의 남지 않은 머리에 피를 잔뜩 묻혀가며 분투해야 하다니, 50대 맥클레인은 미국 중년 남자들의 고난 또한 만만치 않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문석/ <씨네21> 기자

많은 세월이 지났지만 <다이하드>의 신화는 변함이 없을 것 같다. 이번 4편은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기술력과 소재는 최첨단을 달리지만, 존 맥클레인은 여전히 아날로그 액션을 소화하며 '죽도록 고생하기'를 반복한다. 총격전과 엄청난 물량 공세에 힘입은 자동차 액션, 그리고 폭발과 파괴의 미학을 끊임없이 쏟아내는 시리즈 4편은, 땀냄새가 진동하는 진짜 '남자 액션'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존 맥클레인이란 20세기를 대표하는 액션 영웅과의 오랜만에 이루어지는 재회의 시간이 감동적이다. <다이하드 4.0>은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결합이 만들어 낸 성공적 모델이라 할 만하다.
김종철/ 익스트림무비(extmovie.com)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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