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겨울영화] <다즐링 주식회사> <마이클 클레이튼>
2007-10-30
글 : 씨네21 취재팀

웨스 앤더슨의 기묘한 인도 유랑기

<다즐링 주식회사> The Darjeeling Limited
감독 웨스 앤더슨 출연 오언 윌슨, 에이드리언 브로디, 제이슨 슈워츠먼 수입·배급 20세기폭스국내개봉 2008년 1월24일

“우리는 자기 자신을 찾고, 형제애를 다지기 위해 여기 온 거야.” 사뭇 건실하고 엄숙한 기치 아래 세 형제가 인도행 기차에 오른다. 여행 일정표를 그때그때 손에 쥐어줄 조수와 프린터, 코팅 기계까지 들고 나선 완벽주의자 맏형 프랜시스(오언 윌슨), 아내가 임신하자 새삼스러운 회의에 빠져 이혼을 도모하는 둘째 피터(에이드리언 브로디), 국제전화로 헤어진 여자친구의 자동응답기를 도청하는 막내 잭(제이슨 슈워츠먼). 궤도를 벗어난 이들의 성정만큼이나 여행길은 순탄치 않다. 무심히 집어삼킨 인도산 진통제와 감기약이 몸속에 요란한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가운데 열차는 방향을 잃고, 형제들은 11개의 루이비통 트렁크를 안은 채 알 수 없는 인도 땅 한가운데에 내던져진다.

<러시모어> <로얄 테넌바움>의 웨스 앤더슨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다즐링 리미티드>는 전작들을 관통하는 감독 특유의 코드가 여전한 작품이다. 어그러지고 흩어진 가족, 넘쳐나는 재산을 갖고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는 부자들, 자기 세계 안에 고립되어 각자의 강박에 시달리는 인물들과 병적으로 느껴질 만큼 치밀한 디테일, 그리고 그 모든 요소들이 한데 어울려 뿜어내는 기묘하고 애잔한 정서. <뉴욕타임스>는 “전작들과 심리적이며 스타일적인 공통점을 갖고 있으면서도, 지극히 폐쇄적이었던 이전의 세계를 벗어나는 새로운 성숙함을 보여준다”고 <다즐링 리미티드>를 평가했다. 저택과 특급 호텔, 사립학교 안에 머무르던 앤더슨의 시선이 인도에 닿게 된 것은 마틴 스코시즈가 직접 전해준 장 르누아르의 51년작 <강>을 통해서다. 인도 갠지스 강가를 배경으로 한 르누아르의 컬러영화 처녀작에 홀딱 반한 앤더슨은 <러시모어>의 주연이자 <다즐링 리미티드>의 막내로 등장하는 제이슨 슈워츠먼, 소피아 코폴라의 오빠인 로만 코폴라와 한달간 인도를 여행하며 함께 시나리오를 집필했다. “영화를 좀더 상업적으로 만들기 위해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이것은 괴상한 영화고, 정확히 우리가 만들고 싶었던 영화다.” 테넌바움 일가의 몽롱한 맥박을 사랑했던 이들이라면, 앤더슨의 말이 정확히 들어맞길 기대할 것이다.

Tip. <호텔 슈발리에>(Hotel Chevalier)

영화를 보기 전에 섭취하면 더욱 즐거울 보너스 영상. 프롤로그 격인 13분짜리 단편 <호텔 슈발리에>는 인도행 열차에 오르기 전 잭의 일화로 내털리 포트먼이 문제의 여자친구로 깜짝 등장한다. iTunes를 통해 무료 상영 중.


익숙하지만 논쟁적인 법정스릴러

<마이클 클레이튼>
Michael Clayton 감독 토니 길로이 출연 조지 클루니, 틸다 스윈튼, 톰 윌킨슨 수입 누리픽처스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개봉예정 11월29일

‘본’ 시리즈의 각본가 토니 길로이는 연출 데뷔를 앞두고 제작사에 가서 말했다. “법정스릴러인데, 주인공이 변호사이고 음모에 얽힌 로펌 이야기예요. 법원은 나오지 않고 변호사가 한명 죽고요, 스타 캐스팅이 필요합니다.” 토니 길로이는 시나리오 집필 때부터 주인공으로 염두에 뒀던 조지 클루니를 만나고자 소더버그를 징검다리 삼아 2년을 기다렸다. “시나리오는 좋은데, 연출을 내가 했음 좋겠군. 데뷔작 찍는 감독하곤 작업을 안 해서”라며 단박에 거절한 바 있는 클루니는 <굿나잇 앤 굿럭> <굿 저먼> 두편을 끝낸 뒤 저예산 법정스릴러에 개런티없이 출연하기로 했다. 제작자로도 나섰다.

<마이클 클레이튼>의 주인공은 변호사의 해결사 노릇을 하는 변호사다. 마이클 클레이튼(조지 클루니)의 업무는 주로 대형 법률회사들의 미처리 법률사건을 승소로 이끄는 것이다. 매우 큰 사건을 8년째 맡아왔던 동료가 살해된다. 클레이튼은 내부의 적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와 동시에 자신의 회사가 위기에 처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기적도 만들어내는 사람이라던데.” 의뢰인들의 칭찬에 마이클 클레이튼은 답한다. “난 그냥 청소부입니다.” <마이클 클레이튼>은 자기 양심과 회사의 운명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 변호사의 이야기를 불편하고 차갑게 전달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토니 길로이는 일부러 현장 리허설도 하지 않았다. “이 영화에서 모든 인간관계는 서로 불편하고 믿지 못하는 종류다. 리허설을 많이 하면 편안해지기만 할 뿐이라고 생각했다.” 시나리오를 읽고 연출 욕심을 비췄던 시드니 폴락이 클레이튼의 법률회사 보스로 출연한다. <빌리지 보이스>는 “영화 만듦새 자체는 확실히 익숙하고 평범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다루는 사안만큼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논쟁적”이라는 말로 시나리오작가 출신 감독의 스토리가 지닌 힘을 언급했다.

Tip. 토니 길로이는 누구?

토니 길로이는 시나리오작가 겸 감독이자 극작가인 프랭크 D. 길로이의 아들이다. <돌로레스 클레이본> <데블스 애드버킷> <프루프 오브 라이프> 등을 썼던 그는 스릴러적인 감각이 뛰어난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감독의 꿈은 오래전부터 가졌으나 제작까지 가는 과정이 언제나 너무 멀었다.” <마이클 클레이튼>은 첫주 15개관에서 개봉해 2주차에 2500개까지 스크린을 늘리는 성공을 거두었다. 토니 길로이는 “감독을 할 수 있으면 내 각본으로 하고 싶지만 나는 기본적으로는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겸손하게 입장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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